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신설 반도체 공장 대상지로 호남 지역을 검토 중인 것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면서도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세제 혜택 등을 누리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도체 클러스터에 버금가는 산업 인프라와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 인재 유치는 넘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현재 두 기업의 반도체 생산·제조 기지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기흥과 화성, 평택을 중심으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패키징 시설을 충남 천안, 온양에 두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를 주력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들 기업이 투자 규모만 98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고 있는 곳도 경기 용인이다. 이번에 호남 지역으로 신설이 검토되는 공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는 별개로 추가 조성되는 것이다.
호남 지역 강점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의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수도권보다 전력 수급이 용이하고, 재생에너지도 풍부해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강력한 알이(RE)100(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 압박을 받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매력적인 생산 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부가 마련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초안에는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망·도로 등 필수 기반시설 조성 비용과 국유재산 사용료를 최대 100% 감면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발전특구에 속하는 지역의 경우, 해당 기업은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이나 취득세·재산세 감면의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관건은 인프라다. 반도체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선 전력·용수·인재 등 삼박자가 두루 갖춰져야 한다.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을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에너지 및 송전망 투자와 대규모 용수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과 인력 유치 문제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시스템반도체공학)는 “해당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해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반도체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호남에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보다는 후공정을 담당하는 패키징 공장을 조성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패키징은 설계와 미세 회로를 만드는 제조 공정을 거친 둥근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칩 단위로 자르고 외장재를 씌워 완제품으로 만드는 후공정에 속한다. 반도체 생산보다는 용수나 전력 소모가 적어 현실적인 부담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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