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전 환경부 “영산강 물 부족, 여수산단 공급도 우려”
[팩트 체크] 반도체 공장 핵심, 용수는 충분한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호남에도 물은 충분하며 글로벌 첨단기업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공장 설립을 계획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용수 부족 우려를 반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도 물이 없는 지역에 공장을 짓도록 권유하지 않는다”면서 정치적 입장을 떠난 전국적 상생 공존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같은 날 “영산강·섬진강 유역 7개 댐의 수계 조정과 여유 용량 활용으로 하루 100만㎥ 이상의 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자신감은 그러나 불과 2년 반 전 정부가 최상위 물 관리 법정계획에서 진단한 호남의 물 사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본지가 입수한 2023년 11월의 ‘제1차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유역물관리종합계획(2021~2030)‘에 따르면, 호남이 심각한 용수 부족과 가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게 당시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진단이다. 광주를 포함한 영산강 유역은 용수 자립도가 20%대에 불과해 섬진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수국가산업단지조차 물 부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단지의 수요조차 버거운 호남에 하루 수십만t의 물을 쓰는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면서,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물 부족 경고를 뒤집을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현 정부가 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 물관리 계획 “여수 산단 물 부족” 전망
물관리종합계획은 5대강 유역별 물 관리 현실을 진단하고, 이후 10년간 물 관리 정책과 자원 배분 기준을 담은 첫 국가계획이다. 여기에 따르면, 광주·전남을 관통하는 영산강 유역은 생활·공업 용수 수요의 73%를 섬진강 유역(주암댐·동복댐)에서 끌어쓰고 있으며 자체 용수 공급 능력은 27%에 불과하다.
이 계획에서 환경부는 “영산강은 물그릇 자체도 작은데 농업용수 비중이 높아 평소 최소한의 유량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영산강의 평균 수질은 5대강 중 압도적인 최하위로 진단됐다. 강물이 메마른 상태에서 광주 등에서 나오는 방류수가 갈수기 강물의 70%를 채우다 보니 오염에 극도로 취약한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었다.
호남의 젖줄인 섬진강 수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섬진강댐은 일일 공급량의 83%를 전북 동진강 유역으로 보내고 있고, 주암댐(65%)과 동복댐(100%) 공급수 역시 영산강 유역으로 흘러 들어간다. 환경부는 “유역 간 물 갈등이 상존하며 이로 인해 기존 여수산단의 공업용수 부족량이 2025년 이후 하루 최대 20만m³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와 무관하게 이미 물 부족 경고등이 켜져 있었던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기존 산단 수요도 감당 못하는데 하루 수십만t의 초순수(超純水)가 필요한 반도체 팹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용수 충분하다는 근거 제시해야”
반도체 공장은 단 1초라도 용수 공급이 중단되면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정부 약속만 믿고 기업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하루 100만t 추가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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