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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액션… 나홍진 '호프', 올여름 가장 강렬한 영화적 체험 [봤어영]

무명의 더쿠 | 03:01 | 조회 수 622

'추격자' '황해' '곡성'을 잇는 나홍진표 액션
156분 내내 손에 땀 쥐게 하는 압도적 몰입
대낮에 활보하는 외계인… SF 공식 뒤집어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영화는 때로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러나 ‘호프’는 다르다. 설명보다 체험에 가깝다. 인물들은 장황하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달리고, 부딪히고, 싸운다. 관객은 그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고, 귀로 받아들이며 긴장감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말보다 액션이 먼저 다가오고, 액션이 곧 이야기의 언어가 된다.

10년을 공들인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그런 영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한 동시에, 한 단계 더 확장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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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논 한가운데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찢긴 소 사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범석은 호랑이의 짓이라 생각하고 흔적을 쫓지만, 마을을 덮친 것은 상식을 벗어난 존재였다. 그렇게 ‘호프’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거대한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호프’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액션이다.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다.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초반에는 정체를 숨긴 채 불안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어느 순간 폭발하듯 터뜨린다. 그 이후 156분의 러닝타임은 거의 쉼 없이 질주한다. 추격은 또 다른 추격으로 이어지고, 전투는 더 거대한 전투를 불러온다. 긴장을 풀 틈을 허락하지 않는 리듬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156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숫자로만 길다. 실제 체감은 전혀 다르다. 손에 땀을 쥔 채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에 다다른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압박하는 연출은 극장에서만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떠올린다면 반가운 순간도 많다. ‘추격자’와 ‘황해’가 보여준 숨 막히는 추격전, ‘곡성’ 특유의 설명하기 어려운 음산한 기운과 미스터리, 여기에 이번 작품만의 압도적인 스케일까지 더해졌다. 기존 작품들의 장점을 모아 한 단계 진화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오랜 팬이라면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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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기만 한 영화도 아니다. 곳곳에 배치된 유머는 관객의 긴장을 잠시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안도한 순간 더 거센 위기가 들이닥치며, 유머는 오히려 다음 긴장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동시에 다음 장면을 경계하게 만드는 리듬감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액션 역시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살렸다. 황정민은 거대한 존재 앞에서도 끝까지 맞서는 가장 인간적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한다. 초인적인 영웅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기에 더 강렬하다.

정호연은 긴 팔다리를 활용한 시원한 액션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속도감 있는 동선은 영화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조인성은 말을 타고 숲을 질주하며 총격전을 펼치는 장면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긴다. 세 배우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액션 스타일은 영화를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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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일부 언급됐던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우려는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오히려 외계인의 비주얼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외계인을 어둠 속에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실체를 감추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나홍진 감독은 대낮 한복판에 외계인을 세워둔다. 숨기지 않는 선택은 오히려 더 강한 낯섦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외계인은 단순한 시각효과가 아니다. 하나의 캐릭터이자 감정을 지닌 존재로 기능한다. 표정과 시선, 몸짓,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정을 전달하며, 관객은 어느 순간 CG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여기에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가 더해지며 외계인은 생명력을 얻는다. 피부의 질감과 호흡, 목소리까지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배우처럼 느껴질 정도다.



‘호프’는 단순히 거대한 볼거리를 나열하는 영화가 아니다. 액션과 스릴, 미스터리, SF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끝내 하나의 세계를 완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한다. 모든 이야기를 닫기보다 더 넓은 세계를 향한 문을 열어두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10년의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왜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연출가로 평가받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작은 화면보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좋은 사운드와 함께 체험해야 진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말보다 액션으로, 설명보다 체험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영화. 올여름 극장에서 가장 강렬한 영화적 경험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호프’가 가장 먼저 떠오를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 연출. 러닝타임 156분. 7월 15일 개봉.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018/000632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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