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이 만든 방어벽, 직원의 ‘확인 누락’에 무너졌다

유출된 판결문 중 일부.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현행 민사소송법 제163조는 당사자의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이나 영업비밀이 포함된 소송기록에 대해 제3자의 열람·복사를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특히 해당 조문 제3항은 열람제한 신청이 있는 경우, 그 신청에 관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제3자는 열람 등을 신청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민사소송법 제444조에 따른 ‘즉시항고(재판 고지일로부터 1주 이내)’ 규정이 더해진다. 즉 법원이 열람제한 신청을 기각했더라도 즉시항고 기간이 지나지 않았거나 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제3자 공개는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의 공식 답변에 따르면 이 필수적인 확인 절차가 철저히 붕괴됐다. 법원 담당 직원은 원고 측의 ‘판결서 열람 등 제한 신청’이 접수된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5월 11일 자 기각결정 내역만 확인한 채 제3자에게 판결문을 내어줬다. 해당 기각결정은 5월 28일 확정 예정이었으나, 신청인 측이 하루 전인 5월 27일 즉시항고를 제기해 ‘미확정’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이름을 가린 비실명화본을 제공했으니 문제가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이는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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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문 유출 사태의 출발점은 해킹이나 우회 검색, 팬덤의 첩보전이 아니라 온전히 법원 내부의 행정 처리 실수에 있다. 서부지법은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기술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보다 근본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황대영·박동인 기자 hdy@th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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