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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유럽, 사망자 속출에도 에어컨 사용 주저하는 이유

무명의 더쿠 | 13:48 | 조회 수 3850

23일 프랑스 파리는 40.3도를 기록했고 남부의 피소스는 44.3도를 기록했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날인 24일 프랑스 전체의 평균 기온은 30도로 전날의 기록을 깨며 1947년 이래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날 전국 평균 기온은 30도였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24일에서 25일까지의 밤 기온 또한 기록을 깼다.

다른 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영국은 전날 50년 만의 6월 최고 기온 기록을 깬 데 이어 다시 기록을 갱신했다. 이날 서남부 메리필드는 36.7도를 기록했다. 25일 스위스도 1947년의 기록을 깨고 6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바젤은 38도를 기록했다. 스페인 또한 6월 최고 기온 기록을 깼다. 24일 스페인 북쪽 항구도시 빌바오는 42.5도를 기록했고 25일 많은 지역의 기온이 38~39도를 기록했다.

2003년의 악몽 떠올리는 유럽국가들

폭염 지도에 따르면 거의 유럽 전역이 빨간색이다. CNN은 프랑스와 영국은 28일 정도가 되면 폭염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은 이번 주말부터 40도 정도의 폭염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다음 주 이 지역의 기온은 평균보다 9~18도 정도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 때문에 사망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계속된 폭염으로 프랑스에서 48명이 익사했고 세 명의 아이가 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는 이미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기온 관련 사망을 모니터링하는 스페인의 모모(MoMo)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폭염 관련 사망자는 213명이었다. CNN과 BBC는 이탈리아에서도 농부와 노숙자 등 5명이 폭염으로 사망했고 독일에서도 여러 건의 폭염 관련 익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벌써 폭염으로 인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유럽 국가들은 2003년의 악몽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500년 만에 가장 더웠던 2003년의 폭염으로 유럽에서는 8월에만 2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1만 5,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해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할 정도였다. 또한 영국 2,000명, 포르투갈 2,100명, 이탈리아 3,100명, 네덜란드 1,500명, 독일 300명 정도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번 유럽의 폭염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이미 5월부터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폭염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포르투갈, 영국, 아일랜드 등은 역사상 가장 더운 5월을 보냈다.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에서 체감 온도는 35~40도를 기록했다. 이런 이유로 5월에 이미 스페인에서는 폭염 관련해 101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5년 폭염 관련 사망을 모니터링한 이후 최고의 기록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익사 등 폭염 관련한 사망자가 7명이었고 영국에서는 15명이 사망했다.

많은 언론이 유럽의 폭염 이유 중 하나로 엘니뇨 현상을 꼽고 있다. 그러나 세계 기후예보 플랫폼인 WFY24의 창립자인 이오아나 베르지니는 <유로뉴스>에 "태평양은 현재 강한 엘니뇨 상황이 아니고 설사 엘니뇨가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유럽 여름에 미치는 영향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유로뉴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해 엘니뇨가 가을과 겨울, 그리고 내년 초에 전 세계에 높은 온도를 야기할 수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서유럽의 폭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보도했다. 덧붙여 엘니뇨가 지구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만큼 심각하지 않다고도 보도했다. 결국 누구나 짐작하듯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폭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유럽은 가장 빨리 더워지고 있는 대륙으로 세계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이 생존을 위해 폭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모색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폭염에 대응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수단인 에어컨 사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CNN은 미국에서는 가구의 약 90%가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럽 가구의 에어컨 사용은 약 20% 정도라도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에서 에어컨 사용률이 낮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가 심화하기 전까지 큰 더위가 없거나 길지 않았기 때문에 에어컨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그래서 여전히 에어컨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비싼 전기 요금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에어컨은 여전히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오래된 건축물의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에어컨 설치가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비율 48%, 한국의 경우 6.2%에 그쳐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정책적인 이유도 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고 에어컨 사용 증가는 이 목표 달성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에어컨 사용이 오히려 기온을 높여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CNN은 파리의 에어컨 사용이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인용해 에어컨 사용 증가가 외부 기온을 2도에서 4도 상승시킬 수 있다며 특히 밀집도가 높은 유럽 도시들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에어컨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다. CNN에 따르면 2022년 스페인은 공공시설의 온도를 27도로 제안하는 규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과 이로 인한 사망자 증가가 예상되면서 유럽 국가들은 탄소 배출 증가와 기후변화를 악화할 에어컨 사용을 대폭 늘릴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여전히 에어컨 사용 확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에어컨 사용을 탄소 배출 증가, 기후변화와 연계해 고민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 가게들은 문을 열고 사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규제하지도 않는 한국의 상황과 대비된다.

유럽의 이런 신중한 태도는 유럽 국가들이 정책과 실행 면에서 탄소 배출 억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1인당 탄소배출량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024년 기준으로 세계 평균 1인당 탄소배출량은 약 4.9톤이었는데 한국은 11.3톤이었다. 반면 프랑스는 4.0톤, 영국은 4.5톤, 스페인은 4.6톤, 이탈리아는 5.1톤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https://v.daum.net/v/202606261118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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