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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만 연 4842억원… '통제 받지 않는 헌법기관' 선관위의 민낯

무명의 더쿠 | 06-08 | 조회 수 1722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7497?cds=news_media_pc&type=edi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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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6·3 지방선거 논란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선관위원장 고개 숙였지만…
선관위 비판 목소리 여전해
헌법기관인 탓에 견제 약해
규명과 제도 개선 이뤄져야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큰 오점이 남았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다. 당연히 선거를 관할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문제점을 꼬집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관위를 계속 '통제 받지 않는 헌법기관'으로 존속시켜야 하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확산하고 있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 [사진|뉴시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 [사진|뉴시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선거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3일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가 투표할 수 없는 사태가 터졌다. 한 투표소의 착오나 실수가 아니었다. 수도권 전역의 투표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중선위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은 서울 송파구·강남구·광진구 등에 설치된 투표소 14곳이다. 강남구와 광진구 등 비교적 빠르게 투표용지를 확보한 곳은 마감 시간(오후 6시)을 조금 넘겨 투표를 마무리했지만, 투표용지가 뒤늦게 도착한 몇몇 투표소는 오후 10시가 돼서야 투표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이유가 어찌됐든 시민들이 개표 방송을 보면서 투표해야 하는 촌극을 빚은 셈이다.[※참고: 국민의힘은 자체 조사 결과 인천 연수구 2곳과 경기 화성시 1곳을 더한 17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3일 발표했다.]

중선위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음에도 성난 민심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선 부정선거를 이유로 들며 투표함 반출을 막으려는 시민들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당 투표소는 선거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5일 오전까지 개표가 지연됐다. 이날 오전 8시께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기동대 1000여명을 투입하고 나서야 투표함을 반출할 수 있었다.

■ 선거 행정 이대로 괜찮나 =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선거 시스템의 기본'인 투표용지 수급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대한민국 선거 행정의 신뢰성이 통째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무거운 단면이다.

문제는 선관위가 문제를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4년 전인 2022년 3월 치른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바구니와 쇼핑백 등에 담아 옮겨 '선거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23년 5월엔 '채용 특혜 논란'도 터졌다. 고위 간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자녀를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선관위는 "면접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했다"며 즉각 반박했지만, 특별감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감사 대상자 4명 모두 자녀 경력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책임지는 기관에서 왜 이같은 황당한 일들이 줄줄이 터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선관위가 가진 독특한 법적 성격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선관위 법적 지위의 함정 = 선관위가 대체 어떤 기관이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선관위는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공무원 조직과는 다르다. 행정기구나 공공기관에 속하지 않는다.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중략)

이를 근거로 창설된 최고 헌법기관은 선관위를 비롯해 국회·대통령·국무총리·행정각부·대법원·헌법재판소 등 7곳이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 결정문을 통해 우리나라 헌법상 최고 헌법기관으로 7곳의 기관을 꼽았다.

최고 헌법기관답게 선관위의 규모는 적지 않다. 올해 기준 예산은 4842억7400만원이다. 인력은 3034명으로 전국 179곳에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1월 기준). 문제는 선관위의 규모와 위상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지만 언급한 것처럼 숱한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 감사 사각지대 = 공교롭게도 선관위의 문제는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선관위는 헌법이 부여한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선관위는 하나의 성역처럼 운영되고 있다. 문제가 터져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감사를 받는 게 전부다. [※참고: 헌법재판소는 2025년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와 관련해 직무감찰을 벌인 것을 두고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또 있다. 조직의 '장'이 마치 명예직 같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위원장은 대법관이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다. 노태악 현 위원장도 전 대법관(3월 퇴임)이다.

그런데 위원장은 '상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선관위의 실제 서열 1위는 사무총장이다. 사무총장은 단 한차례만 빼고 내부인사가 맡을 정도로 '그들만의 직책'이다. 일례로 선관위 사무총장에 외부인사를 선임한 것은 채용비리 사태가 터진 2023년이 처음이었다. 선관위는 당시 김용빈 전 사법연수원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2025년 사임했다. 지금 선관위를 이끌고 있는 허철훈 사무총장도 내부인사 출신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런 구조적 문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사과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노 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지 이틀이 흐른 후에야(5일)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퇴진의 뜻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서 물러나겠다"며 "지방자치를 향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 이번 사태에 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참고: 허 사무총장 역시 노태악 위원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위원장과 사무총장의 '퇴진'으로 끝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낡은 시스템을 고치는 것과 조직 내부에 팽배한 안일함을 걷어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는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몰아가다 보면 솔루션 없이 정치 공방으로 흐지부지될 수 있다"면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선관위의 인적 쇄신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통제 받지 않는 헌법기관' 선관위는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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