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 뺏기고 ‘뒷북 성명’만…정보력·전략 참패에 멈춰 선 TK
‘지방 분산’ 기류 몰랐던 대구·경북, 골든타임 놓치고 안방서 읍소만
‘원팀’ 꾸려 RE100·용수 내밀며 중앙부처 압박한 호남과 극명한 대조
수백조 규모 ‘알맹이’는 충청·호남으로, TK는 ‘구색 맞추기’ 전락
“말뿐인 단체장, 배수진 쳐라” "삭발이라도 해라" 끓어오르는 주민 분노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투자가 호남권과 충청권으로 향하며 대한민국 첨단산업 지도가 전면 개편되고 있지만, 대구·경북(TK)의 시계는 멈춰 서 있다.
지역의 미래 명운이 백척간두에 걸린 상황에서도 TK 지역 정치권은 무관심했고, 지역 단체장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최근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서야, 정부의 반도체 투자 편중을 규탄하며 "정치적 논리로 국가 첨단산업을 풀지 말라"는 입장문을 각각 발표했다. 지역 이익을 위한 호소였지만, 냉혹한 유치전의 현실 속에서는 '무기력한 구호'에 불과했다. 입장문 발표 이후 대통령실이나 중앙정부를 향한 실질적인 압박이나 후속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정보력마저 참패…'반도체 지방 분산' 기류도 몰랐던 TK
가장 뼈아픈 대목은 TK 지자체와 정치권이 중앙정부의 정책 기류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수도권 비대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의 지방 분산'이라는 거대한 밑그림을 물밑에서 그려왔다.
그러나 TK 지자체들은 이러한 핵심 정보망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청권과 호남권이 정부의 분산정책 기조를 미리 파악하고 맞춤형 제안서를 준비할 때, 대구시와 경북도는 손을 놓고 있었다.
TK 출신의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반도체 지방 분산 흐름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TK 지자체들은 이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해 초동 대처에 완전히 실패했다"며 "정보력이 이토록 처참한 수준이니 유치전략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TK 지자체와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핵심인 반도체 제조공장(FAB) 등 굵직한 투자는 정부의 압박 속에 충청과 호남으로 쏠리고, TK는 구색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 입지 조건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구미의 상황은 TK의 씁쓸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미는 대규모 신규 반도체 팹 유치 대신, 기존 삼성전자 사업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및 가전 제조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를 단번에 견인할 '핵심 반도체 산업 유치'라기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달래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호남은 '초광역 원팀'에 '맞춤형 인센티브'로 승부수…뼈아픈 TK의 현실
경쟁 지자체들의 치밀하고 공격적인 행보는 TK의 안일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특히 호남권 단체장과 정치권은 원론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입맛에 맞춘 생존전략과 전방위적인 로비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초광역 연대'였다. 광주와 전남은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고, 일찌감치 '초광역 반도체 특화단지 공동 유치'를 위한 '원팀(One-Team)'을 결성했다. 광주의 AI 인프라와 전남의 넓은 부지를 결합해 중앙정부에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제안서를 들이밀었다.
이들은 무작정 균형발전을 핑계로 "우리도 달라"고 떼쓰지 않았다. 철저히 기업 맞춤형 인센티브를 무기로 삼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필수 과제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해 풍부한 일조량과 해상풍력 인프라를 강조했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풍부한 공업용수와 전력망을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으로 기업과 정부를 설득했다.
또한 여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중앙부처를 향한 전방위적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광주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팹 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주도했고, 단체장들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을 독대하며 유치 논리를 펼쳤다. 그 결과, 최근 산업부 장관이 직접 "새로운 반도체 단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호남지역 투자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성과까지 이끌어냈다.
◆"안방에서 언론 플레이만"…끓어오르는 지역의 분노
타 지역 단체장들이 서울에서 밤낮없이 뛸 때, TK 단체장들은 안방에서 '뒷북 읍소형' 언론 플레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결정이 기울어진 뒤에야 '정치 논리'를 운운하며 뒷북을 치는 것은 무능을 감추기 위한 책임 회피"라고 직격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무기력한 대응은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산업 현장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대학 반도체 관련학과 재학생 이모씨(24)는 "정부 발표를 볼 때마다 대구·경북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허탈감만 든다. 단체장들이 말로만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를 외칠 게 아니라, 대기업 투자 하나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중앙에 올라가 삭발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 소재 중소 부품업체 대표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타 지역에 다 뺏기면 지역의 기존 생태계마저 붕괴된다. 단체장들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배수진을 친 채 대통령을 독대해서라도 지역의 생존권을 요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뒷북 성명서 한 장 뒤에 숨기엔,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절박하다.
신진교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산학연구원 원장)은 "대구·경북이 정치적으로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알아서 챙겨주기를 바라는 시대는 끝났다"라며 "지금 당장이라도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은 타 지역처럼 실효성 있는 무기를 쥔 채 직접 기업의 수장들을 찾아다니며 유치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수 기자 sslee@idaegu.com
https://v.daum.net/v/20260628143504598
투표만 잘했으면 뭐라도 건졌을건데 호남에 유치된 걸로 엄청 발작하던데 그만하고 그냥 받아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