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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산객들 "한국산, K-팝만큼 핫해요" [글로벌 월간산]

무명의 더쿠 | 12:53 | 조회 수 1567

https://n.news.naver.com/article/094/0000013587?cds=news_media_pc&type=editn

 

외국인 등산객 산행 프로그램 동행
국적 다른 26인 “안전하고, 가기 쉬워 최고!”

(중략)

한국의 산은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좋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인터뷰한 10명 모두 한국 산이 좋은 이유로 '접근성'과 '안전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헤맸다. 우이동에서 출발해 도봉산 원통사까지 향하는 길 내내 질문을 던졌다. 참가자들은 흙길을 오르며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냈다. 산에서의 대화는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 같았다. 함께 걸으며 들은 그 반짝거리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해당 인터뷰 기사는 서울등산관광센터 북한산점에서 외국인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열린 트레킹·힐링요가 프로그램 동행 취재로 진행되었다.

이날 26인의 참가자들은 우이동을 기점으로 도봉산 원통사까지 왕복 7km의 산행을 함께했다. 산행 후 센터 옥상에서 힐링요가 세션을 끝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다.
 

사치르(32) 스리랑카/ 한국 거주 7년차
 

사치르씨가 개발 중인 앱 YAN(스리랑카어로 Let's Go의 의미라고 한다).
사치르씨가 개발 중인 앱 YAN(스리랑카어로 Let's Go의 의미라고 한다).
사치르씨가 보여 준 작년 겨울 마니산 산행 계획. 지도 위에 손으로 대충 등산로를 그려두고 무작정 가보는 '개척 산행'을 떠났다.
사치르씨가 보여 준 작년 겨울 마니산 산행 계획. 지도 위에 손으로 대충 등산로를 그려두고 무작정 가보는 '개척 산행'을 떠났다.

"한국 거주 스리랑카인들을 위한 등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사치르씨는 산행 참여를 위해 오늘 아침 대구에서 서울까지 달려왔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산행을 시작한 그는 산에서 '모험'하는 것이 좋아 매주 산을 찾았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도 산행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스리랑카에는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미개척인 산들이 많죠."

제대로 된 등산로 없이 산행하는 것에 익숙한 그가 작년 겨울 강화도 마니산에서 했던 개척 산행의 이야기를 펼쳤다.

"그냥 한번 가보자! 해서 갔다가 길을 잃고 고생했습니다. 한겨울이었는데 위험할 뻔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많은 스리랑카인들이 한국 산을 오르고 싶어 한다고 한다.

"한국에는 3만 명 정도의 스리랑카인들이 살고 있어요. 대부분 거주노동자들이죠."

사치르씨는 이들을 위한 등산 커뮤니티를 만들어 한국 산행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함께 산행 문화를 즐기고 싶다고 전했다.
 

비비(39) 인도네시아/ 한국 거주 10년차

"튼튼한 다리보다 튼튼한 마음이 중요하죠!"

체육관 밖에서 체력을 기르고 싶어 산행을 시작한 비비씨는 한국의 유명한 산은 거의 다 가본 베테랑 산꾼이다. 한국의 산 대부분이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산행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는 한라산 산행을 꼽았다. 눈을 좋아하는 비비씨는 새하얀 한라산의 설산 풍경을 보기 위해 홀로 제주도를 두 번이나 찾았다.

"누군가 데려가 주길 기다리기만 하면 절대 못 가요. 저 스스로 '제 자신을 데리고 가보자!' 해서 씩씩하게 도전했습니다."

처음 한국 산을 가봤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산행하는 어르신들이었다.

"한국 할아버지·할머니들의 활동적이고 건강한 모습이 신선했어요! 산도 엄청 잘 타시고요. 저도 그렇게 오래 등산을 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강인한 체력이 느껴졌다.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나 봐요?" 물으니 아니라며 답한다.

"다리보다 튼튼한 마음이오! 산을 오르는 데는 꺾이지 않는 의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비비씨의 밝은 얼굴에서 강인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나스타샤(34) 러시아/ 한국 거주 4년차

"마음 맞는 친구와 설악산 일출산행 가고 싶어요!"

러시아에서 '등산'은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길고 비싼 투어에 참여해야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한국의 산은 제가 한국에 살게 된 이유 중 하나기도 해요."

혼자서도 안전하고 편한 취미 활동으로 등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혼자 등산하며 생긴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다.

"한국 할아버지들이 너무 재밌어요!" 혼자 산행을 온 외국인 등산객이 반갑기도, 신기하기도 했을 한국 할아버지들은 아나스타샤씨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다. "겨울 산행에서는 특히 말을 많이 걸어요. '그쪽 위험해요. 이쪽으로 가요.' 제가 걱정이 돼서 그런 것 같아요." 한국의 정情, 따뜻한 오지랖이다.

"저한테 '한국 남자랑 결혼하라'는 할아버지들도 많았어요. 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이야기해 준다. 뒤이어 한국인과 결혼해 함께 설악산 일출산행을 가고 싶다는 말도 덧붙인다.
 

에바(23) 러시아/ 한국 거주 4년차

국어국문학 전공의 한국어 능력자

"한국 산의 사찰과 산장들을 정말 좋아해요. 산에 있는 사찰들은 그 산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관악산에 갔다가 길을 잃었던 적이 있어요. 다행히 다른 한국 등산 팀을 만나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어요. 엄청 빨리 하산하던 그들 뒤를 마구 좇아갔던 날이 생생해요."
 

