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식 올랐지만 선거에선 부동산 따져…월세 급등” 2030 서울 표심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연세대학교 시국선언이 열리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계엄이 벌써 1년 반이 지났잖아요. 내란 심판 선거는 직전 대선까지였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고 봅니다.”(박지훈·이하 모두 가명·28·남)
“정원오 후보는 ‘명픽’(이재명의 선택)임을 알리긴 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면, 오세훈 후보는 4선의 무게감이 있었죠.”(임민수·34·남)
지난 10일 ‘한겨레’와 여론조사업체 휴먼앤데이터가 함께 실시한 ‘6·3 지방선거 평가 표적집단 심층면접(FGI)’ 좌담회에 참여한 서울 거주 20~30대 청년들의 말이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내란 심판’보다는 ‘이재명 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청년층 표심을 가른 건 당보다는 ‘인물’의 차이가 컸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주요 국정 성과로 내세운 주가 상승보다는 ‘부동산’ 이슈가 자신들의 표심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내란 심판’ 공감 잘 안 된다”
2030 청년들은 여당이 이번 선거 핵심 구호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내란 심판’에는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1년 반이 지난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심판’은 지난해 대선까지의 얘기이고,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첫 전국 단위 선거였던 만큼 정부·여당을 중간평가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다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한 것은 “당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키워드를 끌고 가려고 내란 심판을 내세운 선거운동을 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계엄 뒤부턴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은 지 오래잖아요. 이번 선거는 내란 심판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죠.”(박지훈)
“이재명 대통령은 리더십이 강한 사람이고 그래서 자기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했을 텐데, 그걸 밀어줄 건지 견제할 건지가 부딪치는 과정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임민수)
서울시장 선거 승패 가른 ‘인물론’
참석자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젊은 층의 표심을 가른 건 ‘당’이 아닌 ‘인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4선 현역 서울시장에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견줘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인지도와 중량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참석자는 정 후보가 ‘일 잘하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했지만, 구체적으로 그가 어떻게 일을 잘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전 에스엔에스(SNS)에서 정 후보를 칭찬한 이른바 ‘명픽’에 대해서는 정 후보가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오히려 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로 갈렸다.
“오세훈은 4선이고 대선급 후보인 데 비해 정원오가 인지도가 너무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뉴스 좀 보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정원오가 성동구청장 한 걸 알지, 관심 없는 사람들은 ‘정원오 누구지’ 하는 거죠.”(윤정훈·38·남)
“저는 정원오를 뽑았는데요. 대통령이 ‘일 잘한다’고 하길래 알게 됐는데, 정작 뭘 잘했는지 보려고 하면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민주당이 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고 생각해요.”(오지은·30·여)
“정원오 후보가 생소했어요. 과거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나왔던 사람들은 송영길, 박영선처럼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사람들이었는데….”(박지훈)
“‘명픽’이 오히려 정 후보한텐 부정적이었던 거 같아요. 이재명 대통령은 드라이브를 세게 거는 스타일인데, 이걸 견제해야 된다고 많이들 생각한 거 같아요. 대통령도 사람이라 100% 옳을 수가 없는데 그걸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신지현·38·여)
“대통령이 에스엔에스로 소통을 활발히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스타벅스 관련 글처럼, 사기업에 대한 제재를 국가가 해선 안 되는 건데… 그런 것도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이민준·27·남)

“사회 안정시켜 주식 호장, 공은 맞지만…”
대다수 참석자들은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고, 실제로 이득을 본 이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주가 상승보다는 부동산 이슈가 서울 청년층 표심에 훨씬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주거 불안에 직면한 세대인 만큼 상승한 서울 전월세 가격과 매맷값은 이들에게 위기감을 키운 것 같았다.
“저는 주식 하고 있고요. 근데 사람들에게 더 와닿는 건 부동산이라 생각해요. 물론 (정부·여당이) 주가를 올린 공이 높다고는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부동산만큼 임팩트가 있진 않아요. (이 대통령이) 보유세 올린다, 다주택자 잡는다 이러니 오히려 매물이 잠기고, 사람들이 ‘빨리 사야겠다’고 생각해 집값이 더 오른 거 같아요.”(장성민·36·남)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폭등한 건 맞잖아요. 전세도 없어지고, 월세는 오르는 상황이다 보니 2030 세대로서는 아쉽죠.”(정유진·25·여)
“‘주가가 이재명 정부가 잘해서 올랐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진 에스케이(SK)하이닉스랑 삼성전자 주식이 말도 안 되게 오르긴 했어요. 그게 기업이 잘해서 올랐지 정부가 개입해서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김현우·27·남)
“저는 지금 주식시장이 호장인 게 이재명 정부가 사회적 분위기를 안정시킨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에이아이(AI) 같은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을 여럿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부가 잘한 건 맞죠. 근데 부동산은 정책으로 드라이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봐요.”(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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