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과 대만을 잇달아 찾으면서 사실상 일본을 ‘패싱’한 것과 관련해 일본이 인공지능(AI) 혁명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에 걸쳐 이뤄진 황 CEO의 한국·대만 방문에 주목하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AI 혁명에서 일본이 뒤처질 수 있는 위험성도 시사한다”고 14일 보도했다.
황 CEO는 지난달 말 고향 대만을 방문, 2주간 머물며 TSMC·폭스콘 등 주요 대만 기업의 경영진과 회동하고 대만에 연 1500억달러(약 22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일 한국으로 건너와서는 SK·LG 등 기업 총수들과 ‘삼겹살 회동’을 하고 예능 촬영에 나서는 등 3박4일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은 그의 아시아 방문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문은 황 CEO가 대만과 한국에서 숨 가쁜 시간을 보냈으며 ‘핵심 파트너’인 양국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공장이 없는 팹리스 업체로서 엔비디아가 TSMC에 생산 대부분을 맡기고 있으며 대표 상품인 첨단 AI 칩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라는 점을 짚은 뒤 “한국과 대만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일본은 한국과 대만보다 파트너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면서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나 웨이퍼 등 소재 분야에 강점이 있지만 엔비디아와 직접 연결되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업체들이 엔비디아와 직접 거래하는 파트너라기보다 TSMC의 협력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본 기업이 없다는 점도 ‘패싱’의 배경으로 꼽힌다. 닛케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규모 면에서 이에 맞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닛케이는 일본도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으나 그 규모가 한국이나 대만과 비교하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CEO가 시간을 쪼개 직접 찾아가 협력을 제안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지금 일본에 얼마나 있느냐”면서 “일본이 AI 혁명에서 엔비디아와 같은 선도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여부가 앞으로 일본의 국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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