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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예매'도 부족하다?⋯K팝 팬들이 '기수제' 찾는 이유 [엔터로그]

무명의 더쿠 | 18:24 | 조회 수 2164

K팝 아이돌 콘서트에 '국내 선예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엔하이픈에 이어 에스파와 빅뱅, 스트레이 키즈 등 내로라 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한국 콘서트에서 '국내 선예매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데요. 매크로 등을 활용한 부정 티켓팅, 암표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죠.

 

다만 부정 거래와 암표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선예매 제도와 함께 '팬클럽 기수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특정 기간에만 팬클럽을 모집하는 기수제를 통해 선예매에 참여할 수 있는 팬의 범위를 더 엄격히 가르자는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팬들은 왜 어렵게 도입된 한국 선예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철지난 방식으로 여겨졌던 '기수제'는 왜 다시 소환되고 있을까요.

 

업자와의 피켓팅이 웬 말…'韓 선예매' 도입 배경은
 

엔하이픈은 지난달 서울에서 포문을 연 네 번째 월드투어 '블러드 사가(BLOOD SAGA) 공연 티켓팅 당시 선예매와 일반 예매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선예매 대상을 국내와 글로벌 멤버십으로 각각 구분하면서 K팝 팬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죠.

 

(생략)

 

우선 국내 팬들은 이 같은 선예매 방식을 쌍수 들고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K팝 팬덤이 세계적으로 커진 만큼 글로벌 팬덤이 예매 전쟁을 벌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지만, 동시에 해외 기반 암표상과 대리 티켓팅 업체 등 부정 거래 업자들이 선예매에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 바 있습니다. 실제 관람을 원하는 팬들이 '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내 팬 우선 예매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은 겁니다.

 

정부의 암표 근절 기조도 국내 선예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공연은 물론 스포츠 암표를 정조준한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 공포된 바 있는데요. 이른바 '암표근절법'입니다. 기존에는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만 처벌할 수 있어 고가 재판매 등은 규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개정안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 구매·판매를 금지하고, 신고 포상금 지급과 판매 금액 50배 이하 과징금 부과, 몰수·추징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죠. 여기에 예매처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도 부정 구매·부정 판매를 막기 위한 관리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암표 문제가 단순한 팬덤 내부 불만을 넘어 제도적 규제 대상이 된 만큼, 공연 주최 측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티켓이 대거 암표 시장으로 흘러가거나 부정 예매 논란이 반복될 경우 아티스트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선예매는 팬들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주최 측이 예매 단계에서 부정 거래 가능성을 줄이려 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소환되는 '기수제'


다만 한국 선예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팬에게 먼저 기회를 주더라도 선예매 권한을 상시 획득할 수 있는 한 부정 거래 우려가 상존한다는 지적도 나오죠.

 

이 때문에 K팝 팬들 사이에서는 팬클럽 '기수제'도 재차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거 K팝 팬클럽은 1년에 한 번 정해진 기간에만 회원을 모집하고, '1기', '2기'처럼 기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가입 비용은 4만 원 안팎이었는데요. 이때 공식 팬클럽 키트와 실물 카드를 제공했죠. 모집 기간이 끝나면 다음 기수를 모집할 때까지 팬클럽 신규 가입을 받지 않았죠. 이에 팬클럽 가입은 소속감과 지속성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통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K팝 팬클럽은 언제든 가입할 수 있는 상시 멤버십 형태가 대세가 됐습니다. 글로벌 팬덤이 확대되고 팬덤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언제든지 공식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겁니다.

 

일부 팬들은 이 상시성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콘서트 공지가 뜬 뒤에도 멤버십 가입이 가능하다 보니, 선예매 권한만을 노린 단기 가입자나 부정 거래 목적의 가입을 완전히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죠.

 

또 다른 방식의 부정 거래도 나타납니다. X(옛 트위터), 번개장터 등 SNS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는 아이돌 콘서트 선예매를 앞두고 공식 팬클럽 계정 대여 글이 올라오곤 하는데요. 선예매 권한이 공식 팬클럽에만 제공되다 보니 선예매에 참여하기 위해 이 계정 거래에 금전이 오가는 거죠.

 

팬덤 플랫폼 시대의 딜레마


다만 기수제 부활이 곧장 해법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K팝 팬덤이 국경, 활동 시기와 관계 없이 상시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인데요. 자컨(자체 콘텐츠), 팬덤 플랫폼을 통한 소통, 해외 투어 등을 통해 언제든 새 팬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특정 기간에만 팬클럽 가입을 받는 방식은 글로벌 팬덤 확장 흐름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상시 멤버십은 단순한 '팬 모집' 방식이 아닙니다. 팬클럽은 커뮤니티 이용, 멤버십 전용 콘텐츠, 머천다이즈(MD) 구매, 콘서트 선예매 등과 연결된 팬덤 플랫폼의 핵심입니다. 팬클럽 가입이 곧 플랫폼 체류와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만큼, 상시 멤버십은 팬덤 비즈니스를 연중 가동시키는 부스터가 된 거죠.

 

매출에서도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례로 국내 1위 기획사인 하이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9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5006억원 대비 39.5% 증가했는데요. MD, 라이선싱, 콘텐츠, 팬클럽 등이 포함된 간접 참여형 매출은 29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5.5% 증가했습니다. 이 중 팬클럽 부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8.5% 늘었습니다. 하이브는 "팬클럽 부문 매출은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공연 선예매 수요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죠.

 

이렇다 보니 팬덤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팬클럽 연관 콘텐츠 등을 적극 전개하는 위버스의 1분기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직전 분기 대비 20% 증가한 1337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팬클럽 멤버십이 공연 선예매를 위한 부가 혜택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체류와 소비를 이끄는 핵심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팬클럽이 유료 멤버십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도 설계에 대한 책임도 확대되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엔터테인먼트사와 팬덤 플랫폼사의 팬클럽 유료멤버십 약관을 심사해 환불 제한 등 불공정 조항을 적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팬클럽이 단순 소속감을 부여하는 '팬심'의 영역을 넘어 소비자 거래 상품으로 관리받기 시작한 겁니다.

 

이 때문에 기획사들이 기수제로 돌아갈 가능성은 지금으로서 크지 않아 보입니다. 상시 멤버십은 글로벌 팬덤을 놓치지 않고 플랫폼 안에 붙잡아두는 데 유리할 뿐더러, 팬덤 소비를 연중 이어가게 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팬들의 기수제 요구가 커진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산업적 이해관계와 소비자 보호 문제가 함께 얽혀 있는 실정이죠.

 

생략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59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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