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치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일반 소매점과 편의점, 대형마트의 운영 방식이다. 그동안 이들 매장은 오후 2시가 되면 주류 진열대를 커튼이나 가림막으로 덮거나 포스(POS) 결제 자체를 막아야 했다. 오후 5시가 지나야 가림막을 걷어내고 다시 술을 팔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끊김 없이 주류를 팔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점심에 반주를 곁들이던 여행객이 시계를 보며 서두르거나, 오후에 맥주를 사러 갔다가 가려진 진열대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는 여전히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번에 사라진 ‘오후 2~5시 금주 시간’의 뿌리는 군부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타놈 키티카초른 당시 군부 혁명평의회가 내놓은 포고령이 출발점이다.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 중 술을 마시고 지각하거나 결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포고령에 따라 술을 팔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2시, 오후 5시~자정으로 한정됐고, 이를 벗어난 시간에는 소매점에서 술을 파는 행위 자체가 금지됐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술을 살 수 있는 시간은 단 10시간, 막혀 있는 시간은 14시간에 달했던 셈이다. 금주시간은 2008년 제정된 ‘주류음료 통제법’을 거치며 법적 근거를 갖췄고, 이후로도 총리실 고시와 국가주류정책위원회·알코올통제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반복 갱신되며 반세기 넘게 이어졌다.
규제를 허무는 흐름은 역설적으로 ‘규제 강화 시도’에서 시작됐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오후 2~5시 판매 제한을 소매점뿐 아니라 식당과 주점까지 더 엄격하게 적용하려 했다. 그러자 관광업계와 자영업자들은 “방문객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방콕과 푸껫, 파타야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지금 세대의 생활·관광 패턴과 맞지 않는 낡은 제도”라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결국 정부는 한 발 물러나 작년 12월부터 약 180일 동안 오후 2~5시 판매 금지를 풀어보는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 기간에는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술을 연속으로 팔 수 있도록 했다. 6개월에 걸친 시범 운영 성적표가 나쁘지 않자 태국의 알코올통제위원회와 국가주류정책위원회는 오전 11시~자정 연속 판매를 아예 정식 규정으로 못 박기로 의결했다. 이 결정은 지난 5월 29일 태국 왕실 관보에 고시되며 효력을 갖추게 됐다.
다만 ‘낮술이 가능해졌다’는 표현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이번 개정으로 달라진 것은 어디까지나 ‘판매 시간’뿐이고, 나머지 규제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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