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정혜원 칼럼] 그래서 얼마를 주실 건가요?
719 0
2026.06.08 15:54
719 0

yPFJGd
▲ 돈 얘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우리 동네 풍경 / 그림: 정혜원

[문화매거진=정혜원 작가] 얼마 전 근처 도서관에서 도서관 운영 개선을 위한 주민 회의를 연다기에 다녀왔다. 집에서 느린 걸음으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일명 ‘도세권(도서관 인근 지역)’의 편리함을 피부로 느끼던 참이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 운영에도 관심이 갔고, 작년에 이사 와 홀로 자리 잡은 동네에 작은 접점을 마련하고 싶기도 했다.

도서관에 반영하면 좋을 안건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던 중 한 주민이 재능 기부를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은 일본어를 가르치는 사람인데 도서관에서 일본어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도서관 측에서는 반색하며, 요즘 지역에 외국인 주민이 늘었으니 관내 서비스나 행사 안내를 외국어로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일본어 번역으로 생계를 꾸리는 내 마음은 복잡해졌다. 공짜로 번역을? 진심인가?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졌다. 회의 시작 전 자기소개를 할 때 나를 그저 근처에 사는 프리랜서라고만 소개해 둬서 다행이었다. 일본어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웃으며 그 안건을 넘겼다.

나는 이제 뭐가 되었든 돈을 안 준다고 하면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일본어 번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끔 책 편집 디자인 일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얼마를 줄 것인지 처음부터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나 업체와는 아예 말을 섞고 싶지 않다. 특히 오며 가며 알게 된 사람들이 은근슬쩍 운을 떼면서 그냥 도와줄 수 없겠냐고 떠볼 때가 종종 있다. 좋은 말로 에둘러 거절하는 것이 은근히 스트레스다. 

일을 맡기는 사람은 아무리 예산이 적더라도 보수가 얼마인지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조건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아주 심플한 문제다.

좀 더 젊었을 때는 돈 문제에 느슨했다. 받을 대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는 사람 부탁이니까,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하며 무작정 덤벼들었다. 그런데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도 내심 찜찜하고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대체 얼마를 받을 수 있는 거지? 돈을 받을 수 있긴 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처음부터 ‘그래서 얼마를 주실 건가요?’라고 묻는다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발전했다. 

물론 지금도 업계 관행이라거나 여러 번 거래한 곳이라는 이유로 조건이 불분명한 채 일을 받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정확한 분량을 미리 파악하기 어려우니 일이 끝난 뒤 금액을 산정해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어떨 때는 보수가 턱없이 낮아 왜 이 금액이 책정되었는지 정중하게 문의했는데, 짧은 질문에 장문의 해명 답변이 돌아온 적도 있다. 

그래도 결국 의뢰를 수락했다. 그냥 노느니 뭐라도 하는 편이 낫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거절하면 거래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일을 받아야 먹고사는 입장에서는 결국 한없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내 보수를 최저 시급과 견주어 본다. 이만큼의 시간 동안 이만큼의 양을 작업하는데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의뢰들이 많이 있다. 그런 일을 할 때면 재능 기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예전에는 달랐다. 최저 시급이 몇천 원에 불과하거나 아예 그런 기준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는 얼마를 받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 정도 돈을 받고 계속 프리랜서로 일할 바에는 차라리 별다른 자격도 기술도 요하지 않는 곳에서 최저 시급을 받고 일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나를 속물이라고 욕할 사람이 있을까.

 

(생략)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02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코스알엑스 X 더쿠💙 여름철 늘어난 모공, 피부결 꽉 잡는 펩타이드 2종 루틴 체험단(30인) 189 08.05 18,970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303,18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578,94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987,53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967,84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46,91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687,42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90,48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1 20.05.17 8,820,83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92,18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22,17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34447 정보 네이버페이10원이야 11:01 3
3134446 이슈 안무가는 1초만 듣고도 안무를 기억할까? 11:00 16
3134445 기사/뉴스 일본 쿠마모토 해역서 규모 5.1 지진.... 전남광주, 해남군 계기진도 2 11:00 90
3134444 정보 밀크티 만드는 방법 1 10:58 242
3134443 이슈 수박+미숫가루 조합 존맛이라는데?! 이거 구미에서 수박 먹는 방법이래… 7 10:58 465
3134442 유머 얹어. 10:57 161
3134441 유머 회사 접수하러 온 최민식 6 10:57 511
3134440 이슈 서울에는 정말 '신'이 살고 있다는 오래된 설화가 있다.....twt 1 10:56 576
3134439 이슈 부산 동래파전 초고추장 vs 간장 3 10:56 157
3134438 이슈 집순이의 생활반경 3 10:54 853
3134437 이슈 이것만 봐도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 6 10:53 1,183
3134436 기사/뉴스 국세청장 "한-아르헨 정상외교 성과, 우리 기업 든든히 뒷받침" 10:53 76
3134435 이슈 감독이 웃겨서 일부러 컷 안 했다는 장면 5 10:53 913
3134434 이슈 여러분 혹시 야외에서 부리를 벌리고 멍하게 있는 새를 보면 체온을 낮추려고 하는 행동이니 차가운 물을 주셔야합니다 혹시 그런 새가 주변에 보인다면 조그만 그릇이나 하다못해 종이컵 같은것에라도 찬 물을 담아서 근처에 놓아주세요 ㅠㅠ 11 10:51 1,094
3134433 이슈 영화 <오디세이>에 출연했다는 트래비스 스캇 11 10:50 1,214
3134432 유머 나처럼 다리에만 광나는 사람 있어? 35 10:50 1,845
3134431 이슈 이 게임 방송 봤다면 최소 40대 18 10:49 1,341
3134430 이슈 한번 틀게 되면 영원히 멈출수없게되는 알람 영상 1 10:49 177
3134429 정보 중국에서 신분증 없이 경찰한테 걸리면 생기는 일.jpg 10 10:48 1,696
3134428 이슈 구마모토 지진 피해지에 가서 홍보영상 만든 일본총리 2 10:47 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