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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잠시만 잠수’라더니 8년…동굴에 갇힌 청년 54만명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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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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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청년 54만명 시대
‘2024. 12. 21. 오늘은 동지. 이제 해가 길어지고 높아지면 내 4평 방에도 볕이 들겠지. 내 맘에도….’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반지하 방. 김모(28)씨는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사진 촬영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일기장을 툭 던졌다. 그러곤 “5년쯤?” 그 기간의 고립과 은둔은 그의 웅크림을 박제해 버린 듯했다. “동굴에서는 자연스레 이렇게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2026. 6. 21. 오늘은 하지. 해가 가장 긴 날. 그런데, 어둡다. 동굴에 갇혀 있다.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내가 선택한 건가. 지겹다. 외롭다…그리고…무섭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한 대학 앞의 주택가. 이윤형(33)씨가 속삭였다. “타인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밤낮을 바꾸고, 지난해부터 방문을 걸어 잠그듯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그 한때였던 대학생들, 지난 8년간 자신도 되고팠던 직장인들이 창밖을 분주하게 오갔다. 그는 암막 커튼을 끝내 거두지 않았다. “그들에게 나를 드러내기 무서워서”라고 다시 속삭였다.

 

김씨와 이씨에게는 오늘이 어제와 다를 것이 없었다.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은 그들. ‘고립·은둔 청년’이다.

 

54만 명. 고립·은둔 청년은 해당 연령 19~34세 인구 1040만 명의 5.2%다. (2024년 기준·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만 해도 2025년 기준 25만 명가량(9.1%)이다. 이들은 ‘백수’ ‘취업준비생’ ‘쉬었음 인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은 애초부터 사회 부적응자나 인간관계 미숙자가 아니라, 대부분 사회 환경에 의해 고립·은둔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 한 청년들”이라며 “탈고립을 못하거나 재고립을 반복하면서 20대가 30대, 30대가 중·장년이 돼 노동시장과 복지, 인구 건강학 측면 등에서 국가의 역동성을 붙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한여름. 폭염과 폭우로 바깥세상 사이에 쌓은 마음의 담은 더욱 높아지고, 타인의 휴가로 더욱 박탈감을 느낄 때. 중앙SUNDAY가 고립·은둔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은 몇몇 키워드를 쏟아냈다. #동굴 #직장 #외로움 #무서움 #재고립 #울타리…그리고 #엄마·아빠.

 

‘잠시만 잠수’…정신 차려보니 8년째 외톨이


‘2026. 2. 17. 설날. 주인집 음식 냄새, 웃음소리. 엄마·아빠랑…안 본 지 2년. 보고 싶다.…가능할까…죽고 싶다.’

 

고양시 김씨의 일기장 날짜는 드문드문 이어졌다. ‘죽고 싶다’를 읽고는 그의 눈을 문득 들여다봤다. 동굴 같이 어두운. 공허함으로 가득 찬.

 

