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왜 우리를 싫어하나요"...체념부터 배운 전라도 학생들

무명의 더쿠 | 14:34 | 조회 수 12078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맞물려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배재고 일’이 있고 나서 교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죠. 왜 우리를 이렇게까지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요.”


8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 등굣길.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학교는 겉으로 보기엔 평소의 아침을 되찾은 듯했다. 지난 6일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 36명 전원과 학부모, 교사 등 80여 명이 5·18 조롱 응원 논란과 관련, 사과 방문을 한 직후였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모습도 전국적 관심이 쏠리기 전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배재고 응원 논란 이후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학생들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나섰다가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다”, “인터뷰는 좀 어렵다”며 손사래쳤다. 한 학생은 “괜히 또 기사 나가면 ‘광주 사람들 욕하는’ 댓글 달리고 그러지 않느냐”며 말을 아꼈다.


한참을 망설이던 한 학생은 작은 목소리로 “사실 응원 구호보다 댓글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사건 이후,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에는 “역시 전라도” “홍어공화국” “왜 아직도 5·18 이야기를 하느냐”는 식의 조롱과 비난이 이어졌다는 거다. 학생들은 움츠러들고 위축돼 있었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지역과 고향, 역사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낯설고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움츠러들고 위축된 광주 학생들


광주일고 학생들 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광주 지역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7)양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이나 배재고 응원 논란 기사 댓글을 보면 광주일고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뜬금없이 5·18과 전라도를 조롱하는 댓글이 너무 많았다”며 “광주일고 학생들이, 그리고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욕설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화도 나고 반박하고 싶었는데 비슷한 말을 너무 오래, 많이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또 시작됐구나’ 싶을 때도 있다”며 “상관도 없는 광주 사람 전체를 욕하는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 그게 더 무섭다”고 털어놨다.


친구 최모(17)양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양은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에서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사람이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내용과 상관없이 ‘전라도는 뒤통수를 잘 친다’는 댓글이 달리는 걸 자주 봤다”며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자주 보다 보니 ‘우리가 정말 그런가’, ‘내가 그런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그의 넋두리는 이어졌다.


“큰 잘못 안 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떻게 살든 평생 꼬리표처럼 ‘전라도’가 따라붙는다고 생각하면 허탈하다. 화가 나기보다 그냥 체념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뭘 해도 누군가는 ‘전라도라서 그렇다’고 말할 것 아닌가. 억울한데 설명할 방법도 없고 설명할 의지도 없다.”


5·18과 전라도를 향한 혐오 표현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5·18 46주년에 터진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관련 기사 댓글에는 “전라도나 5·18 기사 좀 안 보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홍어공화국”, “광주는 북한으로 편입됐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배재고 조롱 응원 논란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배재고 학생들은 이번 일을 경험으로 사회에 나가면 절대 전라도 출신과는 엮이지 말라”, “전라도 사람은 믿지 않는다”, “5·18 폭도들”, “전라도는 뒤통수를 잘 친다” 등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은 곧바로 지역 전체를 향한 혐오와 비하로 번졌다. 세대를 걸쳐 누적되고 반복된 혐오는 누군가에게는 체념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경험으로 남았다.



https://m.mdilbo.com/detail/c3QycN/757028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284
목록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더쿠X에센허브💚 톡! 찍어 바르는 트러블 SOS! 티트리 오일 체험단 모집🌿 205
  • [공지] 언금 공지 해제
  •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0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9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중학교때 50일 사겨봤으면 모솔이다 아니다?.jpg
    • 15:19
    • 조회 174
    • 이슈
    2
    • 얼굴은 악뮤수현인데 목소리는 이하이느낌 있는 발라더
    • 15:18
    • 조회 211
    • 유머
    • 소소하게 추천하는 그래픽노블/출판만화책들
    • 15:18
    • 조회 69
    • 팁/유용/추천
    1
    • "교사가 학생에 5·18 설명했는데 '좌파사상 주입' 항의"(종합)
    • 15:17
    • 조회 467
    • 기사/뉴스
    8
    • [존이나박이냐] city of stars with 권진아
    • 15:15
    • 조회 58
    • 이슈
    • "왜 우리를 싫어하나요"...체념부터 배운 전라도 학생들
    • 15:13
    • 조회 315
    • 기사/뉴스
    12
    • [단독] 글로벌 호텔 격전지 서울…'머큐어 동대문' 이달 오픈
    • 15:13
    • 조회 389
    • 기사/뉴스
    2
    • 실형 확정된 윤석열, 남은 재판 7개…4개는 1심 단계
    • 15:12
    • 조회 183
    • 기사/뉴스
    • 남녀 간 플러팅 차이.jpg
    • 15:11
    • 조회 1330
    • 유머
    11
    • [속보]홍명보 “가족 신변안전 우려에 미국행…청문회 출석할 것”
    • 15:11
    • 조회 936
    • 기사/뉴스
    25
    • 오리온 '미쯔', 31년 만에 새로운 맛 출시
    • 15:09
    • 조회 1649
    • 기사/뉴스
    14
    • 방금 라이브로 엔하이픈은 6명이라고 확실하게 입장 밝힌 리더 정원
    • 15:09
    • 조회 1494
    • 이슈
    26
    • 나홍진 <호프> X 이창동 봉준호 장재현 감독 릴레이 GV 개최 ㄷㄷㄷ.jpg
    • 15:08
    • 조회 461
    • 이슈
    5
    • 전소연이 매니저한테 직접 선물한 폰케이스....jpg
    • 15:07
    • 조회 2065
    • 이슈
    2
    • 몽골에 걸린 대형 이재명 대통령 부부 사진
    • 15:07
    • 조회 1292
    • 정치
    7
    • 요즘 배달 진상 근황
    • 15:05
    • 조회 3134
    • 이슈
    24
    • 박지원 “가해자들은 늘 당당하게 용서 구하고 피해자 전남광주는 대대손손 용서만”
    • 15:05
    • 조회 359
    • 정치
    8
    • izna(이즈나), 9월 2일 일본 데뷔... 미니 1집 ‘HANDLE WITH CARE’ 발매, 소니 뮤직 레이블 손잡고 본격 일본 진출
    • 15:05
    • 조회 77
    • 기사/뉴스
    • 무료폰트로 공개된 윤두준 손글씨체 '두준두준체'
    • 15:03
    • 조회 1666
    • 이슈
    14
    • 언니 어른들이 외국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하시는데 창찬 마자요..?
    • 15:03
    • 조회 976
    • 유머
    2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