쥬(30) 말레이시아/ 한국 거주 4년차

"'으악, 도와주세요!' 매콤했던 북한산 첫 산행 추억"

쥬씨는 한국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치고 힘든 대학원 과정에서 산은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바쁜 와중에도 2주에 한 번은 꼬박꼬박 산을 찾는다고 한다. 그녀가 북한산에 처음 올라간 날, 백운대 마지막 암릉 구간에서의 일이다.

"바위를 올라가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못 올라가고 있었어요. 결국 아저씨들이 엉덩이를 받쳐줘서 겨우겨우 올라갔어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정상이 바로 코앞이었는데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쥬씨는 깔깔 웃으며 그때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것 말고도 한국 등산객들이 나눠 준 따뜻한 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고구마, 사탕, 과자, 사과 등 먹을 것들을 나눠받은 적이 수없이 많다.

"간식을 잊고 안 가져간 날도 문제없었어요."

이제는 쥬씨도 산에 갈 때 견과류나 젤리 같은 간식을 여분으로 챙겨 간다. 나누면 더 즐거운 산행이 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등산을 시도해 보기는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산은 거의 정비되어 있지 않고 등산로의 선택지도 매우 적다. 습하고 벌레도 많아 체력적으로 훨씬 힘든 편이다.

"한국 산은 훨씬 잘 정비되어 있고 선택지도 많아서 좋아요!"

초급자부터 숙련자까지 다양한 등산로를 고를 수 있어 '산'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이라는 점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가비(42) 프랑스/ 관광객

한국을 14번이나 방문한 한국 사랑꾼

"한국이 너무 좋아서 벌써 14번째 방문이에요. 얼마 전에 서울 둘레길을 완주했어요! 다음주에는 한라산과 제주 올레길을 걸으러 제주도로 간답니다. 한국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조나단, 플라비아, 샤론, 스티븐.
(왼쪽부터) 조나단, 플라비아, 샤론, 스티븐.

스티븐(29) 인도네시아/ 한국 거주 6년차

"안전한 한국 산에 푹 빠졌어요"

"인도네시아의 산은 험해서 혼자 가기 어려워요. 한국 산은 안전하고 정비가 잘되어 있어 사계절 내내 가기 좋아요! 성당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자주 산에 다녀요. 하산 후 다 같이 먹는 '전과 막걸리'는 최고의 조합이에요!"
 

레이산(38) 러시아/ 한국 거주 8개월 차

한국 산으로 등산 입문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에는 산이 없어요. 4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등산을 시작했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계속 한국의 산들이 생각났어요. 그러다 이번에 방문,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북한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슈(33) 인도/ 한국 거주 6년차

10년 만에 다시 찾은 등산 열정

"원래 등산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 개인 사정으로 등산을 10년이나 쉬었죠. 한국 친구 덕분에 남산 숲길을 가게 되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일요일마다 남산을 오르다 점차 다른 산들도 하나하나 오르고 있답니다."
 

켄(31) 미국/ 한국 거주 4년차

국토 70%가 산이라고! 대충격!

"한국의 70%가 산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스럽게 산을 찾았어요. 처음 안산에 갔던 날 산 입구에 들어선 순간 새소리가 났어요 '짹짹!' 순식간에 1,000만 인구 도심에 서 자연 속으로 풍덩 빠진 것 같았어요."
 

하산 후 서울등산관광센터로 돌아와 옥상에서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옥상으로 향했다. 나는 그들 중 일부가 '요가 프로그램은 참가하지 않겠다'며 먼저 집에 가버릴까 걱정되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옥상의 분위기는 싱그러웠다. 모두가 땀냄새 나는 등산화를 벗었다. 양말도 벗었다. 파랑새가 지저귈 것 같은 하늘 아래 누웠다. 몸을 풀어주는 쉬운 스트레칭 동작들 위주의 수업이었다. 아로마 향을 품은 바람이 살을 스쳤다. 여기저기서 기분 좋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온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전체 프로그램이 끝났다. 옆자리에 앉은 켄이 말했다.

"It was a perfect day.정말 완벽한 하루였어요"

미소를 머금은 나른한 표정이었다.
 

서울의 산을 세계로, 서울등산관광센터


 

서울관광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등산관광센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산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베이스캠프다. 현재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세 지점이 있다. 등산코스 추천, 등산 장비 대여, 짐보관 등의 서비스를 상시 제공 중이며 매달 2~3회, 다양한 하이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행사 정보와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모든 내용은 서울등산관광센터 인스타그램(@seoulhikingtourism_official)으로 공유되고 있다.

서울등산관광센터 북한산점에서 도란도란

센터에 상주하며 방문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주현 프로, 산행 프로그램 코스를 리딩해 주는 블랙야크 가이드 오스카, 서울관광재단 이수민 대리와 프로그램 진행 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대부분 한국 거주 외국인들인가요?

예전에는 90% 이상이 주한 외국인이었어요. SNS를 활발히 진행하고부터 관광객들의 비율도 20~30%로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먼 나라로 여행을 와서 등산에 하루 종일을 할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센터 이용객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한국 방문 때마다 저희 센터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추천 코스를 모두 다니던 호주 여성분이 있었어요. 작년에는 북한산 13성문 코스와 불수사도북(서울 강북의 5대 명산인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한 번에 종주하는 약 45km의 대표 장거리 산행 코스)를 완주했다고 해요. 올해는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같이 북한산을 올랐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산을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바로 산에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시내 어디서든 산이 보이고 30분 이내에 등산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합니다. 등산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사실도 놀라워 하는데요. 이런 인식은 잘 정비된 등산로와 안전시설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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