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엔 황지민 기자] 영화 한 편이 극장 밖에서 더 시끄럽다. 손재곤 감독 '와일드 씽' 이야기다.
영화는 작품 자체의 재미는 물론, 관객이 영화를 본 뒤에도 그 세계에 과몰입하게 만든다. 최근 영화계 트렌드를 착실히 반영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 세기말 아이돌 변신은 '입장료'일 뿐…관객 울린 그들의 '절박함'
설정은 단순하다. 잘 나가다 한순간 무너진 3인조가, 20년이 흐른 뒤 마지막일지 모를 무대 하나를 위해 다시 모인다. 멤버들의 현재는 초라하다. 방송가에서 겨우 자리를 지키는 현우(강동원), 재벌집에 시집간 도미(박지현), 빚에 허덕이는 상구(엄태구). 형편은 다 다르지만, 전성기를 잊지 못한다는 점에서 셋은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영화 첫인상은 배우들의 몸이 만든다. 세 사람은 H.O.T, 신화 등이 떠오르는 세기말 아이돌 모습으로 변했다. 이들은 헤드스핀과 윈드밀을 돌리고 직접 랩을 한다. 강동원은 머리로 도는 동작 하나를 위해 몇 달을 매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엄태구 역시 랩을 소화하려 오래 연습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비주얼 충격은 입장료일 뿐이다. 영화가 뒤로 갈수록 힘이 실리는 건, 우스꽝스러운 무대 아래 깔린 인물들의 절박함에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웃다 보니 어느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90~2000년대 가요계를 정성껏 복원한 무대가 더해졌다. 나이 든 팬들이 옛 응원 도구를 다시 흔드는 장면이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추억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오정세다. 평생 1위 문턱에서 미끄러진 가수 성곤은, 그의 손에서 우습고도 짠한 인물로 살아난다. 그는 비장해질수록 더 우스워지는 인물을 힘을 뺀 연기로 천연덕스럽게 끌고 간다.
■ 음원 차트인부터 생일파티까지…'보는' 영화에서 '체험하는' 페스티벌로
'와일드 씽' 흥행에는 영화 본편 못지않게 마케팅 몫이 크다. 핵심은 트라이앵글과 성곤을 실재하는 가수처럼 다뤘다는 데 있다. 극 중 노래는 음원 사이트에 정식 발매됐다. 부른 사람 자리에는 배우가 아닌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올라 있다. 옛날 음반을 흉내 낸 커버까지 입혔다. 20년 전 어딘가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그룹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런 접근은 요즘 영화계가 가진 고민과 맞닿아 있다. OTT가 자리 잡은 뒤로 '무슨 작품을 트느냐'만으로는 관객을 불러 모으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극장은 공연 실황과 굿즈, 참여형 행사 같은 팬덤 콘텐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영화를 단발성 포맷이 아닌 지속적 '덕질거리'로 만드는 전략이다.
'와일드 씽'은 이 지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든다. 13일에는 극 중 성곤 생일(1979년 6월 13일)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최성곤 생일파티 특별상영회'가 열린다. 이 회차를 관람하면 최성곤 포토카드와 엽서, 종이컵이 굿즈로 주어진다. 이는 표가 풀리기 무섭게 좌석이 다 찼다.
챌린지도 한몫한다. 성곤 '니가 좋아'에 맞춰 몸을 흔드는 영상이 SNS에 줄을 잇는다. 류승룡·이성민 등 배우부터 에스파 윈터 같은 아이돌, 셰프와 운동선수까지 직업을 가리지 않고 참여가 이어졌다. 지난 2일 올라온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는 일주일 남짓 만에 조회수 180만 회를 넘겼다.
영화 인기에 힘입어 음원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트라이앵글 '러브 이즈(Love is)'와 성곤 '니가 좋아'는 영화 개봉 이후 멜론 HOT100에 동시에 들어왔다. 12일 오전 9시 기준 '러브 이즈'는 37위, '니가 좋아'는 51위를 각각 차지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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