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소비는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모든 지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주택이나 자동차처럼 큰 비용이 드는 소비는 미루는 대신, 비교적 짧은 만족을 주는 소비에 지갑을 연다.
이른바 ‘립스틱 효과’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립스틱처럼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사치재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가의 내구재 구매를 포기하는 대신, 단발성으로 즐길 수 있는 경험이나 기분 전환용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고가 호텔 빙수의 인기도 이러한 소비 심리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학적 관점에서 호텔 빙수는 단순한 식음료를 넘어 ‘과시 소비’와 ‘경험 소비’의 성격을 함께 지닌 상품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음식은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대상이 됐다”며 “호텔 빙수 역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 즉 과시 소비의 측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박이나 코스 요리처럼 수십만 원대의 소비에 비해 빙수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고급 호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소비, 즉 경험 소비로 선택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 업계 역시 빙수를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여름철 시즌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매년 여름 호텔 빙수는 시그니처 메뉴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술과 함께 즐기는 페어링 개념으로 빙수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고, 계절에 따라 딸기 빙수 등 다양한 변주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철 과일을 활용하고 호텔만의 차별화된 레시피를 선보이기 위해 매년 준비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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