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머니가 '죽여달라' 했다"… '간병살인' 父子, 첫 재판소원 청구
'간병살인' 부자 7년·3년형 대법 선고
사실관계·증거 제시, 판결 취소 청구
"母, 범행 협조했다" 촉탁살인 주장
아픈 가족을 11년간 간병하다 끝내 살해한 부자(父子)가 "존속살인이 아닌 촉탁살인"이라고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올해 3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간병살인' 관련 사건이 접수된 건 처음이다.
한국일보가 6일 입수한 재판소원 청구서에 따르면, 80대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A(50)씨와 아들의 범행을 도운 아버지 B(87)씨는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 죄형법정주의, 신체의 자유,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행복추구권, 자기책임의 원칙 등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재판소원을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3월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뇌출혈 후유증과 고관절 골절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멀티탭 전선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4년부터 11년간 피해자를 간병했던 부자는 피해자가 섬망 증상을 겪는 등 병세가 악화된 상황에서 극심한 생활고와 주거지 퇴거 위기까지 겹치자 동반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는 범행 후 한강에 투신했지만 구조됐다. 아들 A씨는 존속살해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아버지 B씨는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일산 간병살인 사건' 부자가 재판소원 청구서에 증거로 제시한 현장감식결과보고서 내용. 디센트 법률사무소 제공
부자는 법원에서 배척됐던 '촉탁살인'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가 2024년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요양원에 보내느니 죽여달라"고 말했고, 주거지 퇴거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죽여달라"는 의사를 진지하고도 명확하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범행 두 달 전부터는 세 가족이 죽음의 방식을 의논했으며, 범행 당시 피해자의 섬망 증상이 나아져 명확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도 했다.
부자는 '방어흔이나 외상, 반항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스스로 혀를 깨문 듯한 흔적이 있다'는 현장감식결과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피해자가 비명을 참으면서 범행에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촉탁살인은 피해자의 직접적·구체적 요청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하는 범죄다. 처벌은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일반살인죄보다 낮다.
B씨는 아들 A씨와 함께 살인을 모의하고 범행도구를 조달한 공동정범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부자는 멀티탭에서 B씨 유전자(DNA)와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 가담 정도가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3년형은 과하다고 봤다.
A씨도 피해자를 정성으로 간병한 점, 범행 후 피해자를 예우한 점 등을 들어 다른 존속살인에 비해 형량이 높다고 주장했다. 현장감식결과보고서에도 피해자 유품이 깔끔히 정리돼 있었고 피해자에게 이불이 가지런히 덮여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숨진 어머니 얼굴에 입을 맞추며 깊은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가 부자의 재판소원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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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4078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