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범위를 ‘사생활에 관한 비밀 침해’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가 의견을 모은 것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광범위하다 보니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특위에서 논의한 안이 입법되면 처벌 범위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을 침해한 경우로 축소될 전망이다.
● 특위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넓히자는 것”
현행 형법 307조 1항과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은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기소 인원이 2024년 1년간 약 1500건”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양육비 미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 등을 공개한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운영자는 신상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2024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 원 선고유예를 내린 항소심 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법무부 특위에서 논의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면 사법부가 이 단체가 공개한 정보가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침해했는지 판단해 처벌 여부를 정하게 되는 것.
또 지난해 7월 채무자의 거주지 인근에 벽보를 붙여 빚을 갚지 않은 사실을 알린 김모 씨는 3월 1심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았다. 만약 특위 의견대로 개정이 이뤄진다면 김 씨 사건도 법원이 ‘사생활 침해 여부’를 따져 처벌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정치 풍자나 비평, 논평 등도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돼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논의에 참여한 한 특위 위원은 “처벌 요건에 ‘사실적시’라는 단어를 없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걸 방지하려는 취지”라며 “가령 사업장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리뷰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특위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고죄로 바뀌면 시민단체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인을 고발해 수사 개시하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특정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3자가 명예훼손 고발을 남발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고발권 남용 논란도 불거져 왔다.
법무부는 특위 의견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올해 성과관리 시행계획으로 7∼9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알권리를 제한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개선을 위한 형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법무부는 법 개정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 보장,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고발 남발 방지, 악의적인 사생활 폭로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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