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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소비] ① 초등교실까지 번진 '혐오놀이'…"재밌으면 그만"

무명의 더쿠 | 07-02 | 조회 수 1381

일상화된 조롱·혐오…"초등 4학년 교실서도 '홍어' 표현"

혐오표현 온라인서 무분별하게 유통…교사 4명중 3명은 '대응에 어려움'

 

경기지역 초등교사 정모(35)씨는 2일 "예전에는 일부 고학년 학생들이 쓰던 일베 용어가 이제는 저학년까지 내려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어린 나이 때 학습한 용어와 놀이 문화는 습관처럼 굳어져 중·고등학교 때는 더더욱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며 "그때는 교사들이 지도하더라도 고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혐오 표현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재미'와 '놀이'라는 이름으로 일상 언어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은 이런 혐오 문화가 교실을 넘어 밖으로 드러난 사례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일부 학생들의 단순한 일탈이 아닌 학교에서 놀이처럼 퍼진 '혐오 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로 보고 학교와 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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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화환 놓인 배재고
근조화환 놓인 배재고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지난 달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했던 사건을 연상케 해 공분을 샀다. 2026.7.1 scape@yna.co.kr

◇ 좌빨·홍어·짱깨 "유행어처럼 재미로 써요"

"'민주화'라는 말을 정말 많이 써요. 원래 뜻 말고 다른 의미로…'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라는 말도 많이 쓰고요. 그래도 제일 많이 쓰는 건 여자 관련된 말 같아요.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 때려야 한다) 같은 거…"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김모(16) 양은 1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또래 친구들, 특히 주변 남학생들의 언어 습관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냥 별생각 없이 (혐오 용어를) 쓰는 것 같다.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서라거나 다른 의도를 가진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 양과 함께 있던 같은 반 김모(16) 군 역시 "정확한 뜻을 알고 쓰는 애들은 아마 없지 않을까 한다"면서 "정치에 관심 있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유행어처럼 재미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에 대해선 "상대가 광주에 있는 학교라는 걸 노린 구호라서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평소에 (비슷한 말을) 계속 써왔는데 별문제가 안 되니 경기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쓴 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교실 곳곳에서 학생들이 재미를 이유로 혐오 표현을 자주 쓰는 현실을 엿보게 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혐오·조롱 표현은 다양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작년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현직 초·중·고교 교사 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극우화된 혐오 표현에는 '부엉', '노무노무', '문재앙', '최고 빨갱이 김대중' 등 전현직 대통령을 비하한 내용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에 학생들은 '짱깨', '좌빨', '빨갱이' 등 중국 및 정치 혐오 표현을 많이 쓰고 젠더 및 여성 혐오, 정치·역사 왜곡, 소수자 혐오, 지역 비하, 세대 비하 등의 혐오 표현도 내뱉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이런 '혐오의 놀이화'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등교사 이 모(36) 씨는 "아이들끼리 있을 때는 물론이고 교사를 향해서도 언어폭력에 가까운 혐오 용어를 쓸 때가 있다"며 "장기자랑에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유행인 모욕적인 노래를 하는 아이도 봤다"고 말했다.

혐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연령대도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작년 11월 낸 '청소년 혐오 표현 대응의 인식-실행 간극 해소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현직 교사의 68%는 '학생들의 혐오 표현을 5∼6년 전보다 더 많이 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온라인 조사에는 초·중·고교 교사 200명이 참여했다.

 

◇ 어떻게 혐오 표현 쓰게 됐나…"무분별한 온라인 유통 심각"

학생들이 혐오 표현을 많이 쓰게 된 데는 온라인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지난달 30일 배재고 야구부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내고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비하적 밈(Meme)과 혐오 표현들이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청소년들이 차별·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중복선택 가능)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0%(167건)로 가장 많았다.

또 '주변 또래의 영향'이 27%(154건)로 뒤를 이었고 '차별·혐오 인식 부족'이 21%(120건), '언론·미디어 노출'이 16%(89건)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교사들은 혐오 표현 증가의 주된 원인을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며 "특히 유튜브, SNS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무분별한 유통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치관이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은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 과정에서 혐오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 정치적으로 편향된 온라인 매체들은 조회 수를 높이려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온라인 세계에 빠질수록 혐오 표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 5월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6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6명 중 1명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자기통제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학생들의 혐오 표현에 교사는 '무기력'…교총 "교권 강화 필요"

상황이 심각하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큰 문제다.

온라인에서 배운 혐오 용어나 왜곡된 역사의식을 또래들끼리 소비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이를 파악하거나 학교가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연합뉴스에 "학교에 붙잡아둘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몇 시간뿐이고 나머지는 친구들끼리 있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라면서 "아무리 학교에서 지도한다고 한들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 겸 교사노조 대변인도 "선생님들이 정색하고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 봤자 '우리 농담한 거예요, 아무 의미 없어요'라고 하면 지도하기가 너무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올바른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학부모 민원이 들어올까 교육 활동이 위축된다"면서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교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 교사 10명 중 8명은 학교에서 극우화된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나 '극우 혐오 표현 발생 시 직접 대응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교사가 75.2%나 됐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의 혐오 발언이 늘어난 배경에는 교권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총은 "학생 간 부적절한 언행이나 행동에 대한 정당한 훈육조차 정서적 아동학대로 교원을 신고하고 악성 민원의 빌미가 되는 상황에서 교원들이 부적절한 언행을 목격하고도 소신 있게 지도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교권 강화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1일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고 지역을 비하하는 행위는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며 민주시민교육 강화와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주장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607011743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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