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핫게 가지 않더라도 그냥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는 글...jpg
6,159 15
2026.06.28 23:03
6,159 15

하루는 내 동생과 한 이불속에서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떨었다. 
당시 그녀는 고3 이었고 나는 스물일곱. 8살 터울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나이차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수학 성적이 좋아서 이과를 선택한 수현이는 고3이 되었지만 한달인가 
지나서 갑자기 사진을 공부하고 싶다고 부모님 속을 엄청 썩이고 결국 
사진기를 손에 쥔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중앙대에 가고 싶어, 언니. 근데 사진과는 서울캠퍼스가 아니고 지방에 
있어서 집에서 통학하기 쉽지 않을텐데 어쩌지?' 

'그럼 나랑 둘이 따로 나와서 살자. 언니가 얼른 앨범내고 돈 벌고 차 뽑아서 데려다줄게.' 

'내가 언니랑 따로 산다고 하면 엄마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걱정마, 너 사진 공부 하는 것도 내가 우겨서 허락받은건데... 어디쯤에 집을 구하면 니가 학교 다니기에도 내가 홍대 가기에도 편할까?' 

다음날 동생은 청량리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난 만원인가를 쥐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는 청량리역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내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내가 계란 흰자를 좋아하고 그녀는 계란 노른자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나는 닭가슴살을, 그녀는 닭다리를 좋아해서 치킨을 한마리 시켜도 사이좋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엄마가 밥먹으래'라는 한마디가 하루 중 우리의 유일한 대화일 때도 많았고

내 옷을 말없이 가져가는 것에 미칠듯이 분노하며 엄마가 내 동생을 혼내는 날엔 나 역시 엄마편을 주로 들곤했지만 나에게는 역시 내 동생 뿐이었다. 

청량리역에서 사진을 찍던 동생은 이유없이 포크레인에 깔려 즉사했다. 
병원에는 경찰도 오고, 포크레인 회사 사람, 철도청 사람, 방송국, 신문 기자들이 왔다. 

3일이면 충분한 장례식장에 11일을 머물렀다.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것은 엄마가 했던 말이었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거야. 
밤이 오면 옥상에 올라가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녀가 죽기 바로 전 날, 새벽까지 우리가 그렸던 내일이 난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중앙대에 갈 수 없고, 사당 근처에서 같이 살 수도 없고 내가 돈을 벌고 차를 뽑아도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했다. 
엄마는 매일 아침 밥을 지어야 했고 아버지는 매일 아침 출근을 했다. 
나는 바로 제주도에서 공연이 생겨 웃는 얼굴로 <바나나 파티>를 불러야 했다.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 나는 계속 '내일'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내일은 뭐해?' 하고 물어오면 '내일? 내가 어떻게 알아.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데.' 하고 이야기했다. 

동생을 잃고 나서 얼마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관론자가 되었다. 죽음은 이제 더이상 나에게 쪼글쪼글 할매가 되어서야 맞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서 나를 언제나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도 않았고, 늘 내일 죽을 사람처럼 굴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그냥 다 써버렸고, 살찔까봐 조심스러워했던 식성도 
과격해졌다. 술도 퍼마시고 담배도 피워댔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일'이라는 것을. 
동생뿐이었던 내게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홀랑 데려가버렸던 신의 의도를. 죽기전에 우리가 보낸 새벽을. 그녀의 죽음을. 사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거라는 엄마의 절규를. 그녀의 죽음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깨달아야했고 그걸로 내 삶이 변화해야 했다. 깨닫지 않고서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일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동생의 죽음의 교훈을 알아 내었다. 그 교훈은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시시한 진실. 

그것은 바로 '빛나는 오늘의 발견'이고 '빛나는 오늘의 나' 였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내 동생을 잃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오늘에 충실하는 것.