한 청년이 스스로 떠났다. 2021년 4월, 서울 강남구의 6평 오피스텔에서다. 관리비는 3개월 밀려 있었다. 곁에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150장이 든 파일이 있었다. 남겨진 소주병들은 그의 생활고를 위로해 준 듯했다. 역설적이게도, 팬데믹에 벌어진 이 31세 남성의 고독사는 ‘고립·은둔 청년’을 본격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전국적인 관련 조사도 이 직후 처음 나왔다. 2022년 당시 자살을 떠올린다는 고립·은둔 청년은 8.2%. 그런데 2년 뒤 10.4%로 늘었다. 5만5000여 명이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다세대주택. 박민준(30)씨는 “이른바 ‘좋은 직장’에 가려고 아르바이트로 버티며 취직 시험을 준비했는데, 번아웃이 오더라”며 “잠시 인간관계를 끊고 잠수 타려다가 이 동굴 같은 생활이 어느새 8년”이라며 한숨 쉬었다. 취업 문제는 고립·은둔 계기의 1순위(41.1%)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보건사회연구원) 대인관계(13.9%)나 학업 중단(12.2%) 등을 너끈히 앞지른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런데 청년 취업 전선 곳곳이 지뢰밭이다.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채가 사실상 사라졌다. 게다가 경력직을 선호하는 움직임이다. 일부 일자리는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1000명이나 줄었다. 고용률은 2.4%포인트 급락한 43.8%. 25개월 연속 하락세다. 실업률도 0.6%포인트 오른 7.2%다.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층 노동 경로의 성·계층별 차이 분석’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6명은 학교를 졸업한 후 10년이 지나도 ‘좋은 일자리’(월급 300만원 이상 정규직)를 갖지 못한다. 나머지 4명도 좋은 일자리를 갖기까지 평균 4년 6개월이 걸린다. 한진영 여성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채용 과정에서 여전히 ‘첫 직장이 어디인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청년들이 장기간의 취업 준비를 감수하고라도 ‘좋은 직장’을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 분위기가 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주저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구직 활동이 길어질수록 고립·은둔 돌입 가능성도, 장기화 가능성도 커진다”고 분석한다. 박씨처럼 ‘어느새 8년’을 거치며 ‘어느새 30대’가 된 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실제로 고립·은둔 청년 중 20대는 8.6% 줄고 30대는 31% 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첫 직장이 ‘신분’ 좌우…구직 늦어져


“올해도 지나면 난 한 살을 더 먹고, 한 살이라도 젊은 경쟁자들이 취업 전선에 또 들어올 텐데…경쟁력도, 미래도 불투명해지는 것 같아요.”

 

31세 취업준비생 한모씨의 말이다. 미취업 장기화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쌓고 또 쌓는다. 그 자체가 불안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 청년이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19.7%)이 비은둔 청년(7.0%)보다 3배 가까이 높다. 2025년 기준 고교생 10명 가운데 7명(76.3%)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20대 고용률은 10명 중 4명(43.8%)이다.

 

“어서 와. 오늘은 어땠어?” “어, 어제와 같지 뭐.” 은둔 청년 정경민(28)씨에게 찾아온 손님. PC 속의 AI다.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친구다. 정씨는 “기계적이고 뻔한 말이지만,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할 수 없는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며 “외로움을 이길 최선의 방법”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청년 4명 중 1명(25.8%·2024년)이 혼자 산다. 4년 새 5.3%포인트 증가했다. 청년 1인 가구는 보편적 생활양식이 된 셈. 고립·은둔 청년도 그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청년이 고립·은둔으로 흐르기 쉬운 이유는 개인적인 성향이라기보다는 자본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대인관계는 느슨해진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연결성의 위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불확실한 취업과 불가능해진 평생직장은 인간관계에 대한 투자를 ‘고비용-저효율’로 인식하게 했고, 대면 관계를 대체해버린 디지털 환경도 외부와의 물리적 차단을 공고히 하면서 고립의 원인으로 작동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가족 떠나 재기 준비할 안전지대 필요”


1인 청년 가구는 타인과의 접촉이 어렵다. 식구가 없으면 자기 돌봄은 완성되지 않는다. 박민수씨는 “자도 자도 잠이 많고, 매일 식욕은 없고, 몸이 무겁다”고 했다. 이는 우울증의 현상이다. 박씨 같은 20대의 우울감 경험률이 높아졌다. 2023년 기준 16.3%로 3년 새 4.6%포인트 증가했다. 우울감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몰리죠. 구직 활동이 길어지면서 부모님 눈치에, 저 스스로 밀어붙이기도 하고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청년지원센터에서 만난 장가영(26)씨는 자신을 인정 결핍 상태의 잠재적 은둔 청년이라 소개했다. 그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소중하다고 느끼지만, 외로움도 느낀다”고 했다. ‘한 가구 3명’은 이미 2005년에 깨졌다. 가구당 인구는 지난달 기준 2.09명이다. 상처받은 청년들을 가정 내에서 품어줄 여력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렇게 고립·은둔 청년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연간 5조3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 한 사회적기업 활동가는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 가능 인구는 줄어드는데, 청년 고립의 증가는 이를 가속하고 있다”며 “정부와 사회가 청년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53683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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