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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한 상가골목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담뱃값을 올려야, 쓰레기가 줄 것 같다”
#. 서울 광진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 지난 2022년 강남역 침수 이후 뉴스를 통해 담배꽁초 쓰레기가 침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 매일 같이 가게 앞 빗물받이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문제는 매일 청소해도, 적지 않은 양의 쓰레기가 쌓인다는 것. 가게 앞에 “빗물받이에 꽁초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등 안내문도 부착했지만, 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A씨는 “우리도 담배를 팔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청소하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며 “적어도 바닥에 버리면 청소하기가 쉬운데, 빗물받이 틈새로 버리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9일 서울 한 상가골목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국내에서 하루 동안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개수는 약 1200만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1년으로 치면 45억개의 담배꽁초가 마구잡이로 버려지고 있는 셈. 쓰레기 무게만 1000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같이 버려지는 담배꽁초 쓰레기는 단순히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부작용만 일으키는 게 아니다. 지금과 같은 장마철에 빗물받이에 쌓인 담배꽁초는 ‘침수’ 현상을 부추기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배수구 입구를 막아, 물이 빠지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9일 서울 한 상가골목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같은 빗물받이 막힘 문제의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철 강수 패턴이 변화하면서다. 과거 장마철의 경우 장기간 지속되며, 일정한 양의 비가 꾸준히 오는 현상이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 양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해에도 장마 기간은 짧았지만, 강수가 단기간에 집중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관측되기도 했다. 광주 등 남부 지역에는 하루 수백mm의 비가 내려 순식간에 도로가 침수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9일 국지성 집중호우로 침수주의보가 발령된 서울 지하철 대림역 인근 도림천 수위가 상승한 모습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연합]](https://imgnews.pstatic.net/image/016/2026/07/09/0002668338_004_20260709221612517.jpg?type=w860)
9일 국지성 집중호우로 침수주의보가 발령된 서울 지하철 대림역 인근 도림천 수위가 상승한 모습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연합]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릴수록 중요한 시설이 ‘빗물받이’. 빗물을 하수관로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침수를 예방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인 셈. 하지만 담배꽁초 쓰레기 등으로 빗물받이가 막힐 경우, 기능은 크게 저하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빗물받이의 배수불량 주요 원인은 낙엽, 쓰레기, 담배꽁초 등 이물질 막힘. 특히 빗물받이 입구가 쓰레기로 가려지는 정도에 따라서 배수의 효율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폐율이 90%에 이르면 물이 유입되는 면적이 크게 제한돼 유속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 한 상가골목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지난 2024년 5월 충남 당진 역시 괴물 폭우 당시 배수로가 쓰레기에 막히면서 고동색 빗물이 도로 위로 역류, 대규모 침수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서울 강남 침수 사고 당시에도 담배꽁초가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 또한 장마철을 앞두고 빗물받이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집중호우에 대비해, 하수관로와 빗물받이 집중 정비에 총 81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전체 빗물받이 57만5833개소에 대한 청소를 실시하는 것도 계획에 포함됐다.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하지만 수도권에 강한 비가 내린 9일 서울 곳곳에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쌓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몇 차례 관리가 진행된 이후에도, 꾸준히 행인들에 의해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투입된 영향이다. 특히 흡연자들이 많은 상가 골목 등에서는 빗물받이 속 쓰레기가 더 쉽게 눈에 띄었다.
반복적으로 빗물받이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빗물받이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철제 덮개를 들어 올리고, 안쪽에 쌓인 쓰레기를 꺼내는 강도 높은 작업이 필요하다. 이같은 작업을 매일 반복하는 데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도 적지 않다.

9일 서울 한 상가골목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쓰레기가 쌓여도 빗물이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빗물받이를 도입하는 등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빗물받이 막힘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 투기를 막는 게 가장 주요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담배꽁초는 단순히 침수 피해만 유발하는 게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되는 건 담배꽁초의 주성분이 ‘플라스틱’이라는 것. 실제 담배꽁초(필터)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성분으로 이뤄져, 물과 만나면 곧바로 미세섬유·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한 해수욕장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제주클린보이즈클럽]](https://imgnews.pstatic.net/image/016/2026/07/09/0002668338_008_20260709221612782.png?type=w860)
한 해수욕장 주차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중략)
이는 곧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로 인해,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하천과 해양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 자연으로 퍼진 미세플라스틱은 다시금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 몸에 들어와 쌓인다. 그리고 신체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축적될 뿐, 배출되지 않는다.
![담배꽁초로 덮힌 거리.[헤럴드DB]](https://imgnews.pstatic.net/image/016/2026/07/09/0002668338_009_20260709221612873.png?type=w860)
담배꽁초로 덮힌 거리.[헤럴드DB]
이 밖에도 흡연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하물며 쓰레기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담뱃재 처리도 마찬가지다. 잔류 니코틴, 타르, 카드뮴, 비소 등 7000종의 화합물이 남아 있다. 간접흡연을 조심하더라도, 담뱃재를 바닥에 터는 행위만으로 토양과 대기 중에 유해 물질을 퍼뜨리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담배 사업을 위해 이뤄지는 나무 벌채는 매년 6억그루 수준.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연 8400만톤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에 해당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담배꽁초 투기를 언제까지 ‘시민의식’ 문제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버리는 사람을 단속하고, 지자체가 청소하는 등 과정만으로도 적지 않은 노동력과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 이에 환경단체 등에서는 담배꽁초 처리 비용을 담배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수구가 담배꽁초로 막혀 있다. 김광우 기자.
실제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019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마련하고, 담배꽁초 처리에 드는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도 담배 제조·수입업자에게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현재 담배 폐기물부담금은 20개비당 24.4원 수준. 해당 부담금이 실제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빗물받이 청소 등에 직접 쓰이는 구조도 아니다.
한편 흡연율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진행된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63%는 담뱃세 인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79%는 흡연율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담배가격 인상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