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전쟁→외인 매도→강달러…악재만 바뀔 뿐, 꺾이지 않는 환율
지난해 초엔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이 1476원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서학개미가 원화 가치를 압박하는 주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외환당국이 국내 시장 복귀계좌(RIA), 국민연금 뉴프레임 워크 등 분주하게 대안을 내놓을 무렵 올 2월 말 중동 전쟁이 터져 환율은 다시 한번 레벨을 높이며 1500원을 넘겼다. 이후 5월 초부터는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위해 주식 매도 폭탄을 던지며 무서운 속도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가자 1560원까지 올라섰다.
지난주 이후부터는 글로벌 강달러가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질적인 종전 합의가 이뤄지면 환율이 100원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A은행 한 외환딜러는 “종전 변수는 최근 외환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자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5월 후 처음으로 101선을 넘겼다.

외환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외환보유액의 운용 수익을 대미 투자 대금으로 송금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유액을 헐어 환율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당국이 환율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카드로 기대하는 건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이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하이닉스가 ADR 발행을 통해 조달한 투자금 약 40조원이 국내 투자를 위해 되돌아오면 1차적으로 외환시장 달러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국이 무엇보다 기대하는 건 외국인이 ADR을 매도해도 원화 환전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단기적인 환율 상승 압력이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ADR 발행이 지나치게 활성화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레버리지 상품을 찾아 떠나는 서학개미를 국내에 잡아놓기 위해 승인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여러 부작용을 낳은 것처럼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부족해지는 국면에선 ADR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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