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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에는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시티 버스가 다닌다. 영어 표기가 재미있다. ‘City’가 아니라 ‘Sea Tea’다. ‘바다와 커피(차)의 도시’다운 명명이다. 강릉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푸른 바다를 만끽하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신다. 한데 이것만으론 아쉽다. (중략) 솔숲을 물들이는 미디어 체험부터 해변을 적시는 라이브 공연, 활기 가득한 야시장까지. 강릉의 밤을 색다르게 누리는 법을 알려드린다.

강릉에는 숨은 보석 같은 관광지가 많다. 경포호 옆 초당동에 자리한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지난해 내비게이션 ‘티맵’ 검색 순위에서 강릉 관광지 중 56위에 불과했다. 조선 시대 문인 남매를 기리는 공간이어서 요즘 취향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었다. 울울한 솔숲이 좋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산책 삼아 찾거나 문화 행사가 있을 때 붐비는 정도였다.
요즘 이 공원이 달라졌다. 매일 밤 주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주말에는 주차장에 빈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2일 강릉시가 57억원을 들여 만든 ‘하슬라강릉 이머시브 아트쇼(이하 하슬라강릉)’가 공원 한편에서 시작하면서다.

이름이 어렵다. 당최 무슨 쇼일까? 하슬라는 강릉의 옛 지명이다. 큰 바다와 밝은 해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이머시브 아트쇼는 LED 화면과 조명, 웅장한 음악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한 미디어 체험을 말한다.
지난달 26일 오후 8시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을 가봤다. 솔숲으로 들어서니 테마파크에 온 것 같았다. 스모그가 낮게 깔렸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조명이 반응했다. 지름이 약 2m인 나무 그루터기에서는 다섯 색깔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숲 안쪽에는 폭 4.7m, 높이 8.7m에 달하는 대형 LED 화면이 소나무 사이에 서 있었다. 이 화면에서 달을 소재로 한 영상이 나왔다. 과거 선비들이 경포대에서 5개의 달을 감상하며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솔직히 스토리는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조명과 음악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JTBC 프로그램 ‘슈퍼밴드 2’에도 출연한 국악인 박다울씨가 배경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네 번째 달의 전설 대목이 절정이었다. 불꽃 축제처럼 조명 쇼가 벌어지자 모든 관람객이 탄성을 내며 스마트폰으로 기기묘묘한 장면을 촬영했다.
하슬라강릉은 여느 몰입형 미디어와 달리 숲에서, 그것도 무료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관람 위치에 따라 화면이 잘 안 보이는데, 관람객 편의를 위한다고 소나무를 자르지는 않았단다. 미디어아트가 소나무에 어른거리는 모습도 근사하다. 강릉시 김근철 관광개발과장은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도록 송림을 훼손하지 않고 공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올여름 강릉에서는 첨단 미디어뿐 아니라 친숙한 라이브 공연도 감상해야 한다. 지난 5월 15일 안목해변과 강문해변에서 ‘버스킹 웨이브 강릉’이 막을 올렸다.
두 해변에는 카페가 줄지어 있다. 강릉의 여느 해변과 달리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보다 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러 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 카페인 충전이 필요 없는 저녁 시간이면 두 해변 모두 한산해지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는 날은 예외다.

버스킹 웨이브 강릉은 5~9월 둘째, 넷째 주 금·토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강릉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약 30팀이 백사장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다. 관객 투표를 거쳐 우수 팀도 선정한다.
지난달 26일 오후 7시 6인조 색소폰 그룹 ‘하슬라 빅밴드’가 안목해변 무대에 올랐다. 쿨의 ‘아로하’, 비틀스의 ‘오브라디 오브라다’ 등 익숙한 곡이 이어졌고, 관객은 손뼉 치고 춤도 추면서 밤바다의 낭만을 만끽했다. 하슬라 빅밴드의 리더 최승복(55)씨는 “우수 팀으로 선정돼 올가을 강릉커피축제에서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야식을 즐길 차례다. 굳이 ‘강릉 야식 맛집’을 검색할 필요는 없다. ‘월화거리 야시장’으로 가면 된다. 월화거리는 옛 철길을 활용해 만든 공원으로, 5~10월 금·토요일 오후 6~11시 장이 선다.
바로 옆에 ‘전국구 맛집 시장’ 중앙시장이 있는데 굳이 야시장을 찾아야 하냐고? 감성이 다르고 메뉴도 다르다. 탁 트인 공간에 들어선 40여 개 매대에서 색다른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다. 태국 볶음국수, 미국 남부식 바비큐 등 주변 식당에서 팔지 않는 음식만 선보이고, 술은 안 판다. 대신 야시장 음식을 포장해 술집에서 먹어도 된다. 분수 쇼와 버스킹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방문객 대부분이 20~30대이고, 외국인도 꽤 많다.
서울에서 온 직장인 최지윤(29)씨는 “중앙시장을 찾았다가 색다른 분위기에 끌려서 와봤다”며 “야장(야외에 테이블을 두고 영업하는 술집) 느낌이 나면서 음식 맛도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