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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도 번진 다이어트 약, 부작용은 짐작도 못해

무명의 더쿠 | 13:28 | 조회 수 1483

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38378?cds=news_media_pc&type=editn

 

쉽게 비만치료제를 처방해주는 이른바 ‘다이어트 성지’들이 성업 중이다. 오프라벨(허가 용도 외 사용) 처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며 10대 청소년에게까지 열풍이 번지고 있다.지도 앱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 ‘지하 2층’을 한참 헤맸지만, 병원은 보이지 않았다. “OO 병원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인근 상가에 물어보자 익숙하다는 듯 돌아온 답은 “청량리 방면으로 쭉 가세요”였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지하철 환승 통로 한복판, 눈여겨보지 않으면 병원인지 알아채기 힘든 외관이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접수처엔 사람 대신 태블릿 PC가 놓여 있었다. 내원 목적을 선택하는 항목에는 ‘다이어트 주사’ ‘탈모약’ ‘비뇨기과’ ‘여드름약’ 등의 선택지만 있었다. 저녁 7시, 병원 내부는 금세 마르고 젊은 여성들로 가득 찼다.

‘다이어트 주사’를 선택하고 대기하자, 곧 간호사가 호명했다. 진료실에 들어가 앉자마자 의사는 다짜고짜 물었다. “마운자로요, 위고비요?” ‘마운자로’라고 답하자 “용량은 2.5㎎이죠? 여기 안내문 읽어보시고, 주사는 이렇게 놓으면 돼요”라는 기계적인 설명을 했다(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처방받은 이가 직접 주사한다). 의사는 몸무게나 체질량지수(BMI) 따위를 묻지 않았다. 과거 병력이나 부작용 경험도 묻지 않았고, 형식적인 검사 절차도 없었다. 불과 20초 남짓이면, 마운자로를 아주 쉽게 처방받을 수 있었다.

처방비는 일괄 1만원, 2.5㎎ 기준 위고비는 21만8000원, 마운자로는 29만원으로 완벽한 정찰제다. ‘마운자로 성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일대에는 이런 약국과 병원이 즐비했다. SNS에는 손쉽게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처방해주는 병원 정보가 공유됐다. 3개월이면 10㎏을 감량한다는 자극적 홍보 문구가 붙는 이 약은, 당뇨·비만 치료제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고 ‘더 마르기 위한’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종로구 A 약국 약사는 “여기 병원들은 다 마운자로 처방한다. 요즘은 다양한 연령대가 마운자로를 가져간다. 대부분 젊은 여성이지만, 고등학생부터 60대 남성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라고 말했다. B 약국 약사는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으니까 아주 어린애들은 드물어도, 고등학생은 꽤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운자로, 위고비 등 다이어트 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성지’로 알려져 있는 서울의 한 약국 모습. ©시사IN 이명익
마운자로, 위고비 등 다이어트 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성지’로 알려져 있는 서울의 한 약국 모습. ©시사IN 이명익



불법 유통도 늘었다. 5월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마운자로, 위고비 등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유통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전국 632개 병원과 약국을 점검한 결과,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의사 본인이 약을 사용하거나 처방전 없이 약품을 판매한 여섯 곳이 적발됐다.
 

청소년에게 퍼진 ‘기적의 약’



원래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 등이 처방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하면’ ‘누구에게나’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너무나 쉽게, 탈법 혹은 불법으로 비만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는 마르지 않으면 ‘돈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기적의 약은 청소년에게까지 퍼졌다. 종로구 C 약국 약사는 마운자로, 위고비 등을 취급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마른 이들이 와서 그 약을 가져가는 게 도저히 보기 싫은 거다. 거기다가 애들이 와서 가져가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냥 들여놓지 않았다.” 일찌감치 알려진 일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마운자로 처방 건수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는 식약처 허가 조건에 만 18세 이상에게 처방해야 하는데, 미성년자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심각하게 보고 관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오프라벨(허가 용도 외 사용)’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적응증(특정 의약품에 의해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 외에 약품을 처방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허가 또는 신고 범위를 초과해 약물을 처방하더라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손쉽게 처방이 이루어진다는 게 의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따라 마운자로는 만 18세 이상에게만 처방하도록 되어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한 의사는 “아이돌 지망생 등 적잖은 청소년들이 질병과 무관하게 마운자로, 위고비를 처방받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2026년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10대들에게 삭센다 41건, 위고비 2213건, 마운자로 1888건이 처방 점검됐다. 10세 미만에게까지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등을 처방 점검한 사례도 드러났다. 삭센다와 위고비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에 대해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지만, 마운자로는 아직 국내에서 청소년 대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부작용 문제도 심각하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가장 심한 부작용은 췌장염이고, 최근 미국에서는 섭식장애가 문제가 되고 있다. 사용자 일부가 섭식장애를 겪는다는 건데, 이 모든 보고는 적응증에 맞는 환자에 관한 내용이다. 적응증 외 약물을 투여한 환자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청소년 사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일명 나비약(마약성 식욕억제제) 처방에 대해 식약처가 처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 의지를 보인 후 위험이 완화된 측면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중략)

마운자로의 국내 공급사인 한국릴리 역시 허가 사항 안에서만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마운자로는 성인 비만 환자, 당뇨병 환자,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로서도 의료진의 오프라벨 처방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병원 벽면에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시사IN 이명익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병원 벽면에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시사IN 이명익

오남용해도, 통계는 없다



대한비만학회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오프라벨 처방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한양대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치료제 투여 대상자가 아닌 저체중 청소년에게 투여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의료진이 무제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비만 치료 시장이 규제 범위에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회에서도 무분별한 처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단순히 내부 자정 노력만으로는 사용을 막기가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대한비만학회 역시 오프라벨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재혁 총무이사는 “부작용 사례 보고는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만 축적되고 있다. 적응증 외 환자들에게서 부작용이 얼마나 더 발생할지,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급여 제품인 마운자로, 위고비 등은 누구에게 얼마나 처방됐는지 정확한 국가 통계가 없다. 가장 유사한 데이터로 사용되는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이지만, 이조차 모든 처방 내역이 포함되진 않는다. 앞서 이동근 사무국장은 “DUR 자료는 건강보험 기반으로 수집한 자료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비급여에 대해서는 보고를 누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역시 “DUR은 처방 전 병용, 연령, 임부 금기 등을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비급여 약제 청구 내역을 기록한 데이터는 아니다. 비급여 약제는 DUR 점검을 하지 않고도 처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청소년에게 처방하는 데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혁 총무이사는 “소아청소년 비만을 다루는 전담 병원을 지정하거나, 약 출시 초기부터 올바른 처방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칫하면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들에 대한 처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신체가 발달 중인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만 약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하고, 의료업계 내부에서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여성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 효과를 강조하는 비만치료제 광고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유지혜 후보는 “약국 거리와 의료 광고 환경을 직접 둘러본 결과, 비만치료제 광고를 매우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심지어 ‘비만치료제 성지’라고 불리는 병원까지 있었다. 극단적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이 지나치게 손쉽게 처방되고 소비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 환경과 의료 시스템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탄생한 비만치료제가 마른 몸을 더 마르게 만들어주는 기적의 약으로 청소년 사이에 번지고 있다. ‘치료’제가 어린아이들의 몸을 망치는 ‘질병’이 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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