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한겨레 리뷰]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경지이자 희망 ‘호프’
814 5
2026.07.07 11:31
814 5
IfTSQC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15일 개봉한다. 전작 ‘곡성’이 나온 지 10년 하고도 두달 만이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 도착했다.


‘곡성’의 엉클어지고 불길하며 바닥을 알기 힘든 심연의 세계를 기대했다면 ‘호프’는 의외의 작품일 수도 있다. ‘호프’ 역시 불길한 기운으로 출발하지만 ‘추격자’ ‘황해’ ‘곡성’의 세계보다 명료하다. 어두운 밤도, 시야를 흐리는 폭우도 없는, 한낮의 ‘쨍한 불길함’이다. 쨍한 태양 아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겁나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2시간36분 동안 쫓거나 쫓기기기만 하는데도 단 한순간도 몰입을 흩뜨리지 않는다. 나 감독은 일정 수준에 오른 뒤 지지부진 횡보를 거듭했던 한국 액션스릴러 영화를 솟구치듯 도약시켰다. 지금까지 한국 장르 대작의 목표가 할리우드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었다면, ‘호프’는 이를 장쾌하게 앞질러 나가는 케이(K)무비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나홍진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두 축은 ‘호프’에서도 이어진다. 한없이 고요해 보이는 비무장지대의 호포항 마을.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은 호랑이가 나타난 것 같다는 마을 청년들의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간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둑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황소의 몸피엔 처참하게 긁힌 상처가 가득하다. 청년들은 괴물을 잡겠다며 산으로 떠나고 범석은 읍내로 향하는데, 이미 읍내는 초토화돼 있고 어디선가 공룡의 포효와 같은 소리가 들린다.



‘호프’의 초반 50분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쫓는 범석의 동선을 따라간다. 무너진 낡은 건물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섬뜩한 포효와 벼락처럼 떨어지는 자전거와 가구…. 범석은 괴물을 쫓으면서도 기실 그 압도적인 힘에 쫓겨 다닌다. 실체 없는 상대와 겨루는 원맨쇼지만 긴장을 조여가는 연출 솜씨와 황정민의 연기력,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피부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게 잡아내는 촬영 덕에 팽팽한 긴장감이 한순간도 풀어지지 않는다.


이후 드러나는 괴물의 모습과 범석을 돕기 위해 나타나는 순경 성애(정호연)은 등장은 드라마의 흐름을 긴장에서 폭주로 바꿔놓는다. 범석은 성애가 전속력으로 모는 경찰차에서 장총을 쏘며 본격적으로 괴물과 싸우기 시작한다. 이처럼 ‘호프’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자리를 계속 바꿔가며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마을 청년들과 숲속으로 간 성기(조인성)도 마찬가지다. 성기는 자신만만하게 숲속을 휘젓지만, 어느 순간 친구들이 무참하게 도륙당하면서 ‘진격의 거인’을 닮은 괴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호프’의 극적 재미를 돋우는 중요한 요소는 카메라다. 극 초반 가을 들판의 쨍하면서도 황량한 풍경 속에 불길한 기운을 실어 담던 카메라는 뒤로 갈수록 액션의 속도감과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특히 드론의 부감으로 잡아낸 숲속 추격전은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으로 무너지는 나무들과 물결처럼 일어나는 흙먼지까지 시각적 경이를 선사한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이뤄낸 놀라운 성취다.



자동차와 총격 액션, 에스에프(SF)와 서부극까지 망라하는 장르적 재미가 있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농촌 스릴러’를 표방했다면, ‘호프’는 명백히 ‘시골 에스에프’다.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것들이 마구 뒤섞이며 한국적인 블랙코미디가 긴장과 속도의 사이사이를 파고든다. 동네 노인들이 총기로 중무장하고 괴물과 싸우러 나가면서 범석을 애 취급하며 새참처럼 감자를 권하고, 괴물을 본 노인은 중요한 목격담을 진술하며 당시 설사와 싸웠던 힘겨움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신스틸러 역할을 하는 이 노인은 한때 코미디 연기로 안방극장을 누볐던 임현식이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칸국제영화제 때 지적됐던 컴퓨터그래픽(CG)은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어색한 부분은 남아있다. 또 우주전쟁급으로 스토리가 급전환하며 극이 새로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엔딩에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전체적인 완성도와 매력에 비하면 미미하다. 칸에서 공개된 버전보다 상영시간이 4분 줄었는데, 괴물의 공격 이유에 대한 설명은 좀 더 친절해졌고 후반부 반복되는 추격전은 좀 더 압축해 재미와 완성도가 높아졌다. 극장에서 안 보면 손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812979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에센허브💚 톡! 찍어 바르는 트러블 SOS! 티트리 오일 체험단 모집🌿 157 07.06 19,67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735,42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199,00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634,95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462,00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80,88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0 21.08.23 8,642,33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44,31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9 20.05.17 8,764,39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51,65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59,03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10585 유머 치아 브러시가 2일 만에 엉망이 되니까,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6 13:49 893
3110584 이슈 유영우가 부르는 웃는남자 넘버 '모두의 세상' 13:48 66
3110583 기사/뉴스 "남편 회사 매출 빼돌려 아파트값으로"…부동산 탈세 731억 무더기 적발 13:48 179
3110582 이슈 2026년 전 세계 구글에서 많이 서치된 4세대 아이돌 2 13:48 227
3110581 기사/뉴스 전국 효자·효녀 주목…임영웅, 16일 ‘스타디움2’ 티켓 오픈 4 13:47 139
3110580 이슈 이케아 액자로 인형 정리하는 방법 5 13:47 483
3110579 이슈 실화탐사대 <피터팬의 기적>편 아들만을 위하던 아버지의 작은소원 (야구) 2 13:45 256
3110578 유머 피부색으로 억까당한다는 캣츠아이 라라 23 13:43 1,433
3110577 이슈 벤투 감독, 한국 대표팀 복귀 의사 축구협회에 전달…공식 지원은 아직 13:43 276
3110576 유머 엘지전자가 이 가습기 종이 완충제? 박스? 이것을 좀 팔아줬으면 좋겠어요 반년째 못버리고 쓰는데 너무나 묘체공학적으로 완벽하고 고양이가 좋아해요 3 13:42 767
3110575 이슈 🪰💓🪰 러브버그 익충설 해명 7 13:42 679
3110574 기사/뉴스 내일부터 영화관 6000원 할인권 205만장 배포 16 13:39 804
3110573 기사/뉴스 [단독] '믿보' 박정민·배성우·김대명 '조명가게' 인연..'상남자'로 뭉친다 [종합] 10 13:39 568
3110572 기사/뉴스 파주 아파트 화재…소방관 1명 탈진·21명 대피(종합) 6 13:37 938
3110571 정보 동북아 3국은 각자 그들만의 노쇼 축구 스타들이 있다(feat 발작버튼) 9 13:37 1,024
3110570 이슈 [KBO] 염경엽, 배재고 징계에 "대학은 가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 274 13:36 6,147
3110569 기사/뉴스 자전거 타고 길 건너던 9세 초등생, 신호위반 차에 치여 '참변' 12 13:35 900
3110568 기사/뉴스 코스피, 7400선까지 밀려…삼전닉스 8%대 급락 14 13:35 1,001
3110567 유머 하 이세기 비자만료 아직안됫나 불법체류 아닌지 확인하고 절대 결혼해주지 마세요 6 13:35 1,142
3110566 기사/뉴스 "중국 관광객에 '멸공' 외친 학생들, 지도하고 싶어도..." 9 13:34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