이것이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여러분이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고문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여러분이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를 바라고, 너무 입고 싶어 눈에 밟히는 그 옷을 꼭 사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늘 보고 싶지만 일상에 쫓겨 '다음에 보지 뭐' 하고 넘기곤 하는 그 사람을 바로 오늘 꼭 만나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100만원을 벌면 80만원을 저금하지 않고 50만원만 저금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고 싶은 옷을 참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음으로 미루는 당신의 오늘에 다 써버리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길 바라고, 당신이 무대위에서 대사를 읊조리고 동선을 고민할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진이 사람들의 호응을 살지, 이 그림이 얼마나 비싸게 팔릴지, 당신의 연기를 사람들이 좋게 봐줄지를 고려하기보다

그저 당신이 원해왔던 행위를 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행복을 더 우선했으면 한다. 

내일 죽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의 오늘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오늘 수중에 돈이 없을때면 맛있는 라면을 먹고 돈이 많을 때 내가 좋아하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먹는게 행복하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거나하게 취하고 다음날 눈을 떠 조금 창피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2009년 5월 22일 뮤지션으로 살아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 하고 이야기했던 엄마는 조금 틀린 것 같다. 수현이는 그 날,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사진을 그 날도 찍을 수 있어서, 찍고 싶었던 청량리역을 찍고 있어서, 내가 쥐어준 만원으로 맛있는 밥을 먹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얼마전 차안에서 그냥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을 듣고 나는 엉엉 울었다. 
이제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흘린 눈물이었다.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일 모레 공연을 위해 오늘 합주를 할 것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란다. 
당신의 내일같은 건 관심도 없다.

- from 요조

DVPqn.png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 이벤트]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옵세션> 막차나잇 시사회 초대 이벤트 66 00:05 6,136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416,80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680,99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078,76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7,100,98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60,83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698,90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99,73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1 20.05.17 8,831,60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704,8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32,35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40065 이슈 데이터 센터처럼 살아라 11:49 28
3140064 이슈 에스콰이어에 첫 등장한 임영웅 11:48 43
3140063 이슈 며칠 전 핫게 갔던 '프로게이머에게 배달 된 타버린 토스트 사건' 구단 측 입장 1 11:48 366
3140062 이슈 늦게 왔더니 강아가 화가 많이 낫어요... 너무무서워 3 11:48 201
3140061 기사/뉴스 일본은 20년 걸렸다.... '돌봄 자살' 차단 압축 설계 11:46 211
3140060 기사/뉴스 “그 시대엔 다 그랬다?”…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이 소환한 ‘의사’ 독립운동가들 4 11:46 309
3140059 이슈 충격적인 귀여운 영상 투척합니다 2 11:45 147
3140058 유머 자꾸 북쪽에서 내려오는 아이돌.. 우리 편이 아닌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 11:45 520
3140057 정보 개인은 팔고 외인,기관은 사는 오늘 주식 시장 3 11:44 542
3140056 유머 통모짜렐라의 반댓말 암? 6 11:43 625
3140055 이슈 감자 캐고 나면 내가 모래에 뭔짓했는지 확인하심 1 11:43 458
3140054 기사/뉴스 코스피 6500선 돌파…전기전자업 급등·보험업도 강세, 코스닥은 약보합 11:43 82
3140053 기사/뉴스 배우 하영 증조부 안상호는 왜 친일인명사전 누락 됐을까 22 11:42 1,264
3140052 기사/뉴스 폭염에 지친 젖소들‥빵집에 생크림이 없다 1 11:42 186
3140051 이슈 일본 공항에서 여권검사할때 앞에 분이 넘 오래 검사하는거에여 그래서 저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일본어로 7 11:42 623
3140050 기사/뉴스 '슈퍼맨 악당' 니콜라스 홀트, '해리 포터' 합류..록하트 役 5 11:41 331
3140049 유머 김재원 청룡에서 고은누나 안아버린 썰 3 11:40 949
3140048 정보 오디세이 개봉 3주차 굿즈패키지 📽️메가박스 : 트로이 목마 뱃지 전원 증정 2 11:39 530
3140047 기사/뉴스 성추행·폭행 삼촌에 "변태XX, 와봐!" 흉기 든 조카, 유죄?…대법이 뒤집었다 8 11:39 573
3140046 기사/뉴스 촬영 금지 일본 온천 혼탕에 카메라 든 한국인 유튜버 "남들도 찍길래".... "나라 망신", 홋카이도 온천 혼탕 체험 영상 논란 25 11:37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