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긴다" 김어준 장담하더니…'콜포비아' MZ에 당했다 [정치 인사이드]

사진=유튜브 캡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의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낙관했다. 그는 "서울은 초경합지는 아니다. 조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뒤집어지는 조사는 하나도 없다. 지는 조사가 없다. 서울은 이긴다"고 강조했다.
실제 선거 전 공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거나 접전 우세를 보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 역시 정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최종 승자는 오 후보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론조사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단순히 최종 승자를 맞히지 못한 수준을 넘어 청년층의 미세한 표심 변화와 막판 결집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양당 대립이 심화하면서 여론조사가 실제 유권자보다 적극적인 지지층 목소리를 더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서울처럼 중도층과 2030 유권자 비중이 높고 정치적 유동성이 큰 지역에서는 기존 전화조사 방식만으로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표심을 읽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를 직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청년층 변화는 성별 대결보다 세대 전체 흐름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20대 이하 남성은 오세훈 후보에게 75.1%, 20대 이하 여성은 송영길 후보에게 67.0%를 지지했다. 30대 남성은 오 후보 66.6%, 30대 여성은 송 후보 54.1%였다. 당시에도 2030 표심은 성별에 따라 갈렸지만 민주당은 여성층에서 비교적 확실한 우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202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구도가 달라졌다.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 정정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20대 이하 여성과 30대 여성은 여전히 정원오 후보 우세였지만 결집력은 약해졌다.
20대 이하 여성의 민주당 후보 지지는 67.0%에서 56.7%로 10.3%포인트 하락했다. 30대 여성 역시 54.1%에서 51.3%로 2.8%포인트 낮아졌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과 재선거를 촉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문경덕 기자
반면 2030 남성은 여전히 오세훈 후보 우세였지만 오 후보 지지율 역시 하락했다. 20대 이하 남성은 75.1%에서 69.8%로, 30대 남성은 66.6%에서 57.8%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정 후보 우세로 발표됐던 출구조사를 오 후보 승리 결과에 맞춰 해석하면 2030세대의 실제 오 후보 지지세는 이보다 더 높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는 2030 남성의 보수 우위가 유지된 가운데 민주당이 기대했던 2030 여성의 결집력이 약화된 선거로 정리할 수 있다.
이번 결과가 민주당에 더 뼈아픈 이유는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를 내준 데 있지 않다. 민주당이 비교적 우세하다고 여겨온 청년층, 특히 2030 여성 표심에서 균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선거 직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청년층 이탈 원인을 둘러싼 자성론이 이어졌다.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방에는 서울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2030 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반성 글이 잇달아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여론조사 등 오차의 원인으로 '샤이 보수' 현상을 꼽는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공개적인 정치 의사 표현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고, 청년층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선거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한 뒤 휴대전화 가상번호 등을 활용해 전화자동응답(ARS)이나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2030세대가 전화보다 문자와 메신저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2024년 알바천국 조사에 따르면 MZ(밀레니얼+Z)세대의 75%는 문자 소통을 선호했다. 전화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이른바 ‘콜포비아’를 경험한다는 응답도 약 40%에 달했다.
출구조사가 빗나간 배경에도 이러한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상 출구조사는 본투표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사전투표 참여자는 별도 전화조사 등을 통해 추정해야 한다. 사전투표 비중이 커질수록 현장 표본만으로 전체 표심을 읽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급기야 방송계 내부에서는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출구조사의 지속 여부를 두고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계층이 더 두터워졌고 그 안에 청년층도 상당수 포함됐다"며 "진보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반면 보수 지지층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의사 표현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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