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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표적 수사하고, 박종철 두번 죽이고, 유서도 조작한 강신욱

무명의 더쿠 | 05-27 | 조회 수 966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442868?cds=news_media_pc&type=editn

 

[기고] 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강신욱, 박종철을 두 번 죽인 검사에서 김대중 정부 대법관까지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을 펼쳤다. 강신욱(姜信旭, 1944~) 항목에서 묘한 이력 하나가 눈을 잡아끌었다. 박종철(1965~1987) 고문치사 사건 은폐 공판 검사, 강기훈(1964~) 유서대필 조작사건 수사 총지휘, 그리고 김대중(1924~2009)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이 세 가지 이력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 박종철을 고문한 경찰을 솜방망이로 처리하고, 억울한 청년에게 누명을 씌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인권대통령으로 불린 김대중이 임명한 대법관이 됐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한민국 법조계의 두터운 카르텔? 아니면 그냥 세상이 원래 이런 것?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구조가 보인다. 권력이 바뀌어도 법조 엘리트 카르텔은 바뀌지 않는다. 독재정권에서도, 민주정권에서도, 같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요직을 채운다. (중략)

1944년 경북 영주 출생, 경북고에서 서울법대까지

강신욱은 1944년 4월 1일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났다.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1968년 제9회 사법고등고시에 합격했다. 사시 동기로는 최병국(1942~), 신승남, 황진호 등이 있다. 훗날 이들 가운데 여러 명이 『반헌법행위자열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한국 엘리트 법조계의 특정기수가 어떻게 한꺼번에 반헌법 행위의 계보에 올라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973년 서울지방검찰청 영등포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들과 연루되기 시작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을 두 번 죽이다

강신욱 이력의 첫 번째 문제적 장면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졌다. 그 자체로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후 드러난 진실은 더 끔찍했다.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이 실제로는 다섯 명이었는데, 수사과정에서 둘만 기소됐다. 나머지 셋은 조직적으로 은폐됐다.

강신욱은 이 사건의 공판검사였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그를 "5공 말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사건 공판검사로 졸속재판"을 진행한 인물로 기록한다. 박종철을 고문으로 한 번 죽인 것은 경찰이었다. 그 죽음을 졸속 재판으로 덮어 진실을 두 번 죽인 것은 공판검사 강신욱이었다. 고문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졌다면 6월 항쟁의 불꽃이 더 일찍 타올랐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역설적으로, 진상이 덮였기 때문에 더 큰 분노의 불씨가 쌓였는지도 모른다.

1989년 우지라면, 편견과 아집의 수사

『반헌법행위자열전』은 강신욱의 두 번째 문제적 행위로 1989년 우지라면 사건을 꼽는다. 1989년 삼양라면 쇠기름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었던 강신욱은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쇠기름)를 라면 제조에 사용했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 수사에 '편견과 아집'이 작동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사건은 나중에 공업용 우지와 식용 우지의 구분자체가 불분명했으며, 수사과정에서 삼양식품을 표적으로 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삼양식품은 이 사건으로 회사가 벼랑 끝까지 몰렸다. 조작은 아니었지만 무리한 수사가 한 기업을 거의 파산시켰다. 권력을 가진 검사의 '편견과 아집'이 얼마나 큰 피해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사 속의 동류, '출세지향형 법률기술자'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인물이 떠오른다. 미국의 J. 에드거 후버(J. Edgar Hoover, 1895~1972)는 FBI 국장으로 48년간 재임하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1882~1945)부터 닉슨(Richard Nixon, 1913~1994)까지 여러 대통령 아래서 권력을 유지했다. 그는 권력자가 바뀌어도 늘 살아남았다. 비결은 모든 권력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신욱이 독재정권에서도, 민주정권에서도 살아남은 것과 구조가 닮아 있다. 다만 후버는 권력을 선택하지 않았다. 권력이 그를 필요로 했다. 강신욱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의 안드레이 비신스키(Andrey Vyshinsky, 1883~1954)는 스탈린(1878~1953) 시대의 대숙청 재판을 주도한 뒤, 스탈린 사후에도 소련 외무장관으로 승승장구했다. 체제가 바뀌어도 유능한 법률 기술자는 살아남는다. 강신욱은 독재정권의 은폐수사를 맡았다가 민주정권에서 대법관이 됐다. 비신스키보다 훨씬 매끄러운 변신이다.

1991년 강기훈, 조작의 총지휘자

강신욱 반헌법 행위의 정점은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이다. 1991년 5월 분신정국이 이어지던 가운데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에서 분신자살했다. 청와대는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배후세력을 찾으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는 검찰총장을 거쳐 수사검사들에게 전달됐다.

사건은 공안부가 아닌 강력부에 배당됐다. "정치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이라는 명분이었다. 서울지검 강력부장 강신욱이 다섯 명의 검사로 전담조사반을 꾸렸다. 강신욱은 수사착수 열흘 뒤인 5월 18일 "유서를 대신 써준 용의자를 1명으로 압축했다"며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을 지목했다. 강기훈에 대한 수사에는 강력부 검사 전원과 수사관 수십 명이 동원됐고, 국과수의 필적감정이 동원됐다. 강기훈은 자살방조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만기복역한 뒤 출소했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원회는 "강기훈 씨의 필적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재심을 권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과거의 과오를 인정했다. 2015년 5월 14일 대법원은 재심에서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24년이 걸렸다. 강기훈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만기복역하는 동안, 수사를 지휘한 강신욱은 어디 있었는가.

김대중 정부의 대법관, 역사의 아이러니

강신욱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대법관을 지냈다. 임명권자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인권 운동가 출신 대통령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졸속 처리하고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수사를 총지휘한 검사를 대법관에 임명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한국법조계 카르텔의 두꺼운 벽. 정권이 바뀌어도 법조엘리트 인맥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이 문제가 되자 대법원에서 강기훈에게 유죄 판결을 한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로서는 당연한 대응이었다. 수사가 올바르지 않았다고 인정하면 대법관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청문회 발언은 2015년 강기훈 재심 무죄확정으로 역사의 오판으로 기록됐다.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는 부당한 수사나 판결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재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해당수사와 재판과정 전반에 대한 독립적 검토가 이루어진다. 국가가 공식사과하고 배상한다. 그리고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이후 사법부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강신욱이 강기훈에게 누명을 씌운 수사를 지휘하고, 9년 뒤 대법관이 됐다. 강기훈이 재심무죄를 받은 2015년, 강신욱은 이미 9년 전 대법관직을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2006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의 비상계엄선포 이후 한국의 검찰과 사법부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강신욱의 이력은 한국 법조엘리트 카르텔이 얼마나 끈질기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다. 독재정권의 조작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민주정권의 대법관이 되는 구조,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또 다른 강신욱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강신욱의 이름을 기록했다. 박종철을 두 번 죽이고, 강기훈에게 24년의 억울함을 안기고, 대법관이 된 사람의 이름을.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대법관 시절 강신욱. ⓒ 연합뉴스
▲대법관 시절 강신욱. ⓒ 연합뉴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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