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정혜원 칼럼] 그래서 얼마를 주실 건가요?
625 0
2026.06.08 15:54
625 0

yPFJGd
▲ 돈 얘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우리 동네 풍경 / 그림: 정혜원

[문화매거진=정혜원 작가] 얼마 전 근처 도서관에서 도서관 운영 개선을 위한 주민 회의를 연다기에 다녀왔다. 집에서 느린 걸음으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일명 ‘도세권(도서관 인근 지역)’의 편리함을 피부로 느끼던 참이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 운영에도 관심이 갔고, 작년에 이사 와 홀로 자리 잡은 동네에 작은 접점을 마련하고 싶기도 했다.

도서관에 반영하면 좋을 안건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던 중 한 주민이 재능 기부를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은 일본어를 가르치는 사람인데 도서관에서 일본어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도서관 측에서는 반색하며, 요즘 지역에 외국인 주민이 늘었으니 관내 서비스나 행사 안내를 외국어로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일본어 번역으로 생계를 꾸리는 내 마음은 복잡해졌다. 공짜로 번역을? 진심인가?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졌다. 회의 시작 전 자기소개를 할 때 나를 그저 근처에 사는 프리랜서라고만 소개해 둬서 다행이었다. 일본어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웃으며 그 안건을 넘겼다.

나는 이제 뭐가 되었든 돈을 안 준다고 하면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일본어 번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끔 책 편집 디자인 일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얼마를 줄 것인지 처음부터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나 업체와는 아예 말을 섞고 싶지 않다. 특히 오며 가며 알게 된 사람들이 은근슬쩍 운을 떼면서 그냥 도와줄 수 없겠냐고 떠볼 때가 종종 있다. 좋은 말로 에둘러 거절하는 것이 은근히 스트레스다. 

일을 맡기는 사람은 아무리 예산이 적더라도 보수가 얼마인지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조건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아주 심플한 문제다.

좀 더 젊었을 때는 돈 문제에 느슨했다. 받을 대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는 사람 부탁이니까,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하며 무작정 덤벼들었다. 그런데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도 내심 찜찜하고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대체 얼마를 받을 수 있는 거지? 돈을 받을 수 있긴 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처음부터 ‘그래서 얼마를 주실 건가요?’라고 묻는다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발전했다. 

물론 지금도 업계 관행이라거나 여러 번 거래한 곳이라는 이유로 조건이 불분명한 채 일을 받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정확한 분량을 미리 파악하기 어려우니 일이 끝난 뒤 금액을 산정해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어떨 때는 보수가 턱없이 낮아 왜 이 금액이 책정되었는지 정중하게 문의했는데, 짧은 질문에 장문의 해명 답변이 돌아온 적도 있다. 

그래도 결국 의뢰를 수락했다. 그냥 노느니 뭐라도 하는 편이 낫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거절하면 거래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일을 받아야 먹고사는 입장에서는 결국 한없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내 보수를 최저 시급과 견주어 본다. 이만큼의 시간 동안 이만큼의 양을 작업하는데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의뢰들이 많이 있다. 그런 일을 할 때면 재능 기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예전에는 달랐다. 최저 시급이 몇천 원에 불과하거나 아예 그런 기준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는 얼마를 받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 정도 돈을 받고 계속 프리랜서로 일할 바에는 차라리 별다른 자격도 기술도 요하지 않는 곳에서 최저 시급을 받고 일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나를 속물이라고 욕할 사람이 있을까.

 

(생략)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02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이쁘X더쿠] 여름 톤업 스트레스 OUT! 진짜 여름톤업, UV 톤업 선 밀크 체험단 50인 모집 317 06.07 59,30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348,49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655,27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241,61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942,55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35,85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6 21.08.23 8,591,16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3 20.09.29 7,498,45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9 20.05.17 8,719,29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2 20.04.30 8,603,7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77,87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89893 이슈 미국 거버너스 볼에서 미친 피지컬 + 현장감으로 알티타는 스키즈 멤버... 22:12 132
3089892 유머 생방송에서 불뿜는 아이돌 2 22:11 323
3089891 이슈 민주당 김규현 변호사 잠실집회 후기.jpg 5 22:10 1,001
3089890 유머 [취사병 전설이 되다] 바나나 기영이 그 자체인 박지훈 19 22:09 506
3089889 유머 요즘 연락을 자주 한다는 리센느 신라공주 친오빠 2 22:07 719
3089888 이슈 양요섭 인스타스토리 업뎃 6 22:07 460
3089887 이슈 [취사병 전설이 되다] 프랑스 파리에 간 박지훈ㅋㅋㅋㅋㅋㅋㅋㅋㅋ 25 22:06 830
3089886 유머 유재석캠프 이광수 좋아 🐶🐕 모음 2 22:04 433
3089885 유머 유모차 타는 고양이 7 22:03 563
3089884 이슈 버려진 사당에 절대 가면 안 되는 이유 29 22:01 3,260
3089883 유머 월드컵 A조 댕댕이픽 순위 16 21:59 886
3089882 이슈 르세라핌 사쿠라 카즈하 x 투어스 지훈 경민 <BOOMPALA🪷> 챌린지 3 21:58 293
3089881 기사/뉴스 “월급393만원 받으세요? 중소기업男 다그래요” 15 21:58 2,448
3089880 유머 알리에서 팔고 있다는 지나치게 건장한 부처님 24 21:58 2,817
3089879 이슈 [취사병 전설이 되다] 취사병 오늘의 취랄 송이버섯 잡채 먹고 법정씬 나오더니 "피고인 잡채는 유죄 너무 맛있죄" 당근으로 판사봉 대체해서 선고하는거 개웃기겤ㅋㅋㅋㅋㅋㅋㅋ 23 21:58 916
3089878 이슈 산부인과 의사들이 가장 긴장한다는 응급상황 14 21:58 3,213
3089877 이슈 잠실 폭식시위 인근 상가 근황.. 55 21:56 4,245
3089876 유머 죽순 껍질 마니아 루이바오🐼💜 9 21:56 596
3089875 이슈 진심 처음 보는 구도 <취사병 전설이 되다> 카감님의 박지훈 얼굴로 슈퍼초근접익스트림클로즈업 찍기 ㄷㄷ 14 21:56 656
3089874 이슈 전지현갸루피스라는거살면서처음봄 6 21:54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