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학도병의 수첩에서 발견된 편지
4,712 48
2026.06.26 13:32
4,712 48

JyJDxy

 

6.25 전쟁에 참전하여 1950년 8월 11일 포항 전투 중 포항여자중학교(現 포항여자고등학교) 앞 벌판에서 전사한 동성중학교 3학년 이우근 학도병(1934~1950)의 옷 속 수첩에서 발견된 핏자국에 얼룩진 편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 1950년 8월 10일, 쾌청 -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2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제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옆에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엎디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엎디어 이 글을 씁니다. 괴뢰군은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희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괴뢰군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저희들은 겨우 71명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비눗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제가 빨아 입은 그다지 청결하지 못한 내복의 의미를 말입니다. 그런데 어머니, 저는 그 내복을 갈아입으면서, 왜 수의(壽衣)를 문득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저희들을 살려두고 그냥은 물러갈 것 같지가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랑 형제들도 다시 한 번 못 만나고 죽을 생각하니, 죽음이 약간 두렵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왜 제가 죽습니까, 제가 아니고 제 좌우에 엎디어 있는 학우가 제 대신 죽고 저만 살아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천주님은 저희 어린 학도들을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살아서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이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댓글 4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스티 로더X더쿠💗 공기처럼 가볍게, 피부에 가장 완벽한 핏! ‘NEW 더블 웨어 스킨 핏 쿠션’ 체험 이벤트 48 09:21 53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562,32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961,31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451,53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233,98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67,74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6 21.08.23 8,624,97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5 20.09.29 7,526,15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4 20.05.17 8,749,24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35,18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37,61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02847 이슈 칼럼 터너(두아리피 남편) 전여친 발언....... 5 09:34 906
3102846 유머 유치원에 알려지면 안되는 아들의 비밀 4 09:34 817
3102845 이슈 우리나라에서 대박나는 남주 원톱물 작품들의 공통점 23 09:32 1,453
3102844 정보 잠시후 맞붙게 될 알제리와 오스트리아의 역대급 축구 악연 3 09:30 1,021
3102843 이슈 맨날 축구 달리던 케톡러들의 월드컵 3차전 경기 감상 1 09:29 1,043
3102842 유머 핑크색 리본을 맨 쥐 09:25 438
3102841 유머 판소리 하는 사람이 겪은 신기한 일 12 09:25 1,496
3102840 기사/뉴스 'K-할머니' 틀 깼다…유튜브서 다시 쓰는 원로 배우들의 전성기 09:25 708
3102839 이슈 [나혼자산다] 박지현이 처음 시도 해 본다는 비니&민소매 패션 38 09:24 2,419
3102838 기사/뉴스 지진 잔해에서 구한 영아…필사의 수색에도 베네수 지진 사망자 1430명 3 09:24 371
3102837 유머 4명한테 러브레터를 받은 당신 23 09:23 1,119
3102836 기사/뉴스 문채원, 오늘(28일) 결혼… 예비신랑 정체는 비공개 10 09:20 2,589
3102835 이슈 [오피셜] 스코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진 사임 33 09:19 3,004
3102834 기사/뉴스 "아픈 것도 서러운데"…먹으면 살찌는 약들, 뭐가 있을까? 6 09:18 1,454
3102833 이슈 요즘 인기 많은 노래인데 AI가 만든거 알고 충격 먹은 사람들 많은 곡 10 09:14 2,446
3102832 이슈 고소득 전문직여성보다 가정주부가 행복합니다 98 09:11 7,996
3102831 유머 6.28 영어 사용 전면금지 선언 31 09:05 6,274
3102830 유머 가자 아시아의 형제여! 7 09:05 2,665
3102829 이슈 내가 본 한국인 중에 제일 자스민 공주같음.jpg 7 08:58 5,647
3102828 이슈 신부의 복을 뺐기위한 풍습 21 08:57 4,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