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 무대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심판이 선다. 100년 넘게 남성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고시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고교야구연맹이 오는 8월 열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 여성 심판 5명을 배정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1915년 고시엔이 시작된 이래 여성 심판이 경기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심판으로 선발된 가나 사토(39)는 10여 년 전 중학교 야구부 지도교사를 맡으면서 심판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경험을 쌓아 지난해에는 U-18 야구월드컵 심판으로도 활동했다. 두 자녀를 키우며 심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번 한 번의 판정을 신중하게 하고 싶다”며 “남성과는 다른 목소리지만 그런 목소리도 심판으로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판인 가스미 이와오(33)는 고교 시절 여자고교야구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자야구가 주목받지 못해 남학생들만 고시엔 출전을 꿈꿀 수 있었다. 현재 간호사로 일하면서 심판 활동을 병행하는 그는 “‘남학생들은 고시엔에 갈 수 있으니 운이 정말 좋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여성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이 용기를 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일본고교야구연맹이 여성 심판을 고시엔에 투입하기로 한 배경에는 선수 감소와 심판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 일본은 학령인구 감소로 고교야구 선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심판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연맹은 여성 참여를 확대해 심판 인력 기반을 넓히고 야구 저변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여성 심판의 활약이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약 30년 전 첫 여성 심판을 도입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인 야마시타 요시미를 포함한 여성 심판진이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시 지난해 여성 심판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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