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목격자도 사망”…새벽 4시 할아버지에게 달려간 손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오늘의 그날]
◇면식범 정황 곳곳에… 수사는 안갯속=시신 발견 2주 전인 2008년 5월 30일, 허 양은 새벽 4시께 할아버지 방에서 흘러나오는 둔탁한 충돌음에 눈을 떴다. 방문을 밀치고 들어가자 70대인 할아버지가 괴한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허 양이 몸을 사이에 끼워 막아섰지만 힘에 부쳤고, 결국 그녀는 맨발 차림으로 어둠 속에 끌려갔다.
동생은 허 양이 저항하는 사이 이웃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구했다. 이웃이 현장에 닿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할아버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 허 양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은 초기부터 면식범의 소행에 무게를 뒀다. 사건 전날 낯선 남자들이 허 양의 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는 증언이 나왔고, 금품을 노린 범행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허 양의 할아버지는 폐지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형편이었고, 실제로 도난 물품도 전혀 없었다.
범행 현장에서 오간 호칭도 면식범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괴한들이 할아버지를 부른 방식(“너 같은 XX”)이나 허 양이 범인들을 향해 저항하며 내뱉은 말(“아저씨 왜 그러세요”)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쓰이기 어려운 표현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수사의 핵심 열쇠는 유일한 목격자인 허 양의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그의 진술은 좀처럼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범인이 1명이라고 했다가 2명으로 말을 바꿨고, “내가 아는 사람이 손녀를 데려갔다”고 했다가 다시 모르는 사람이라고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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