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된 도서관, 기부채납 ‘좋은 예’라지만…강북에 있으면 안 될까요?[올앳부동산]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공공기여 적절한 배분인가
여의도에 이미 공공도서관 2개, 인프라 중복 지적도
시설 대신 ‘현금’ 납부로 광역 공유 가능…지자체 의지 문제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입구가 있는 선큰정원에 지난 16일 앉아있다 . 허남설 기자
한국의 명실상부한 금융중심지,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로 일대를 걷다 보면 아래로 움푹 꺼진 선큰(sunken·땅을 파서 만든 광장)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선큰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려다본 하늘은 찌를 듯이 높이 솟은 빌딩 네 채에 둘러싸여 있다. 선큰 한가운데엔 조경수로 둘러싸인 인공연못이 있고, 분수에선 물줄기가 부드럽게 나온다. 선큰 양쪽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공간엔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누러 온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그 계단식 공간 사이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문이 하나 보인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으로 통하는 입구다.
입주민에게 아침·점심 식사를 준다는 매매가 50억~60억원의 고급 아파트 이름이 들어갔지만, 뜻밖에도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립도서관이다. 영등포구가 운영하고 있다. 옛 MBC 사옥 부지를 재건축해 2023년 지상 49층에 454가구 규모의 브라이튼여의도 아파트를 지으면서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대가로 기부채납한 시설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열람실. 허남설 기자
일단 여의도뿐만 아니라 여의도 밖 주민들도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개관해 약 두 달 만에 12만명이 방문했다. 서울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한강, 백화점 등에 가까운 입지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관계자는 “가족 단위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인근 한강에 놀러 간다든지 하는 등의 패턴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산자락에 있는 구립도서관과 달리 여의도에 있다 보니 직장인들이 식사 전후로 들리기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간 디자인 등 기획의 역할도 거론된다. 방문객들이 남긴 SNS 등 후기를 보면 ‘마치 잘 꾸민 카페나 대형서점 같다’는 인상평을 내놓는다. 고급 아파트 조망용으로 조성한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한 열람실, 그 열람실들을 하나의 단순한 동선으로 연결해 산책하듯 관람할 수 있는 공간 구성, 각 열람실마다 달라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가구와 조명 등 기획 의도가 들어맞은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열람실. 허남설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영어 키즈카페도 설치돼 자녀 동반 방문객 수요를 이끌고 있다. 2시간 기본 이용료가 3000원으로, 민간 영어 키즈카페 요금이 3만~5만원에 이르는 곳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아주 저렴한 편이다. 도서관엔 별도 영어 자료실도 있다. 영등포구는 “국제금융도시라는 여의도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도서관을 두고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여의도 주민과 지역의 요구를 반영한 공공기여의 ‘좋은 예’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시야를 서울 전체로 넓히면 공공기여의 근본 취지인 ‘개발이익 공유’란 관점에서 한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은 기부채납 시설을 두고 2021년부터 3년 가까이 주민과 구청이 줄다리기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영등포구는 운영 비용 부담 등을 들어 기부채납 면적 일부만 도서관으로 쓰고, 나머지는 주민센터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현재 영등포구는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에 “1971년 여의도 시범아파트 조성 이후 여의도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대형 공공문화시설”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관계자는 “여의도에 상업공간은 많지만, 이용자가 편안하게 쉬어갈 만한 문화공간은 없다”고 했다. 조성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긴 했으나 ‘주민 요구를 반영한 공공기여 시설’로 규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민 인식과는 별개로 여의도에 실제 도서관이 부족했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엔 이미 구립 여의샛강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엔 작은도서관·마을도서관 등을 제외하면 신길동, 대림동, 문래동, 양평동, 당산동에 구립도서관이 하나씩 있다.
반면 여의도의 행정동인 여의동엔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조성으로 구립도서관만 두 곳이 됐다. 지난 5월 기준 여의동 인구는 약 3만4000명으로, 신길동(9만3000여명)이나 대림동(4만5000여명)에 비해 적다. 그럼에도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은 약 1000평(3488㎡) 규모로 영등포구에선 신길동 신길도서관 다음으로 크다.
공공기여는 특정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유한다는 취지인데, 과연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을 ‘적절한 자원 배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주택 정책 경험이 풍부한 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남·여의도 등 평지에 한강 접근성이 뛰어나고, 근처 업무지구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입지에서 정비사업이 더 활발할 수밖에 없다”며 “용적률 상향 등 대가로 받는 공공기여 시설이 다시 해당 지역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 공공기여 관련 제도엔 이 같은 한계에 대한 보완책이 있다. 바로 공공기여를 ‘시설’이 아닌 ‘현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국토계획법상 그 현금을 정비사업을 진행한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쓰는 것 또한 가능하다. 브라이튼여의도 아파트에서 공공기여금을 받아 지구단위계획구역인 여의도금융지구 밖 영등포구 다른 행정동이나 아예 서울시 다른 자치구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020년 서울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현대차그룹이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면서 용적률 혜택 등으로 발생한 공공기여금 약 1조7000억원을 ‘강북 균형발전’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도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공기여금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다른 지역으로 공공기여금 반출 시 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정비사업자나 재건축조합의 요구만 들어주는 격이 될 수 있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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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54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