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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엔하이픈·보넥도, 부산行…하이브 '문화적 반도체' 투자

무명의 더쿠 | 11:36 | 조회 수 1382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003/0014039668

 

방탄소년단 지난달 부산 공연·'더 시티' 프로젝트 성료
보이넥스트도어·엔하이픈 부산 첫 콘서트 주목
"지역 대중음악 공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강력한 모터 역할"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K-팝의 화려한 영토 확장 뒤에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음악 시장의 지독한 '수도권 집중화'라는 거대하고 완강한 벽이 존재해왔다. 수만 명의 관객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 인프라와 무대 장치를 실어 나르는 물류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와 글로벌 관객을 수용할 배후 시설이 서울과 그 인근에만 기형적으로 고착화된 탓이다. 이로 인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최상위 체급의 K-팝 그룹이라 할지라도, 국내 투어만큼은 수도권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역설적인 '문화적 고립'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엔하이픈(ENHYPEN),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보넥도) 등 하이브(HYBE) 레이블즈 소속 그룹들이 잇따라 부산으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하면서, 대중음악 산업 전반에 신선하고도 묵직한 균열을 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서울 공연의 일회성 지방 연장선이 아니다. 가장 지역적인 공간에 내재된 서사 속에서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길어 올리려는 하이브 특유의 공간 철학과 지역 상생의 미학이 맞물린 정교한 서사시의 연장선이다.
 

돔과 아레나를 품은 일본의 토대 vs 인프라 가뭄에 가로막힌 국내 현실


가까운 일본의 대중음악 생태계는 국내 기획사들에게 언제나 선망과 비교의 대상이었다. 대한민국 인구수(약 5160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두터운 내수 시장을 정초한 일본(약 1억2310만 명)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전국 주요 거점 도시마다 아레나와 돔급의 거대 공연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구축해왔다. 이러한 물리적 토대 덕분에 일본의 스타들은 자연스럽게 전국 투어를 돌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팬덤 역시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문화를 향유하는 '지방 분권형' 생태계를 조화롭게 유지해왔다.


반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척박함을 넘어 황폐하기까지 하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천문학적인 무대 제작비와 거대한 물량이 투입되는 K-팝 아이돌의 콘서트를 비수도권에서 개최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무모한 모험으로 치부됐다. 나훈아나 최근의 임영웅처럼 압도적인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가수의 전국 투어나 소규모 공연을 제외하면, 거대한 세계관과 무대 장치를 동반하는 대형 아이돌 그룹이 지역 거점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들이 수도권 집중이라는 산업적 불가능을 뚫고 부산을 지속적으로 노크하는 행보는 대중음악사적으로 특기해야 마땅하다.
 

데이터의 서사로 증명된 부산의 잠재력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가 집계한 '2026년 1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2026년 1월1일~3월31일(공연일자 기준))은 국내 대중음악 공연의 지독한 쏠림 현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이라는 공간이 품은 독보적인 잠재력을 수치로 증명해낸다,


해당 기간 전산 발권된 전국 대중음악 전체 공연 건수는 1012건, 공연 회차는 1680회에 달했다. 이 중 서울에서 열린 공연은 676건으로 전체의 66.8%를 차지했고, 공연 회차는 1231회로 무려 73.3%에 육박했다. 경기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비중으로 시야를 넓히면 공연 건수 기준 76.4%, 공연 회차 기준 81.7%라는 압도적인 수치가 도출된다. 시장의 8할 이상을 수도권이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완강한 독점 구조 속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저항선을 구축한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부산은 비수도권 지역 중 가장 높은 공연 건수(6.0%)와 공연 회차(4.7%)를 기록했다. 진정한 가치는 티켓 소비력에서 드러난다. 부산의 티켓 예매수 비중은 9.9%, 티켓 판매액 비중은 10.6%에 달했다. 이는 공연이 열리는 횟수나 건수에 비해 실제 관객들이 지갑을 열고 축제에 참여하는 밀도가 훨씬 높음을 뜻하며, 부산이 명실상부한 '제2의 문화 수도'이자 잠재적 허브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향후 발표될 2분기와 3분기의 지표다. 지난달 부산 전체를 붉은빛으로 물들인 방탄소년단의 아시아드 주경기장 콘서트와 'BTS 더 시티 아리랑 인 부산' 프로젝트의 의 막강한 화력이 이 시기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방탄소년단은 6월 12~1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연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부산'에 11만 아미를 불러 모았고, 같은 시기 전후로 전 세계에서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도시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 넣은 '더 시티 부산'을 성료했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의 순차적 군 복무 직전인 2022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옛 투 컴 인 부산'을 연 적이 있다.

여기에 보이넥스트도어의 첫 부산 단독 콘서트(8월 1~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엔하이픈의 자체 최대 규모 월드투어 '블러드 사가' 부산 공연(8월 8~9일 사직실내체육관)의 지표가 더해지면, 비수도권 대중음악 시장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퍼센트는 역사상 전례 없는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브가 뿜어내는 문화적 에너지가 단순히 한 기업의 매출을 넘어, 지역 대중음악 공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강력한 구동 모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하이브가 보여주는 이러한 거시적 행보는 국내 거대 기업들의 핵심 투자 패러다임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호남권에 반도체, AI 등의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것처럼, 하이브는 자신들이 가진 무형의 문화 자산을 비수도권 핵심 거점에 이식하는 '문화적 반도체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격이다.

방탄소년단의 '더 시티' 부산 프로젝트에서 확인됐듯,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의 이흥용 과자점을 비롯해 모모스커피, 고래사어묵 등 부산을 대표하는 현지 F&B 브랜드 12개사와 협업해 26개의 전용 메뉴를 개발하고, 관광기념품점의 일 매출을 전년 동월 평균 대비 최대 316%까지 폭등시킨 현상은 대기업의 자본과 지역의 인프라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상생의 시너지를 증명한다. 이는 도시의 해양 자산과 일상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로 재정의하는 고도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지역적 특성의 세계화)' 전략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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