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망가지자 조회수 ‘폭발’
숏폼 문법 입은 대기업 광고
브랜드 가치 재정립 무기로

국내 광고업계가 즉각적인 웃음을 뽑아내는 소위 ‘B급 코미디’ 감성에 푹 빠졌다. 기존의 권위 있고 감각적인 영상미 대신 대놓고 망가지는 역발상 콘텐츠를 대거 선보이면서다.
대표 주자는 대홍기획이 기획한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출시 20주년 광고 프로젝트다. 이번 캠페인은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서 다양한 부캐로 활약 중인 코미디언 이수지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수지는 이효리와 수지, 제니 등 시대를 대표하는 역대 톱스타들의 광고를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유쾌하게 패러디했다. 그동안 소주 광고는 당대 최고 미녀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번엔 그 공식을 완전히 깬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22일 롯데칠성음료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패러디 시리즈 3편은 온에어 불과 6일 만인 29일에 누적 조회수 1500만회를 돌파했다. 이번 캠페인을 담당한 김서은 대홍기획 AE(광고 기획자)는 “처음처럼이 일관되게 전달해 온 ‘부드러움’이라는 브랜드 속성은 유지하되 시대별 감성을 대표하는 모델과 광고를 재해석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하고 자연스럽게 환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B급 감성 광고계의 명가 돌고래유괴단이 제작을 맡은 SK텔레콤의 T로밍 캠페인은 배우 지창욱을 내세웠다. 세련된 이미지의 톱스타 지창욱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과장된 눈빛과 몸짓을 활용해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이 광고도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0만회에 육박하고 있다.
광고계가 ‘B급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숏폼(짧은 영상) 시대의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다. 틱톡, 릴스, 쇼츠 등으로 대표되는 짧은 영상을 주로 시청하는 소비자들이 진지하고 긴 서사의 광고를 꺼리게 됐기 때문이다. 광고 역시 즉각적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직관적인 도파민을 분비해야 살아남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장기화한 경기 불황으로 무거운 메시지보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 심리, 완벽함을 추구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역설적으로 ‘망가지는 인간미’에 더 큰 호감을 느끼는 대중의 피로감도 B급 코미디 광고가 호평받는 원인으로 여겨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B급 코미디 광고의 열풍이 단순한 일회성 유머 소모품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젊고 유연하게 재정립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경직된 이미지가 강했던 대기업들이 이 같은 파격을 선보일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의외성은 배가 된다. “이 기업이 생각보다 트렌디하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제품 인지도를 넘어 기업 브랜드 자체에 대한 유쾌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특히 유튜브 댓글 창이 일종의 온라인 놀이터로 변모하면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자발적 마케터’ 역할을 자처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1월 온에어한 G마켓의 HOT 광고 역시 파격적인 B급 감성의 화제성을 앞세워 캠페인 진행 일주일 만에 거래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뛰는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B급 코미디 특유의 날것의 에너지를 브랜드 친밀도와 화제성을 높이는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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