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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지 아파트가 효율적? 사회적 가스라이팅”···경희궁자이 지었는데 종로 인구는 감소

무명의 더쿠 | 08:21 | 조회 수 3627

‘무지개떡 건축가’ 황두진 인터뷰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
층층이 주거+상가 ‘무지개떡 건축’으로
원도심 공동화 해결책 찾아야

 

우리는 오랫동안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라고 여겨왔다. 특히 서울에는 아파트를 지을 빈 땅이 없기에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 정비사업만이 유일한 공급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11일 만난 건축가 황두진(63·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우리의 오랜 통념을 깬다. 그는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야만 상주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대단지 아파트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토지 이용 효율이 낮아서 도심에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교외에 적합한 주거유형이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구의 대표적인 대단지 아파트 경희궁자이를 예로 들어 “건폐율이 30%에 용적률이 200% 안팎일 텐데 토지 이용 효율이 너무 낮다”며 “단지 안에 널따란 녹지와 우뚝우뚝 솟은 집들만이 주거라고 믿는 건 일종의 사회적 가스라이팅”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신간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해냄)>을 낸 황 대표를 만나 그가 그리는 ‘지속가능한 서울’은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이 책은 <무지개떡 건축(2015년)>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가장 도시적인 삶(2017년)>에 이은 도시 3부작 최종판이다.

 

황 대표는 서울이 구도심을 비우고 외곽으로만 팽창하는 현상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그는 ‘사대문 안’으로 상징되는 원도심 공동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이 책에 담았다.
 

황두진 건축가가 제안하는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평균 5층 높이 건물 상상도. 황두진 대표 제공

황두진 건축가가 제안하는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평균 5층 높이 건물 상상도. 황두진 대표 제공

 


황 대표는 “내가 서울에 사니까 ‘사대문 안’에 대해 쓴 거지, 사실 광주나 대구 등도 마찬가지로 구도심들이 다 죽어 간다. 외곽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중앙 정부에서 제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구도심을 뜻하는 사대문 안 인구는 현재 약 10만명 정도다. 여러 사료를 종합해보면, 18세기 후반에는 사대문 안에 30만명이 넘게 살았지만 강남 등 서울 사대문 밖과 수도권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이뤄지면서 이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사대문 안 수많은 직장과 생활 인프라 그리고 궁궐 등 유적지가 있는데도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사대문 안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사무실 겸 주택 ‘목련원’에 산다. 1971년에 지어진 고택을 증축해 만들었다. 그는 “주민이 줄어드니까 일상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들도 자꾸 없어진다”며 “세탁소 없어진 지 오래됐고, 철물점도 사라져서 수도가 고장나면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상주인주가 줄어든다는 건 곧 ‘유권자’가 준다는 뜻이다. 표가 안 되면 정치인들은 더는 동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고, 더 사람이 살기 불편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황 대표는 “동네에 조그만 공원이 있었는데, 청와대가 부지를 민간 개발업자한테 팔았다”며 “동네 분들이 오랫동안 노력을 해서 다시 서울시가 사들일 때까지 4년 넘게 걸렸다”고 했다. 그는 “통의동 주민을 다 합쳐봐야 한 200명도 안 된다”며 “유권자가 많은 동네였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금 서울시 인구 밀도 그래프를 보면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도넛 형태”라면서 “왜 원구도심은 비워놓고 사람들을 외곽으로 보내놓은 뒤 GTX(광역급행철도) 같은 인프라로 출퇴근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운정역에서 내려서 땅 위까지 나오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정확히 12번 타야 했다”며 “어쩌다 한 번이면 몰라도 매번 출퇴근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히지 않나.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황 대표는 대단지 아파트보다 소규모의 나홀로 아파트가 도심에 훨씬 적합하다고 말한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공사 기간도 적게 걸리고, 땅을 훨씬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에 주택공급 양도 더 늘릴 수 있다.

 

경희궁자이는 기존의 다세대 및 다가구 밀집 지역을 허물고 지어졌는데, 종로구의 인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넓은 땅을 비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도심에 적합한 주거 형식으로 ‘무지개떡 건축’을 제안한다. 그의 건축을 대표하는 구상이다. 서로 다른 색이 층별로 쌓인 무지개떡처럼, 하나의 건물에 ‘주거’와 ‘상가’가 공존하는 복합 건축물이다. 하나의 건물이 단일 용도로만 쓰이는 ‘시루떡 건축’과 상반된다.

 

5층 내외 용적률 250% 안팎의 상가 겸 주택을 도심에 공급하면 장거리 출퇴근·도심 내 주택 부족 문제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황 대표는 주장한다.

 

“도심에 살아보니 어지간한 데는 다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디든 걸어서 한 30분 이내로 다닐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겠나. 또 궁궐 주변에서 러닝을 할 수 있고, 인왕산과 교보문고도 가깝다.”

 

주거 기능만 있는 다세대 주택보다 복합 기능의 무지개떡 건축이 나은 결정적인 이유는 ‘도시의 활력도’에 있다. 다세대 주택은 보통 1층을 주차장으로 채우는데, 이런 건축물만 있으면 사람이 걸어 다니기 힘들다. 반면 1층에 상가를 넣고 그 위에 주거를 올리는 무지개떡 구조는 거리의 활력을 되살린다.

 

황 대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는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다. 그는 “건물 하나하나가 그렇게 개성있고 아름답진 않은데 저층부는 생활 시설이고 그 위에 사람이 사니까 길거리에 항상 활기가 가득 차 있다”며 “주차를 포기하니까 뉴욕에서 가장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5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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