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고장난 질주를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 (마티 슈프림 ★★★★)
1,340 24
2026.07.05 10:58
1,340 24


바닥을 친다. 그리고 더 세게 튀어오른다. 마티 마우저(티모시 샬레메 분)는 좀처럼 꺼지지 않는 인간이다.


영화 '마티 슈프림'(감독 조쉬 사프디)는 실패하는 인간에 관한 작품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실패를 멈추지 못하는 인간에 가깝다.


1952년 뉴욕, 마티 마우저는 탁구 하나로 세상을 뒤집겠다고 덤빈다. 자신감은 넘치지만 현실은 번번이 엇나간다. 풀릴듯 하다가도 더 깊은 수렁으로 미끄러진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자신이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그 과정은 경쾌하다. 처절한데 리듬이 있다. 이 영화는 무너짐의 속도를 하나의 박자로 바꿔버린다.



이 인물은 완전히 허구에 머물지 않는다. 20세기 중반 실존 탁구 선수들을 느슨하게 참조했다. 하지만 영화는 전기 영화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특정 인물의 생애를 복원하기보다, 그 시대를 통과했던 집착의 감각을 끌어온다. 그래서 마티는 한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유형에 가깝다.


한 가지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사람. 그리고 그 선택을 되돌리지 못하는 사람. 마티는 단순히 집착하는 인물이 아니다. 탁구에 있어서는 분명한 재능을 지녔다. 


문제는 그 재능이 안정적인 성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작은 승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언제나 더 큰 판을 향해 몸을 던진다. 


목표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다. 탁구로 세상을 뒤집는 것.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순간을 향해 질주한다. 



조쉬 사프디 감독은 동생 베니 샤프니와 함께 '굿 타임', '언컷 젬스'를 통해 인물을 극한까지 몰아붙여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그는 동생과 결별하고, '마티 슈프림'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더 확고하게 보여준다. 다만 이번엔 외부가 아니라, 인물 스스로가 자신을 밀어붙인다. 


그도 그럴 것이, 조쉬 사프디는 '언컷 젬스' 이후 찾아온 공허에서 이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 목표가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계속 달릴 수 있는가. 꿈은 끝날 수 있는가. 우리는 왜 꿈을 꾸는가. 


그는 20세기 중반 뉴욕의 탁구 문화에 관한 책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꿈을 믿었던 사람. 마티 마우저는 그렇게 태어났다.



감독은 마티를 신화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강력한 약속, 동시에 결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끝없이 좇게 하는 잔인함.


마티는 그 모순을 온몸으로 살아내는 인물이다. 가장 중요한 건, 꿈과 자아를 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꿈이 흔들리는 순간, 존재 전체가 무너진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이 불안정한 전제를 끝까지 붙잡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듄' 시리즈에서 보여준 섬세함과 카리스마를 이번엔 불안과 집착으로 비틀어낸다. 


마티 마우저는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다.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방식 덕분이다.



티모시 샬라메는 마티에 대해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투영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의 연기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그 연기는 세계를 설득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제83회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26관왕을 석권했다.


탁구라는 소재 선택도 단순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반응해야 하는 스포츠, 단 한 순간도 리듬이 끊기지 않는 경기.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귀속되는 구조.


이는 마티의 삶과 정확히 겹쳐진다. 맞고, 튕겨 나가고, 다시 돌아온다. 공이 멈추면 경기가 끝나듯, 그는 멈추는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



기네스 팰트로, 오데사 아지언이 연기한 여성 캐릭터들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팰트로가 연기한 '케이'는 마티가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려 접근한 인물이다.


늘 계산된 미소로 사람을 가늠한다. 마티의 뻔한 속내를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오히려 관계의 주도권은 케이 쪽에 있다. 


아지언이 연기한 '레이첼'도 마찬가지. 마티의 에너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킨다. 이들은 마우저에게 호락호락하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의 곁을 장식하는 존재가 아닌, 그의 갈망이 부딪히는 벽이 되어 극에 밀도를 더한다. 그 충돌이 쌓이면서 영화는 더 단단해진다. 



그 정점은 엔도와의 내기 탁구에서 터진다. 마티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승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기어코 밀어붙인다.


이 모습은 집착에 가깝다. 때로는 우스꽝스럽다. 그런데 이 장면에 이르면, 관객은 그를 말리기보다 바라보게 된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없는데도, 멈추지 않는 그 에너지는 어느 순간 설득력을 갖는다.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끝까지 가보라는 마음이 생긴다.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감정은 거기서 시작된다. 이해도 동조도 아닌, 어딘가 비틀린 응원이다. 



후략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28785


댓글 2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714,06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159,52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612,29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416,28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79,10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0 21.08.23 8,638,03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5 20.09.29 7,542,82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6 20.05.17 8,760,67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49,66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52,66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09109 이슈 결정사 대표가 말하는 혼인율 감소 이유 7 12:09 625
3109108 이슈 또 BL 소설과 유사성 논란 터진 로맨스 소설 1 12:09 557
3109107 이슈 박미선이 이봉원과 힘들어도 이혼 못한이유 4 12:08 603
3109106 정보 카카오뱅크 AI 퀴즈 2 12:07 72
3109105 이슈 짱구 가족 중에 부모님 먼저 떠나시고 짱구만 남은거 너무 슬프지 않아...? 12 12:05 907
3109104 이슈 직장인들아 팀원이 나솔나간다고 일주일 휴가내면 이해가능? 53 12:02 2,194
3109103 정보 토스행퀴 13 12:00 482
3109102 이슈 놀토에 아기 손종원 셰프 둥장 3 11:59 1,901
3109101 이슈 배재고는 반성을 하는게 아니라 불이익을 피하고 싶은거다. 전형적인 일베의 행동이다. 깔끔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에 노력하면 될텐데, 개사과에 소나기만 피하자이다. 뭘 잘못했는지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모른다. 31 11:59 1,107
3109100 이슈 요즘 가장 큰 재산은 결혼 안한 이모? 145 11:58 6,613
3109099 이슈 이주승 인스타 (우승 상금 1억 기부 소감) 15 11:58 1,529
3109098 이슈 엄마의 초등학생때 일기봄 아 81년도의 초등학생 1 11:58 675
3109097 유머 흥정의 나라 출신 아이돌이 동묘에서 네고하는 법 1 11:57 763
3109096 기사/뉴스 양부남 "'스벅 조롱' 광주일고, 5·18 때 계엄군 주둔지로 쓰여...죽은 고등학생들도 많아, 깊은 아픔" 4 11:56 601
3109095 유머 반박불가 더쿠 최대 아웃풋 댓글 18 11:56 1,838
3109094 기사/뉴스 [단독]내일 배재고 사과 방문 앞둔 광주제일고, 경찰에 ‘시설 보호 조치’ 요청 15 11:54 1,143
3109093 이슈 에어포켓 만들어 물속에서 숨쉬기 1 11:53 740
3109092 이슈 시청자에게 티셔츠를 선물 받은 사람.jpg 14 11:52 1,653
3109091 기사/뉴스 외신도 주목한 ‘홍명보 美재출국’ 이유…“살해 위협 받았다” 9 11:52 438
3109090 기사/뉴스 접근금지 명령에도…전 남친 습격에 끝내 숨져 11:52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