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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첩보·초능력까지…B급 코미디에 빠진 안방극장

무명의 더쿠 | 13:36 | 조회 수 858

B급 감성의 코미디가 안방극장의 흥행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진지한 설정 위에 엉뚱한 상상력을 덧입히고, 과장된 연출과 유머를 더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것. 군대, 첩보 액션, 초능력물 등 익숙한 장르를 색다르게 비튼 드라마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일 방송계에 따르면 취사병 전설이 되다(티빙), 오십프로(MBC), 원더풀스(넷플릭스) 등이 기존 장르물과 차별화된 재미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드라마) ...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을 들고 전장을 누비는 대신 식칼과 국자를 무기로 삼은 취사병의 성장기를 그린다. 주인공 강성재(박지훈)는 군 생활 도중 게임 속에서나 볼 법한 상태창을 마주하게 되고,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며 능력을 키워 나간다.

 

군대라는 현실적인 공간과 게임 시스템을 결합한 설정부터 독특하다. 일반적인 군대 드라마가 병영 생활의 긴장감이나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면,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이를 유쾌한 판타지로 풀어낸다. 음식 맛을 평가하는 순간 등장인물들이 아이돌 그룹처럼 무대를 꾸미거나, 록스타로 변신해 환호를 보내는 장면은 작품 특유의 B급 정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현실과 상상이 자유롭게 뒤섞이는 연출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박지훈의 변신이 눈에 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줬던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 대신 허당미와 생활감이 묻어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끈다. 여기에 윤경호, 이상이 등 코미디 연기에 강점을 지닌 배우들이 힘을 보태며 작품의 유쾌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오십프로

오십프로 역시 장르적 혼합을 통해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드라마는 평범한 중년 남성으로 살아가던 정호명(신하균), 봉제순(오정세), 강범룡(허성태) 세 인물이 과거의 정체와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는 동네 중국집 주방장, 기억을 잃은 남성, 편의점 사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정원 요원, 북한 특수 공작원, 전국구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반전 설정을 품고 있다.

초반부는 중년 남성들의 현실적인 일상과 생활 밀착형 유머가 중심이다. 그러나 숨겨진 과거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진다. 소소한 웃음을 주던 인물들이 갑자기 몸을 날리며 싸우고, 첩보물 못지않은 액션을 선보이는 장면들은 강한 반전의 재미를 안긴다.

이 작품의 강점은 코미디와 액션 사이의 균형감이다. 지나치게 진지해질 수 있는 설정을 적절한 유머로 풀어내고, 반대로 가벼워질 수 있는 장면에는 긴장감을 더하며 극의 리듬을 유지한다. 특히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가 오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코믹한 상황과 진지한 액션 장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작품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원더풀스 메인 포스터


원더풀스는 초능력물에 B급 감성을 입힌 사례다. 종말론이 유행하던 1999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채니(박은빈 분), 경훈(최대훈 분), 로빈(임성재 분)은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오히려 부족하고 어설프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들이 얻게 된 능력 역시 기존 히어로물과는 결이 다르다. 화려한 초능력 대신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설정들이 웃음을 만든다. 특히 최대훈이 연기하는 경훈은 거짓말을 하면 몸이 주변 사물에 들러붙는 능력을 지녔다. 언뜻 단순한 개그 소재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이를 인물의 심리와 성장 서사로 연결한다. 몸이 붙어버린 채 허둥대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고, 결국 진실을 털어놓아야만 상황이 해결된다는 설정은 캐릭터의 감정선까지 자연스럽게 살려낸다.

임성재가 맡은 로빈 역시 작품의 웃음을 책임진다. 괴력을 지녔지만 어딘가 엉성한 매력을 가진 인물로, 독특한 말투와 행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생활감 넘치는 연기와 세밀한 캐릭터 표현은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에 현실적인 공감을 더한다.

과거 B급 코미디는 다소 가볍고 마니아적인 장르로 여겨졌지만 최근 작품들은 B급 감성을 단순한 웃음 코드가 아닌 새로운 서사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익숙한 장르에 예상치 못한 상상력을 더한 이들 작품이 시청자들의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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