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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줄여 더 강해진 ‘호프’…시원한 쾌감 뒤로 ‘타자화의 여운’

무명의 더쿠 | 01:09 | 조회 수 411
EVnKab


한국적인 것들의 이국적 느낌
“해외 관객 위해 장르 색채 강화”
폭력·복수가 낳는 더 큰 폭력
“누가 악해서만 악행이 생기나”
외계인이 상징한 다양한 존재 “
관객마다 다른 상상을 할 것


기대할 만한 액션 영화가 온다.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호프>가 지난 6일 언론시사회로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인 후 약 50일. 후반 작업 보완을 거친 영화는 더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마을 호포항. 심하게 훼손된 소 한 마리가 시골길 한가운데서 발견된다. 흔적만 봐서는 ‘거대한 무언가’가 공격했다는 것 말고는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마을에 몇 없는 청년들은 근처의 산불을 진화하는 데 동원된 상황. 경찰인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마을로, 사냥이 취미인 한량 ‘성기’(조인성)는 친구들을 데리고 북쪽 숲으로 향한다. ‘무언가’를 잡으러.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작은 마을에서 비극이 발생하고 인물들이 그 원인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전작 <곡성>과 유사하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곡성>이 불길한 사건을 겹겹이 쌓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면, <호프>는 초장부터 크게 터뜨린다. ‘무언가’의 난동으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마을은 초토화된다.



영화는 극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여분간 ‘무언가’의 정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범석은 폭발음 혹은 총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리지만, 이미 비극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겨우 도착할 뿐이다. 그 사이에는 놀랍게도 유머가 있다. 범석이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들은 총을 쥐고 덜덜 떠는 범석을 타박하고, 느긋한 농담을 건넨다.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동시에 한국적이지 않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총을 찬 보안관과도 같은 범석과 성기의 모습에서는 미국 서부극이 연상된다. 루마니아에서 촬영한 북쪽 숲 장면들도 이국적이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모션·페이셜 캡처(움직임과 표정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연기한 ‘무언가’, 외계인들이 등장하면서부터는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규모의 VFX(시각특수효과)를 동반한 추격전에 압도된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7일 만난 나 감독은 “한국적인 것들을 조합해 한국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관객에게도 가닿을 수 있는 영화를 고민한 결과 “장르적 색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쾌감 있는 액션 장면들이 압권이다. 배우 황정민이 사실상 맨몸으로 달리며 초반을 책임진다면, 순경 ‘성애’ 역을 맡은 정호연의 시원한 자동차 추격전과 조인성의 기마 액션이 끝까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계인이 마을을 풍비박산으로 만든 이유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화려한 액션에 의지해 질주하면서도 심리적으로는 찜찜함을 남긴다.



나 감독은 “충돌과 비극을 그리면서, 꼭 누군가가 악해서만 악행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흡사한 일(악행)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영화 속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는다. 인간을 가볍게 들어 날려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지닌 외계인은 분명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다. 공포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마을 주민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우리’가 아닌 ‘그들’에게 총을 난사한다. 외계인들이 반격하며 마을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인간에게 적대시되는 외계인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타자화됐던 다양한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연관되는 비무장지대라는 배경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이들이 더 상징적 존재처럼 보인다. 나 감독은 “외계인이 여러 상황을 대입시킬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면서 “관객마다 다른 상상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개봉 버전 러닝타임은 칸 영화제 상영본에서 4분가량 줄어든 156분이다. 나 감독은 칸 영화제 이후 “시간 관계로 당시에는 완성하지 못했던 라이팅(조명)이나 음향, 색 보정 등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삭제했던 장면을 살리는 등 편집을 일부 손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크리처 VFX가 더욱 자연스럽게 보완되고 괴수들 간의 대화 음성이 추가되는 등 편집이 다듬어지며 칸 상영본보다 후반부 몰입도가 높아졌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500억원 이상)를 들인 야심작이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지만, 애초 계획대로 오는 15일 개봉한다. 나 감독은 “‘10년 만의 영화인데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굉장히 부담된다”면서도 “개봉 전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긴 기간 작업한 만큼 다른 영화 만들 때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 SF 장르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저는 재미있었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긴장되고 궁금하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5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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