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괴롭힘' 막으려다 '괴롭힘'에 쓰러졌다…사지 내몰린 근로감독관들
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감독관, 악성 민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
조사 권한은 없고 책임만 떠안은 현장…전담부서는 '기피 1순위'로 전략
5월27일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 A씨(여·46)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전담하는 팀장이던 그는 한 민원인의 반복된 항의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초등학생 자녀를 남겨둔 채였다.
장례식장을 찾은 동료 감독관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동료 감독관은 "이번 사건 한 건이 결정적 계기가 된 건 맞지만, 그것만으로 벌어진 일은 아니다"며 "쌓이고 쌓여온 업무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번 일이 방아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법적 구조와 인력 갈아넣기식 행정이 만들어낸 예견된 참사라는 취지다. 일선 감독관들 사이에서는 언제든 자신이 '제2, 제3의 A씨'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반쪽짜리' 법률
억울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정작 그 법을 집행하는 최일선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그 기저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가진 구조적 모순이 있다.
현행법상 노동부는 '사용자(사업주)'를 제재할 권한만 가질 뿐, 일반 근로자를 직접 조사하거나 징계할 법적 권한이 없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대다수가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발생하지만, 신고가 접수되면 노동부는 일차적으로 사 측에 자체 조사를 지시할 수밖에 없다.
갈등은 사업주가 '괴롭힘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릴 때 시작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관계상 우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난 행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 환경 악화 등 법으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성립한다. 사업주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하면, 노동부로서는 이를 뒤집기가 어렵다. 직접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업주의 조사가 공정했는지,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를 검토하는 것뿐이다. 절차상 누락이나 명백한 하자가 발견되면 재조사를 지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 위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적 권한의 부재는 곧장 민원인과의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한 근로감독관은 "회사에서 상처받고 노동청 문을 두드린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런 절차적 한계가 '국가의 직무유기'이자 '사 측 편들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그 분노의 화살이 고스란히 눈앞의 근로감독관에게 쏟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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