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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득은 늘었는데 왜 더 불행할까"…중산층은 붕괴가 아니라 더 위로 갔다

무명의 더쿠 | 06-21 | 조회 수 1802

美 줄어든 중산층, 아래가 아니라 위로 이동
진짜 격차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에서 발생
AI의 생산성 혁명, 빈부격차 극단화 가능성도


경제가 호황일 때라도 '중산층 붕괴'는 주요국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다.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는 그대로고, 가운데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아래로 미끄러진다는 이야기다. 미국 경제를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K자형 경제'도 결이 비슷하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K의 윗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고(K의 아랫선), 가운데가 텅 비어간다는 그림이다. 한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하나증권 이영주 연구원이 최근 미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 '자산배분의 창-우리가 잘못 읽고 있던 K자형 경제'는 이 익숙한 그림에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던 K자 구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산층은 무너진 게 아니라 위로 갔다

 

미국 중산층 비중은 축소됐지만 10만달러 이상의 상위층 비율은 크게 늘었다.

미국 중산층 비중은 축소됐지만 10만달러 이상의 상위층 비율은 크게 늘었다.

 


미국 통계국(Census Bureau)은 가구의 연 소득을 기준으로 계층을 나눈다. 2022년 실질 가치 기준으로 연 3만5000달러 미만이면 저소득층, 3만 5000~10만 달러면 중산층, 10만 달러 이상이면 고소득층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중산층은 분명히 줄었다. 1967년 전체 가구의 54.6%였던 중산층 비중은 2022년 39.1%까지 떨어졌다. 숫자만 보면 영락없는 '중산층 붕괴'다.

 

하지만 보고서는 같은 기간의 다른 숫자를 함께 보라고 말한다. 저소득층 비중도 32.3%에서 23.3%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바로 위쪽이다. 연 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층 비중이 13.1%에서 37.5%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소득 피라미드에서 가운데가 비어버린 건, 사람들이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무너진 게 아니라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간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맞벌이 가구 증가와 ▲여성 교육 수준 향상을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한 사람이 벌던 집에서 두 사람이 벌기 시작했고, 특히 여성의 대학 학위 보유 비율이 1970년 13%에서 최근 40% 수준까지 치솟았다. 고학력 전문직이 늘면서 가구 소득 전체가 위로 끌려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모두 물가를 걷어낸 실질 가치다. 단순한 '물가 착시'가 아니라는 뜻이다.

 

소득은 올랐는데 왜 더 팍팍할까…문제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

 

상위 10%가 미국 경제의 2/3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는 전체의 약 2.5%만 보유하고 있다.

상위 10%가 미국 경제의 2/3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는 전체의 약 2.5%만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중산층은 현실에서 팍팍함을 느낀다. 소득은 명목상 분명히 늘었는데 왜 여전히 "살기 더 힘들어졌다"고 느끼는 걸까.

 

보고서가 짚는 핵심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자료를 보면, 2024년 4분기 기준 상위 10% 가구가 미국 전체 가계 순자산의 약 67%를 쥐고 있다. 반면 하위 50%가 가진 몫은 2.5%에 불과하다. 지난 15년간 초저금리와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는 동안 주식과 집값은 크게 뛰었는데, 자산을 들고 있던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부자가 됐고 자산이 없던 사람은 물가 부담만 고스란히 떠안았다.

 

보고서는 K자의 아랫선을 다시 정의한다. 진짜 약자는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자산을 쌓을 기회에서 밀려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는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자기 형편을 절대적인 소득이 아니라 주변과의 비교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내 월급이 올라도, 옆집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더 빠르게 부자가 되면 만족감은 오히려 떨어진다.

 

요즘은 이런 감정이 'FOMO(포모·자산 상승 흐름에서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로 나타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비교 대상마저 옆집 이웃에서 상위 1% 자산가로 넓혀 놓았다. 소득 기준으로는 어엿한 중산층에 올라섰어도, 자산이 없으면 여전히 불안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AI가 K자를 'I자'로 바꿀 수도 있다

 

소득 증가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는 ①맞벌이 가구 증가 ②여성의 대학 진학 증가가 꼽힌다.

소득 증가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는 ①맞벌이 가구 증가 ②여성의 대학 진학 증가가 꼽힌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보고서는 이 격차를 더 가파르게 만들 변수로 인공지능(AI)을 지목한다.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좋은 기술이지만, 그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전 세계 약 3억 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행정·회계·사무처럼 반복적인 일은 자동화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고 봤다. 중간 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부터 흔들린다는 얘기다.

 

물론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처럼 AI 인프라를 까는 쪽에서는 새 일자리와 투자가 생긴다. 다만 그 초기 과실은 자본과 기술을 가진 기업과 개인에게 먼저 쏠릴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중산층이라도, 자산을 쌓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전혀 다른 현실을 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하면 계층 구조의 가운데는 점차 비어가게 된다. 보고서는 아예 K자를 넘어, 위아래로 쭉 갈라진 'I자형'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도 예상한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77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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