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왜 내 주식만 안 올라" 이유 있었다…정부 비웃는 '주가누르기' 의혹[부의승계]인탑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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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30% 오르면 인탑스가 EB 회수하는 조건 걸어
EB 발행 후 4차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주가 상승 제한
그사이 오너2세 지분 확대…정부 '주가누르기 방지법' 역행

김근하 인탑스 대표.
코스닥 상장사 인탑스가 교환사채(EB)에 주가 상승을 막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붙여 사실상 공매도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에서 국내증시 밸류업 방안으로 자사주 소각을 주문했는데, 오히려 자사주로 '주가누르기'를 하고 그 사이 오너 2세가 지분을 매입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탑스는 지난해 10월 130억원 규모의 제1회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중략). 교환가액은 2만609원이고 이자율은 0%다. 이자가 없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EB에는 특이한 '콜옵션'이 붙어있다. 인탑스의 주가가 10거래일간 교환가액의 130%를 초과하는 경우 인탑스가 투자자들에게 0.1%의 이자만 지불하고 EB를 다시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이다.
만약 인탑스의 주가가 교환가보다 30% 높은 2만6792원을 열흘간 넘을 경우 투자자들은 사실상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손실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인탑스의 주가가 2만609~2만6792원 사이에서 움직일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공매도로 누를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 인탑스가 EB를 발행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초부터 지난달까지 약 7개월간 인탑스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네 차례나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다. EB 발행 전에는 단 한 번도 지정된 적이 없었다. 일간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도 수십차례나 10%를 넘겼다.
이에 시장에서는 인탑스가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EB를 발행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인탑스는 현금성자산 449억원과 기타금융자산 2332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탑스 관계자는 "EB 발행은 신규 사업 추진 및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목적"이라며 "조달 자금은 공시된 용도에 따라 적법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인탑스는 EB로 조달한 자금을 사업 관련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보유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EB로 주가 상승이 제한된 상황에서 오너 2세인 김근하 인탑스 대표가 가족회사 '플라텔'을 통해 주식을 계속 매입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내증시 밸류업 방향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탑스가 EB를 발행할 당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국내증시 밸류업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 이 대통령은 상속세를 아끼려고 주가를 억지로 낮추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관련법의 신속한 개정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상법 개정 후속 입법 1순위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탑스는 자사주 소각 없이 EB를 발행했고, 여기에 콜옵션을 붙여 공매도까지 유인했다. 심지어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오너 2세 관련 회사가 주식도 매입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한 행위를 모두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인탑스 관계자는 "콜옵션의 경우 일정 부분 주가가 상승했을 때 기관투자자들이 빨리 수익실현을 하고 나갈 수 있도록 관행적으로 부여하는 부분"이라며 "EB 발행은 기업 투자를 위한 정당한 자본 조달일 뿐 공매도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