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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싸게 살면 집 살 줄 알았는데"…장기전세주택의 역설

무명의 더쿠 | 16:41 | 조회 수 3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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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였던 장기전세…집값 폭등에 흔들


지금의 갈등은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설계할 당시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서울시가 1세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도입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7년이다. 당시만 해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로 살며 종잣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장기전세주택은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보장하는 대신 분양전환 조건을 아예 두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 집값이 정책 설계 당시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폭등했다는 점이다. 임차인들이 자산을 축적하는 속도보다 서울 집값이 훨씬 더 빠르게 치솟으면서, 20년간 정작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년 주거 안정의 끝이 결국 퇴거 통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됐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 20년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09년 강남 재건축 단지였던 서초구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를 각각 보증금 2억2400만원, 3억원 수준에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했다. 당시 시중 전셋값보다 1억~2억원가량 저렴한 수준으로, 전세로 거주하며 자산을 모으면 단지 안에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후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격차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장기전세주택은 연 최대 인상 한도인 5%를 매년 적용했다고 가정해도 현재 전세금은 각각 3억3095만원, 4억4324만원 수준이다. 반면 현재 동일 평형 기준 두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17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20년 사이 시세 격차가 13억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장기전세 도입 당시만 해도 서울 미분양 아파트가 흔했고, 2~3억원 보증금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며 "서울시 역시 굳이 분양전환이 없어도 20년 정도 거주하면 충분히 내 집 마련이 가능하리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울 집값이 상상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자산 증가 속도로는 도저히 집값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결국 일부 입주민들이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단순히 목돈을 모아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율(PIR)은 13.9배에 달한다. 중위소득 가구가 14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서울 중위가격 수준의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06년 서울 PIR이 6~7배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년새 두 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20년 뒤 또 같은 논란?"…장기전세의 불안한 미래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가 입주민 요구대로 분양전환을 허용하기는 어렵다. 1세대 장기전세주택은 모집 당시부터 분양전환이 없는 조건으로 공급됐고, 계약이 종료되는 물량은 2세대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으로 전환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만료된 장기전세주택은 미리내집 출산 인센티브로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 등 지원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원칙은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장기전세주택 제도가 과연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금처럼 집값 상승 속도가 빠른 시장에서는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된 2세대 장기전세주택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 교수는 "장기전세주택의 초기 분양가를 기준으로 우선 매수가 가능하다면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겠지만, 시세의 80~90% 수준에서 매수해야 하는 구조상 (2세대 장기전세주택도) 서민·중산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일 것"이라며 "1세대 장기전세는 원칙적으로 임대를 종료하되, 장기적으로는 장기전세 확대보다 매입임대 등 실질적으로 자산 형성이 가능한 방향의 주거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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