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수 이랑, ‘노래 검열 의혹’ 손배소 승소…“예술인 인격 침해”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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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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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시절 행정안전부가 가수 이랑씨의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공연 곡을 검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행안부는 “주최기관이 공연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은 “정당성이 없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행안부가 2022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이씨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문제삼은 게 발단이 됐다. 노래는 저항하는 약자들이 ‘늑대’나 ‘마녀’로 치부되는 현실을 짚은 노래다. 재단 측은 공연을 약 3주 앞둔 시점에 공연 총연출을 맡았던 강 감독에게 “행안부 윗선에서 노래 교체를 원한다”며 해당 노래를 공연 목록에서 빼달라고 했다. 강 감독과 이씨는 이를 거절했지만 행안부 요구가 계속되자 공연에서 하차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23년 11월 “행안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재단의 행위로 예술·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행안부가 국가기관이 예술을 검열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위반한 점 ▲재단이 ‘행안부의 개입 없이 진행되는 공연’이라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재단과 정부 양쪽 모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먼저 “정부와 재단이 곡 변경을 요청한 행위는 예술인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했고, 이는 객관적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라며 정부와 재단 양 쪽 모두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어 “이씨는 처음부터 ‘늑대가 나타났다’를 부르는 것을 전제로 섭외됐고, 강 감독은 자신의 연출 의도와 달리 행안부의 요청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총연출직을 맡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를 위자료 산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주최기관이 곡 선정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이 행사의 주관기관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사실만으로 행사의 연출 및 공연이 (예술인권리보장법으로 보호받는) ‘예술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예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술을 보호하고 장려할 책무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도 이씨와 강 감독에게 곡 변경을 요청한 행위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예술인에게 다른 활동을 강요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판결 직후 경향신문과 만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제정된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따라서 행안부가 예술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해 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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