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위소득 가구 주택구입력 약화
대출 규제로 주식·증여 등 ‘현금부자’ 영역
KB “LTV 70%기준” 실제론 매수가능 더 적어
[헤럴드경제=홍승희·윤성현 기자] 최근 집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금리상승마저 가시화되면서, 소득은 있으나 자산을 모으지 못한 이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복된 중산층 주택구입능력, 다시 하락세
1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의 KB주택구입 잠재력지수(KB-HOI)는 7.8을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가 유지되던 지난 2023년 4분기(5.9) 이후 최저치로, 27개월 만에 가장 낮다.
HOI 지수는 총 아파트 재고량을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20년 만기 원리금상환 기준)을 받아 구입가능한 재고량으로 나눠 백분율화한 값으로, 이 지수가 7.8이라면 그 지역 내 아파트를 가격별로 나열했을 때 중위 소득 가구가 시세 하위 7.8% 범위 내에 있는 집만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입가능 아파트 재고량은 매 분기마다 국가데이터처에서 발표하는 중위 가구의 소득 등 경제능력과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주담대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그리고 소득대비 주거비용비율 33%를 적용해 계산한다. 즉 HOI 지수가 낮으면 중산층의 주택구입능력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서울 HOI 지수는 지난 2020년 3분기까지만 해도 10.4에 달했지만 향후 금리가 인상되며 2021년 4분기부터 2.7로 급락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한 2022년 말, 해당 수치는 2.3까지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치솟다 보니 원리금상환 부담에 맞닥뜨린 중산층이 서울서 살 수 있던 아파트가 100채 중 2채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후 금리가 안정을 찾으며 서울 HOI 지수는 2025년 3분기 말 11.7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또 중산층의 구입 가능 아파트 재고량이 급감하는 등 여건이 변화하자 해당 수치가 하락하고 있다.
실제 구입 가능 아파트 재고량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KB-HOI 지수는 주택구입자금 밑천을 30%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주택담보비율(LTV) 70%를 기준으로 추출한 수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역별로 규제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HOI 지수를 산출할 때 ‘LTV 70%’를 통일적용하고 있다”며 “서울의 경우 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LTV 40%가 적용되고 있어 실제로는 HOI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없이도 주식·성과급 집값 올려
전문가들은 대출을 제한해 집값을 안정화 시키려는 정책이 오히려 주식이나 증여 등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과의 양극화를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4월 말까지 최근 3개월 기준 서울 전역에서 주택매입에 활용한 주식 매각 대금은 1조3590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산단의 수억원대 성과급이 전망되면서, 인근 동탄이나 광교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선반영’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월급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하는 평범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중위소득 가구의 월 소득은 지난 2023년 1분기 600만원에서 올 1분기 679만원으로 3년간 13%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서울의 중위 아파트 매매 가격은 같은 기간 9억8422만원에서 12억157만원으로 22% 상승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3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고, 물가와 금리 부담은 커졌는데 주택 가격만 급등하면서 주택 구입 여력이 빠르게 약해졌다”고 말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결과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가능한 아파트 재고량은 지난 1분기 기준 11만6000호로 지난 2024년 1분기(11만3000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중산층은 내 집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 상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은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움직이며 10억원 미만의 외곽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중산층의 손이 닿는 가격대의 아파트가 실종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인상되면, 15억원 미만 아파트를 대상으로 적용되던 ‘6억원 주담대 최대 한도 적용’마저 쉽지 않게 된다.
김 위원은 “주담대 금리가 통계상 4%대 초반으로 잡히더라도 현장에서는 4% 후반 이상을 적용 받는 경우가 있어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미 부담이 작지 않다”며 “올해는 2022년~2023년 당시만큼 급격한 충격을 주는 국면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산층에게 추가 압박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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