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이대로 ‘탈모약’만 딱 떼어서 발표하면 2030 여성은 등을 돌립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건 메시지 문제가 아니라 약 문제입니다. 이번에 건보로 들어오는 처방약은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계열입니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이고, 가임기 여성에게는 금기예요. 여성은 이 알약을 만지기만 해도 태아에 위험해서 처방 자체가 안 됩니다. 여성이 실제로 쓰는 건 바르는 미녹시딜인데, 이건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라 이번 건보 확대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보험료를 내는데, 국가가 약값을 대주는 약은 여성은 먹지도 못하는 남성 약입니다. “여성이 빠졌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제도 설계가 처음부터 한쪽 성별만 수혜자로 못박는 구조라는 겁니다.
청년 정책의 무게중심이 또 남성으로 쏠린다는 인상이 쌓이면, 등 돌린 핵심 지지층을 정책으로 한 번 더 밀어내는 겁니다. 심지어 7월 4일 ‘모두의 토론회’ 첫 안건이 바로 이 탈모약 건보예요. 거기서 형평 문제가 터지면 정부가 의제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수세에 몰립니다.
해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책의 그릇을 키우면 됩니다.
‘탈모약 건보’가 아니라 ‘청년 건강·삶의 질 패키지’로 가야 합니다. 여성형 탈모에 쓰는 바르는 치료제 지원을 같은 발표문에 명문화하고, 입덧약 건강보험 적용, HPV(가다실 9가) 백신 국가지원 확대를 함께 묶어서 한 번에 발표하는 겁니다. 탈모 하나만 떼어놓으면 ‘남성 머리 심기’로 조롱당하지만, 청년 건강 전반으로 묶으면 ‘청년의 삶의 질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명분이 섭니다.
줄 건 줍시다. 대신 급여 횟수·총액 제한을 함께 명시해서 ‘선심성·재정 무책임’ 공격도 선제적으로 막으면 됩니다. 못 할 이유가 없어요.
좋은 정책이 프레임 하나 잘못 잡아서 욕먹는 일,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청년은 남성만 있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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