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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적자에도 이어온 17년…CJ '저단백 햇반'의 소명

무명의 더쿠 | 06-30 | 조회 수 1434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R&D센터장이 말하는 식품기술의 미래
 

 

"돈을 더 받아도 좋습니다. 제발 생산중단만 하지 말아주세요."

 

17년이 지난 지금도 정효영 CJ제일제당 한국 R&D센터장(50·경영리더)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말이다. 희소 질환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건넨 부탁이었다.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햇반보다 생산 시간이 10배 이상 걸리고 제조원가는 두 배가 넘는다. 효율도 수익성도 낮다. 기업이라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2009년 첫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돈을 벌려고 만든 제품이 아닙니다. 그룹 차원의 지원과 소명 의식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지속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햇반 저단백밥의 출발은 시장조사도, 신사업 전략도 아니었다. 2009년 PKU(페닐케톤뇨증) 환아를 둔 한 직원의 건의가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에는 저단백 즉석밥이 없어 일본 제품에 의존해야 한다는 호소였다. 즉석밥 시장을 만든 CJ제일제당이라면 저단백밥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부탁이었다.

 

정 센터장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없었다"며 "회사 차원에서 빨리 만들자고 방향성이 정해졌고 연구소와 공장이 함께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기술이었다.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즉석밥과 전혀 다른 공정을 거친다. 단백질 분해 효소를 투입한 뒤 오랜 시간 반응을 유지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기준을 벗어난 쌀은 모두 폐기했다.

 

"쌀을 정말 많이 버렸어요. 교대로 밤을 새워가며 겨우 완성한 표본이 이동 중에 바스러져 좌절한 적도 많았죠."

 

24시간 넘게 이어지는 시험 생산을 반복했다. 기존 생산 라인이 멈춘 심야 시간마다 공정을 돌리고, 날이 밝으면 다시 연구를 이어갔다. 밤새 공장을 지킨 뒤 아침 방송 촬영을 하러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건강한 사람에게 햇반은 수많은 즉석밥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희소 질환 환우들에게 저단백밥은 단순한 대체식이 아니었다.

 

출시 이후 매년 참석한 PKU 환우 가족 캠프에서 그는 저단백밥으로 떡과 김밥을 만들며 기뻐하는 부모들을 만났다. 평생 먹지 못했던 음식을 아이에게 처음 만들어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제야 저단백밥의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응용메뉴뿐만이 아닙니다. 주식인 밥을 저단백으로 만들면 환우들은 그만큼 다른 단백질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게 됩니다. 메뉴 선택권을 늘려주는 셈이죠."

 

정 센터장이 17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이 제품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한 끼를 만드는 기술. 정 센터장이 20년 넘게 매달려온 소명이자 철학이다.

 

"엄마 밥보다 햇반이 더 맛있다"는 말의 비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엄마 밥보다 햇반이 더 맛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햇반의 공정과 기술을 알고 나면 이것이 농담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정 센터장은 웃으며 "비결은 도정"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즉석밥은 이미 도정된 백미를 사용하지만 햇반은 현미 상태로 원료를 들여와 공장에서 직접 도정한다. 계절마다, 품종마다 달라지는 쌀의 상태를 분석해 도정 조건을 바꾸고 도정 직후 바로 밥을 짓는다. 그는 "같은 쌀도 계절마다 모두 다르다"며 "소비자 입맛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연구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기술은 햇반에서 끝나지 않는다. 햇반컵반, 비비고 죽, 저혈당밥, 저단백밥까지. 제품은 다르지만 뿌리는 하나다.

 

햇반은 고수익 사업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바이오와 물류를 포함해 4.5% 수준이다. 그럼에도 3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회장의 뚝심 덕분이다. 정 센터장은 "소비자의 식생활을 바꾸는 제품이라면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회장님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17/0001149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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