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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풍요로워진 10대들이 용돈을 모아 덕질하는 틴에이저 문화의 상징이었던 캐나다가수 폴 앤카

무명의 더쿠 | 06-06 | 조회 수 172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서구권은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기(Post-war boom)를 맞이했음

 

이때 대중문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는데, 바로 '틴에이저(Teenager, 10대)'라는 독자적인 인구 집단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의된 것.

 

 

그 전까지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어른처럼 일터로 나가는 '작은 어른'에 불과했지만, 이제 부모세대가 풍요로워지면서 10대 자녀들에게 '용돈(Allowance)'과 '여가 시간'을 줄 수 있게 되었음. 이 풍족한 아이들이 돈을 쓰기 시작한 곳이 바로 패션, 탄산음료 가게(Soda shop),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었음.

 

 

(이 현상은 약 30년 후, 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10대픽 아이돌형 가수들이 부상하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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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부모가 좋아하는 재즈나 잔잔한 발라드를 함께 듣는게 전형적인 가족 풍경이었음. 당연히 음악 선택권은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쥐고 있었음. 10대 딸들은 아빠가 좋아하는 재즈나 발라드를 지루함을 꾹 참고 같이 들을수밖에 없었음.

 

 

하지만 전쟁이 끝나며 찾아 온 경제적 풍요와 함께 레코드 플레이어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자녀 세대가 부모의 거실에서 탈출해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함.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 재질의 소형 45회전 도넛판 음반이 보급되며, 10대들도 용돈을 모아 한두 곡이 담긴 싱글 음반을 쉽게 살 수 있게 된 것임.

 

 

폴 앵카 이전에도 10대를 타깃으로 한 음악은 있었지만, 그 노래들은 뉴욕의 '틴 판 앨리(Tin Pan Alley)'라 불리는 전통적인 음악가 골목에서 40~50대 전문 작곡가들이 "요즘 애들은 이런 걸 좋아하겠지?" 하며 만들어낸 컨텐츠들이었음.

 

 

반면, 캐나다에서 온 소년 폴 앵카는 기성세대 작곡가들이 만들어준 음악이 아니라 진짜 10대가 10대의 감성으로 10대들의 사랑이야기(교회 누나를 짝사랑했던 실제 경험담)을 노래로 써서 세계적인 초대박을 거둔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음. 동네 누나(디이아나)를 바라보며 느낀 미칠 것 같은 짝사랑, 10대 특유의 유치하면서도 절절한 감성을 날것 그대로 노래로 만들었고, 10대들은 '진짜 우리 또래가 쓴 우리 이야기'라고 미친듯이 열광하며 용돈을 모아 폴 앵카의 앨범을 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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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세상에 나온 트랜지스터 라디오(Transistor Radio) 또한 가요계에서 10대들의 세대분리와 독자적인 틴팝문화를 만들어냈는데,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이 작은 기기 덕분에 청소년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 자기 방 침대 속에서, 혹은 친구들과 자동차 안이나 해변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음. 

 

 

부모들은 딸들이 더 이상 거실에서 같이 음악을 듣지 않고 자기방으로 문 닫고 들어가버리자 매우 당황했고, 딸들이 자기들만의 레코드 플레이어나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듣는 엘비스프레슬리나 폴앵카 같은 가수들을 '우리 아이들을 타락시키는 독극물'이라며 공격했음. 폴 앵카의 Diana에서 10대 소년이 쓴 날것 그대로의 가사는 기성세대에게 너무나 천박하게 느껴졌고 '우리 아이들의 도덕성을 해치는 이런 음악을 방송국에서 틀지 말라'며 라디오 방송국에 항의전화를 한다든가, 심지어 레코드판을 부수는 사태까지 있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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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모가 격렬하게 반대할수록 10대들에게는 이 음악을 듣고 폴앵카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반항적 정체성'이 되어갔음. 'Diana'가 세계 각국의 차트 1위를 휩쓸었을 때, 폴 앵카의 주변은 말 그대로 마비 상태였다고 함. 수십개의 공식 팬클럽이 결성되었고, 매일 수천 통의 팬레터가 쏟아졌으며, 공연장마다 소녀 팬들이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무대로 달려들었음. 훗날 60년대의 비틀즈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틴에이저 시장'은 완성되어 있었던 셈임.

 

 

 

이 노래는 발매 당시 전 세계적으로 1000만장, 누적으로는 2,000만장이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음. 아직 1950년대는 팝 음반시장 자체가 지금같은 공룡급 규모의 시장이 아니었음을 생각하면, 그 당시의 파이에서 정말 그 해 전세계를 씹어먹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메가히트를 친 것.

 

 

1950년대 말 미국 10대들이 한 해 동안 지출한 용돈의 총액은 1959년 기준 약 10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함.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로 산 중고차를 몰고 '드라이브인 식당'이나 '소다숍(Soda shop)'에 모여 주크박스로 폴 앵카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새로 나올 싱글에 대해 이야기하며 덕질토크에 열을 올리는 팬덤문화가 있었던 셈임.

 

 

'Diana'의 가벼운 셔플 비트와 화려한 브라스 섹션은, 매끄럽게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는 미국 교외 중산층 아이들의 낙관적이고 풍요로운 일상과 완벽하게 주파수가 맞아떨어지는 사운드였기도 함. 전쟁 직후의 서구권, 특히 미국 사회가 누리던 그 풍요로운 청춘들의 감정과 일상을 상징하던 BGM 배경 음악이 바로 'Diana'였다고 할 수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bVA_7FE607k

 

아직 뮤직비디오가 없던 시대였다보니, 영상은 같은 시대(50년대)의 다른 영화인듯 함

 

 

 

이 세계적인 성공과 명성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잘 알려져있지 않은 편인데, 아무래도 이 노래가 발표된 1957년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최신 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청소년들은 정말 정말 특권층 극소수에 불과했음.

 

 

하지만 그럼에도 그 선택받은 극소수의 청소년 중에서도 폴 앵카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운 훗날의 대스타가 있는데, 가수 남진의 집안은 당시 전라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대부호였음. 이미 집 안에 전축이 있었던 당시 십대소년 남진은 폴 앵카의 Diana 이 노래를 정말 귀에 닳도록 들으면서 미국 팝 문화와 가수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고 밝혔는데, 훗날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표방하고 나섰던 그의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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