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나홍진 감독, ‘호프’의 시작을 말하다 [이다원의 디렉터스뷰]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의 기대감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개봉 일주일 전임에도 12만2490명이 예매해 예매율 1위(45.3%)를 달리고 있다.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한국영화계에서 보지 못한 보법이라며 작품성과 상업성 모두 칭찬을 받고 있다.
7일 스포츠경향이 만난 나홍진 감독은 제법 즐거워보였다.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들고 온 ‘호프’(HOPE)에 대한 자부심과 관객 반응에 대한 설렘이 얼굴 위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스포츠경향은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 세가지를 던졌다.

■ 질문1. ‘호프’의 이야기, 그 첫 시작은?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마을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을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영화계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외계인 습격’을 아주 대담하게 풀어내며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시작이 궁금했다.
“15년 전이었어요. 외국 여행을 갔다가 아주 작은 동네를 마주쳤는데 참 희한하더라고요. 동네에 사람 하나 안 지나다니는데, 집마다 토템이 가득 세워져있고 조각상들이 전시돼있더라고요. 인적까지 없으니 너무 무서웠죠. 그래서 근처 마을 회관쯤으로 보이는 건물에 들어갔는데 어떤 할아버지 한명이 있더라고요. 저를 신경 안쓰는 척 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저녁 쯤 되니 노인들이 모였는데, 그날 느꼈던 기억과 감상을 수첩에 20장 정도 메모하고 그림을 그려놨어요. 그 메모들이 이 영화의 시초였죠. 그리고 시나리오를 디벨롭하면서 점차 다른 은유들도 반영됐고요.”
그렇게 시작된 ‘호프’는 관객들에게도 또 다른 시작으로 남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 작품의 답은 엔딩에 있어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비극적 상황에서도 저마다 희망을 품고 나아가잖아요? 범석은 마을을 지켜야한다는 희망, 외계인들은 그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등이요. 관객들도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그렇게 희망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마치 제게 영화가 희망인 것처럼요. 이 비극적 얘기를 2시간 넘겨 봤다면, 관객들도 자신의 상황에서 뒤돌아보길 바랍니다. 비극 속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찍었거든요.”
■ 질문2. 냄새나는 인간들과 무결한 외계인의 대결, 이유는?
영화 속 캐릭터들 설정이 흥미롭다. ‘범석’의 시선으로 영화가 시작되지만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인간의 승리보다 외계인을 응원하게 될 수도 있게 설계됐다. 관객들의 담론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관전포인트다. 감독의 의도를 물었다.
“맞아요. 사람의 냄새를 강조하고, 범석이 오인 사격하는 장면을 넣은 것도 관객들의 그런 감정 차이를 극대화하려고 했던 장치죠. 처음 1시간은 관객도 ‘범석’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쫓아가지만, 성기(조인성)와 외계인 대치 장면에선 관객의 정보값 수준이 달라지죠. 맞는 정보인지, 왜곡된 정보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그 사건을 맞닥뜨리는데, 그럼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까란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그게 핵심이었고요. 곳곳에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넣어 피식피식 웃게끔 했는데, 죄의식도 같이 심어넣었고요. 후반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관객은 어떤 마음으로 볼까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 질문3. 영화감독, 나홍진의 꿈은?
여러 스타감독 중 강력한 코어 팬덤을 가진 감독이기도 하다. 그것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있다면서도, 자신의 원대한 꿈을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제가 조심성 많은 사람인데요. 그래서 제 영화를 볼 관객 한분 한분을 진짜 어렵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 역시 영화를 볼 때 상영 시작 전 영화를 기다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요. 그 작품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서 태도도 많이 달라지고요. 뭐랄까, 특정한 감독의 작품이 상영이 되기 전엔 엄청 긴장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도 내 영화를 관객들이 그렇게 봐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야기 쓸 때부터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기도 합니다.”
‘호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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