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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하이닉스가 “우리도 대출 5억 달라”… 보상 치킨게임 악순환

무명의 더쿠 | 10:37 | 조회 수 2079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79520?ntype=RANKING

 

“옆집만큼” 비교경쟁 반복될 우려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AI(인공지능) 붐 덕에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상 치킨게임’이라는 악순환 고리 속으로 빨려 들어갈 조짐이다. 직원들이 ‘우리가 왜 옆집(경쟁사)보다 못한 대접을 받느냐’며 불만을 제기하면 회사는 직원 이직을 막고,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상 키 맞추기’와 플러스 알파(+α) 보상에 나서야 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영업 이익의 N%’ 성과급에 대한 학습 효과처럼 실적과 무관하게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더 달라’는 보상 키 맞추기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략)

보상 치킨게임 시작하나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 내부에선 ‘현재 1억원인 주택 대출 한도를 5억원으로 높여달라’는 요구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상을 타결하며 거액의 성과급 지급에 더해 주택 대출 한도를 5억원으로 늘리자 보상 키 맞추기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르면 6월 초 임단협을 시작한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볼모로 “우리도 SK하이닉스처럼 ‘영업 이익의 N%’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달라”고 해 관철했던 것처럼 이번엔 SK하이닉스 노조가 임단협에서 “우리도 삼성만큼 주택 대출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성규·Gemini

그래픽=김성규·Gemini
증권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00조원, SK하이닉스는 250조원 이상을 예상한다. 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직원과 SK하이닉스 직원은 6억~7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다. 세금 빼면 3억~4억원이다. 다만 자사주로 받는 삼성전자 직원은 3분의 1만 곧바로 팔 수 있어 당장 손에 쥐는 돈은 1억원 정도다. 삼성전자 직원은 회사에서 저리로 최대 5억원을 대출받으면 부동산 구매에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6억원가량이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으로 현금 3억원을 받아도 주택 대출 한도가 1억원이어서 부동산 가용 자금은 삼성전자보다 2억원이 적다.

경기도 분당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하는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를 보러 오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직원이 부쩍 늘었는데 SK 직원 중에선 ‘삼성 다니는 친구는 5억원 대출받는데 우린 1억밖에 안 돼 불만이다’라고 말하는 고객이 여럿이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의 한 사내 커플 직원은 “결국 성과급을 종잣돈으로 좋은 지역에 아파트를 장만해야 하는데 회사 대출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낫다는 생각에 둘 중 한 명이 (삼성으로) 이직하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했다.
 

반도체 불황기 때는 부담 커져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택 대출 한도 상향에 더해 추가 보상을 한다면 내년엔 삼성전자 노조가 또다시 키 맞추기와 추가 요구를 할 것”이라며 “문제는 호황기 때 올려둔 보상 기준이 불황기 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21~2022년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맞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개발자 영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놨다. 구글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 보상의 대부분을 입사 1~2년에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프론트 로딩’ 제도를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중간 연차 직원에 대한 스톡 옵션 보상 규모를 25% 늘렸다. 메타는 개발자에게 최대 10만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개발자 보상 경쟁의 결말은 전례 없는 대규모 감원이었다. 구글·MS·아마존·메타 4사가 2022년 말부터 지금까지 비용 절감 명목으로 해고한 직원은 13만명이 넘는다.

업계에선 AI 투자가 마무리되는 2029년부터 반도체 경기 사이클은 내림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적이 감소해도 한 번 올려놓은 보상 눈높이는 다시 낮추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빅테크처럼 감원도 불가능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호황기에는 보상을 충분히 주고도 대규모 투자 여력이 있겠지만 실적이 감소하는 순간부터 투자 여유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지속적인 미래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과도한 보상 요구 경쟁은 스스로 회사 경쟁력을 깎아 먹는 자해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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